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새로운 다이나믹 듀오. 1루수 이대호와 지명타자 최준석(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롯데의 새로운 다이나믹 듀오. 1루수 이대호와 지명타자 최준석(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이대호는 풀타임 1루수다.”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올 시즌 ‘빅보이’ 이대호(34) 기용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조 감독은 지난가을부터 절치부심했다. 반전을 위한 서막은 마무리 캠프서부터 시작했다. 당시 롯데는 40명이 넘는 선수가 대거 마무리 캠프에 합류해 밤낮없이 땀을 흘렸다. 그 중심엔 조 감독이 있었다. 조 감독은 뒷짐을 지고 있기보단 종일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훈련을 독려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마찬가지다. 조 감독은 좀체 쉬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다가가 적극적으로 지도한다. '말의 리더십'이 아닌 '행동의 리더십'을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그래선지 원래 과묵했던 조 감독은 캠프에서 더 신중해졌다.

조 감독은 롯데가 8위에 머문 2016시즌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 조 감독은 “부상자들과 부진한 선수들을 대체할 '플랜 2안, 3안'의 준비가 부족했다. 이 모든 건 다름 아닌 감독의 책임”이라며 스스로를 반성했다.

반성을 교훈으로 삼은 조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올 시즌 롯데 베스트 라인업과 '플랜 2, 3안'을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핵심은 이대호의 포지션이다. 이대호가 '어떤 포지션'을 '얼마나 잘' 소화하느냐에 따라 타선 짜임새가 '확' 달라지리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일단 이대호는 주전 풀타임 1루수로 확정된 상태다. 조 감독은 “이대호를 당연히 풀타임 1루수로 기용할 계획”이라며 “이대호가 풀타임 1루수로 뛴다면 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 감독은 이대호의 수비 능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 “이대호의 1루 수비는 어지간한 선수들보다 훨씬 좋다. 체구가 커 몸이 둔하다는 평이 있지만, 포구와 송구는 웬만한 내야수 뺨치게 잘한다.”

이대호는 조 감독의 기대에 화답이라도 하듯 보다 민첩한 수비를 위해 체중을 줄였다. 수비훈련도 부쩍 신경 쓰고 있다. 게다가 캠프에서 풍부한 경험을 통한 안정적 수비 능력을 뽐내며 "이대호는 타격만큼 수비도 잘한다"는 평가를 끌어내고 있다.

풀타임 1루수에 도전하는 이대호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없다."

이대호는 풀타임 1루수 출전을 자신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이대호는 풀타임 1루수 출전을 자신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이대호의 풀타임 1루수 소화가 가능하려면, 첫 번째 관건은 무뎌진 수비 감각을 얼마나 빨리 되찾느냐다.

이대호는 롯데와 일본 오릭스 버펄로스(2012, 2013년)에서 뛸 때까지 주로 1루를 지켰다. 하지만,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한 2014년부터 1루수 출전이 줄었다. 되레 지명타자로 더 많은 경기에 나섰다.

2011년 롯데 133경기(1루수)

2012년 오릭스 129경기(1루)-15경기(지명타자)

2013년 오릭스 112경기(1루수)-29경기(지명타자)

2014년 소프트뱅크 71경기(1루수)-73경기(지명타자)

2015년 소프트뱅크 54(1루수)-87경기(지명타자)

2016년 시애틀 84경기, 70경기 선발(1루수)

그렇다면 이대호의 생각은 어떨까. 이대호는 “(1루수) 실전 감각 부족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이대호는 지난 시즌 미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일 때 1루수로 84경기(70경기 선발 1루수 출전)를 뛰었다.

이대호가 36세의 베테랑이라는 건 두 번째 과제다. 144경기를 풀타임 1루수로 뛰려면 체력적으로 강해야 한다. 조 감독과 이대호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 감독은 “지난해 시애틀에서 1루수로 뛰었고, 저렇게 몸이 좋은데 무슨 걱정이냐"고 웃은 뒤 "이대호 본인도 풀타임 1루수 출전에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이다. 이대호는 “수비는 자신 있다. 몸에 문제가 없다면 당연히 풀타임 1루수로 뛸 생각"이라며 재차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타격감을 유지하는 측면에선 오히려 수비하는 게 더 낫다는 의견이 많다. 조 감독은 “이대호가 소프트뱅크에서 2년간 지명타자로 뛰었다. 본인이 그 점에 대해 무척 아쉬워했다”며 “수비까지 믿고, 맡겼으면 일본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호 또한 “원래 수비하면서 타격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야 집중력이 더 생긴다”며 “체력 관리만 잘한다면 1루 수비를 맡는 게 공격에서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원우 감독 "이대호 풀타임 1루수 출전, 팀 타선 구성에 여유가 생긴다."

이대호가 풀타임 4번 1루수로 나선다면 롯데는 다양한 공격 조합을 구성할 수 있다. 지명타자 최준석이 이대호의 뒤를 받치는 게 가능하고, 포수 강민호가 몸이 좋지 않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 지명타자로 출전하며 체력을 비축할 수도 있다. 여기다 김상호와 여러 선수를 조합해 지명타순을 탄력적으로 활용할 여유까지 생긴다.

조 감독은 외국인 타자 번즈가 타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명타자론 최준석, 김상호가 있다. 이 선수들 말고도 다른 대안까지 있다. 타순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려면 번즈가 제 역할을 잘 해줘야 한다. 번즈에게 3번을 맡기면 강민호, 최준석 등을 하위타순에 배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워낙 자기 역할을 잘하는 손아섭의 타순 역시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

수학적으로 어떤 숫자에 1을 더하면 총합은 1만 늘어난다. 하지만, 이대호 1명의 합류는 그보다 훨씬 큰 숫자가 더해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빅보이의 1루수 고정이 불러올 파급효과가 신바람 나는 '사직극장 개봉'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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