한화 새 주장 이용규
한화 새 주장 이용규

[엠스플뉴스=오키나와]

이용규의 야구는 경건하고, 특별하다.

이용규는 KBO리그에서 가장 완벽한 1번 타자다.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 뛰어난 수비력을 모두 갖췄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용규를 상대할 투수는 그날 많은 투구수를 각오해야 한다. 좋은 공은 모조리 커트하는 ‘용규 놀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KBO리그 많은 투수가 이용규를 꺼리는 이유다.

이용규는 올 시즌 해야 할 일이 많다. 먼저 한화 새 주장 자리에 올랐다. 부담스러워 몇 번이나 고사했다. '주장'이란 쉬운 자리가 아니다. 선수단 챙기랴. 코치진 신경 쓰랴. 구단과 소통하랴. 신경 써야 할 일만 산더미다. 개인 훈련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 팀원들이 바라보고 있다. 덕분에 한 걸음 더 뛰고, 던지게 된다.

3월에 열리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명단에도 포함됐다. 대표팀에서 이용규가 차지하는 비중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 지난 시즌 부상과 최근 담 증세로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이용규는 나라의 부름에 군말 없이 참가했다.

바쁜 한 해가 예상된다. 1번 타자로서 활약도 중요하다. 이용규는 지난 시즌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부상만 없었다면 개인 기록을 모두 갈아 치울 뻔 했다. 장비 하나에도 만전을 기울였다. 지난 시즌 공에 맞아 종아리 부상을 당한 터다. 올 시즌엔 종아리 전체를 감싸는 신가드를 특별 제작했다. 부상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단 각오다.

남다른 각오의 이용규를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큰 짐을 짊어진 새 캡틴에게 올 시즌 한화를 물었다. 이용규는 인터뷰 내내 대표팀 합류로 팀을 떠나 미안한 마음을 누차 이야기했다.

이용규의 주장론 “주장은 ‘보좌관’, 선수들 편히 야구하게 만들 것”

이용규에겐 어느 시즌보다 바빴던 '2017 전지훈련'(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이용규에겐 어느 시즌보다 바빴던 '2017 전지훈련'(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올 시즌 한화 새 주장으로 임명됐습니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요.

그전까진 제가 잘하는게 우선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한화 선수 전체를 신경 써야 합니다. 그게 가장 달라진 점이예요. 주장은 이것저것 챙겨야 할 일이 많습니다. 모두 팀에 관련된 일이죠. 아직 서툴지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프로팀 주장 이번이 처음입니다.

(쑥스럽게 웃으며) 학창 시절에 몇 번 해봤어요. 물론 프로팀 주장은 차원이 다르죠. 학창 시절 주장은 야구부 대표 정도예요. 프로팀 주장은 대표보단 선수단 보좌관에 가깝습니다. 선수들이 편히 야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죠.

처음엔 주장직을 고사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도 수차례요(웃음).

전 아직 제가 '주장 감'이 아니라고 봤어요. 한화에 온 지 이제 3년 정도.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아직 이르다고 봤습니다. 저보다 선배인 (송)광민이 형이나 (차)일목이 형도 있었고요. 감독님 요청이 아니었다면 끝까지 거절했을 겁니다.

김 감독은 뭐라고 했나요.

"큰 부담 갖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가장 열심히 해야 할 일은 야구잖아요. 제 할 일 하면서 큰 문제 될 일만 이야기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이야긴 딱히 없었고요.

이용규 주장의 활약이 눈에 띕니다. 벌써 달라진 팀 분위기가 느껴질 정돕니다.

그래요?(웃음). 선수들 건의사항을 코치진이나 프런트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우리 팀 분위기가 너무 가라 앉아서 워밍업 할 때 음악을 틀자고 요청했어요. 감독님도 흔쾌히 들어주셨고요. 한 가지 안타까운 건 그 날 때마침 구장 오디오가 고장 나 음악을 틀지 못했습니다(웃음).(다음날부터 시행). 요즘 아침 워밍업 시간엔 모두 생기가 넘칩니다(웃음).

김 감독에게 직접 요청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해주실 것 같았어요. 원래 워밍업 시간에만 틀려 했는데, 다른 훈련 때도 허락해 주셔서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웃음). 단, "너무 크게 틀지 말라"고 하셨어요. 선수들이 모두 좋아해서 다행입니다.

전지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남달라 보입니다. 이 악물고 훈련하는 장면이 더 인상 깊고요.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습니까.

아무래도 곧 WBC 대표팀에 합류하게 됩니다. 일단 팀에 공백이 생기는 일이니까. 가기 전까지라도 더 열심히 훈련하고, 선수들도 챙기게 되더라고요. 제가 열심히 하면 선수들도 따라오고, 함께 훈련하면서 더욱 친해졌습니다. 예전엔 제 것만 하다 보니 후배들과 거리감이 있었어요. 원래 후배에게 뭐라고 하는 성격이 아닙니다. 요즘엔 누가 옆으로 지나만 가도 ‘고생한다’, ‘수고한다’란 말이 익숙해졌어요. 그런 걸 보면 요즘 나도 많이 달라졌구나 싶습니다(웃음).

전임 주장들이 조언도 해주고, 조금 도와주던가요.

(김)태균이 형, (정)근우 형, (박)정진이 형 모두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늘 든든한 선배들이에요. 하루는 제게 “널 믿고, 따라줄 테니 편하게 하라”고 하더라고요. ‘네가 주장이다’ 이 말이 참 고마웠어요. 뒤에서 늘 지지해주는 선배들을 봐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새 주장 이용규가 꿈꾸는 2017시즌

이용규 특유의 레그킥 타격(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이용규 특유의 레그킥 타격(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WBC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화 신경 쓰랴, 대표팀 신경 쓰랴. 바쁜 일들이 한 번에 몰렸어요. 대회 일정에 맞춰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것도 큰 부담입니다.

당장 WBC가 있으니 대회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예전부터 WBC에 나간다고 페이스를 급격하게 끌어올리진 않아요. 경기하면서 천천히 감각을 찾는 편입니다. 사실 빨리 페이스를 올리고 싶다고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현재 제 몸 상태에 맞춰가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커리어 하이인 타율(0.352)과 출루율(.438), 장타율(0.434)을 기록했습니다. 부상만 없었다면 생애 첫 100득점 돌파와 200안타 페이스였어요. 팬들도 그 점을 아주 아쉬워 했는데요.

5년 전부턴가. 수치상 목표는 잡지 않아요. 기록도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팀이 이기면 개인 성적도 따라와요. 이젠 매 경기 팀 승리에만 집중합니다. 한가지 목표를 꼽으라면 전 경기 출전이 아닐까 싶어요. 아직 한 번도 전경기에 나서보지 못했어요. 건강한 시즌을 보냈을 때,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저도 궁금합니다.

2016년 2월이지요. '딱' 지금일 텐데요. 당시 한화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습니다. 올 시즌 한화에 대한 기대는 지난해만 못합니다.

지금이 훨씬 낫지 않나요(웃음). ‘어렵다’, ‘힘들다’ 하면 오히려 독기가 생겨요. 전 요즘 마음이 가장 편합니다. 그렇다고 우리 팀이 약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물론 지난 시즌은 아쉬움이 많았어요. 뭔가 되려고 하면 누군가가 부상으로 빠지고, 전력에 구멍이 생겼습니다. 올 시즌엔 다치지 않는게 팀 최대 과제예요. 이번 전지훈련에선 워밍업 시간을 대폭 늘려서 부상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시즌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스프링 캠프가 올 시즌 한화의 승부처가 될텐데요.

선임급 선수들은 건강만 유지해도 대부분 자기 성적은 유지해요. '확' 떨어지진 않습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요즘 고민은 '팀 분위기를 어떻게 끌어 올리느냐'거든요. 온통 그 생각뿐입니다. 감독님이 절 주장으로 임명하셨기 때문에 책임감도 따르고요. 야구 실력도 실력이지만, 팀 분위기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올 시즌 승부처라고 생각합니다.

곧 대표팀에 합류합니다. 팀 동료들에게 미안함 마음이 클 듯싶은데요.

모두 워낙 잘할 거라 생각합니다. 대표팀 가서도 선배들에게 팀 상황을 계속 물어볼 거고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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