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가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왔다(사진=롯데)
이대호가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왔다(사진=롯데)

[엠스플뉴스=애리조나]

롯데를 바꾼 이대호의 한마디 "'할 수 있다'가 아닌 '해보자'. 롯데 팬들께 다시 뜨거운 가을을 되찾아 드리자!"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늘 설레고, 들뜨게 마련이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그 즐거움이 두 배로 늘어날 듯싶다. 바로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6시즌 만에 롯데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꿈을 위해 손에 쥐었던 많은 걸 포기하고 늘 도전에 나섰던 이대호가 부산으로 돌아오자 많은 롯데 팬은 열광했다.

이대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대호는 자신을 환대해준 롯데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이대호는 인터뷰 내내 ‘팬’과 ‘우리’ 그리고 ‘할 수 있다.’, ‘해야 한다’를 반복해 언급하며 "롯데 팬들께 뜨거운 가을을 되찾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이대호를 ‘엠스플뉴스’가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현지에서 만났다.

이대호의 진심 "‘할 수 있다’ 아닌 ‘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도전해야 한다."

이대호는 성공적인 한국 복귀를 위해 체중을 줄였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이대호는 성공적인 한국 복귀를 위해 체중을 줄였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캠프에서 무척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체중이 많이 준 거 같다.

큰 차이는 없다(웃음). 비시즌 중에 체중이 불었다가 시즌 되면 또 빠진다. 캠프 준비하면서 몸을 만들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체중이 줄었다.

비시즌 훈련을 책임졌던 조철수 트레이너 말로는 “강도 높은 개인 훈련을 했다”고 하던데.

외국에서 몇 년 뛰면서 개인적으로 몸 만드는 게 익숙해졌다. 단계별로 준비했고, 팀 훈련을 소화할 만한 몸 상태로 만들어 놨다. 힘들어도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조금 더 몸을 만들고, 조금 더 열심히 해보자’란 생각으로 준비했다.

올 시즌 롯데 캠프를 보니까 분위기가 확 달라진 느낌이다. 빈말이 아니다. 규율 속에서 자신감 있게, 또 즐겁게 훈련하는 분위기다. '새 캡틴' 이대호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런가? 고맙다(웃음). 하지만, ‘지금 분위기가 좋은 것’과 ‘시즌 때 분위기가 좋은 것’은 엄연히 별개다. 지금 좋은 분위기를, 정규시즌 좋은 결과로 이어가는 게 선수단의 숙제고, 내 할일이다.

많은 주목과 기대가 부담스럽진 않나.

이런 관심과 분위기 속에서 좋은 성적이 난다면, 우리 롯데는 ‘확’ 흐름을 탈 수 있다. 반대로 성적이 나지 않으면 나도 부담스럽고, 선수들도 초조해진다. 그리고 "롯데는 매번 분위기만 좋으면 뭐하냐"란 말이 나올 수도 있다. 그걸 잘 알기에 지금은 내실을 더 다져야 할 시기라고 본다.

그래도 긍정적인 건 선수단 전체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단호한 어조로) 아니다. ‘할 수 있다’보단 이젠 ‘해 보자’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몇 년 동안 가을야구를 못했으니까 나뿐만 아니라, 후배들도 마찬가지 마음일 것이다. 그동안 ‘같이 하자’는 마음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딱' 한 마디했다.

그게 뭐였나.

"한 번 해보자. 다시 구장으로 팬들 오시게 해야 하지 않나"라고.

좋은 말이다.

선수들이 다 공감하더라. ‘어렵게 되찾은 팬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다시 뺏길 순 없다. 우리가 먼저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모든 선수가 다 하고 있다.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이대호가 복귀한 뒤 롯데 선수단 반응을 종합하면 ‘믿음과 신뢰’로 정리할 수 있다.

그 '믿음'은 내가 그동안 항상 경기에 뛰고자 했던 자세, 이기려고 노력했던 자세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다. 선수는 팀이 이기도록 열심히 뛰어야 한다. 그게 임무다. KBO리그 복귀 첫해라, 나도 더 경건하다.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고 항상 다짐한다.

'이대호'라는 슈퍼스타도 부담감을 느끼나.

사실, 외국에서 뛰는 동안엔 부담감이 그리 크지 않았다. 일단 내 역할을 잘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더 많은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이젠 내 성적도 좋아야 하지만, 팀 성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위치가 됐다. 내가 잘하고 팀이 이겨야 동료 선수들 연봉도 올라가고, 팬들께서도 기뻐하실 거다. 솔직히 부담이 크다.

"아기처럼 두려웠지만, 꿈 하나로 도전했던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뛰던 당시를 이대호 스스로는 두려웠다고 했다(사진=엠스플뉴스 박은별 기자)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뛰던 당시를 이대호 스스로는 두려웠다고 했다(사진=엠스플뉴스 박은별 기자)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됐던 2016년 1월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 소속팀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외국인 선수 한 자리를 끝까지 비워둔 채 천문학적인 조건(3년 210억 원)의 재계약안을 보냈다. 하지만, 이를 뒤로 한 채 메이저리그행을 택했다. 정말 ‘꿈 하나’ 때문이었나?

(눈을 크게 뜨고서 )진짜! 정말 꿈 때문이었다. 미국야구를 경험해보고 싶었고, 메이저리그에서 한 번 부딪혀 보고 싶었다. 정말 다른 건 없었다. 지금도 ‘가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강한 어조로) 후회는 없다.

2013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뛰던 당시 기자에게 "나이 먹어서도 언제든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적이 있다.

기억난다.

당시 솔직히 ‘어려울 텐데’하고 생각했다. ‘30대 중반에 편안한 삶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기자가 틀렸다. 당시 어떤 자신감으로 그 같은 말을 했는지 궁금하다.

내 좌우명이 ‘할 수 있다. 무조건 할 수 있다’다. 여기다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쭉 선수 생활을 해왔다. 가장 좋지 않은 게 뭔지 아나?

글쎄.

두려움이다. 난 항상 ‘언젠가 메이저리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두려움을 품지 않았다. 그리고 선수 생활 내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다른 나라 리그에서 뛰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씩 웃으며)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 나가면 말이 안 통하니까 일단 무섭지 않나. 마치 갓난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면 그 순간엔 아무것도 알지 못하듯이 말이다. 내게도 다른 나라 리그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나 마찬가지였다. 감독, 코치, 선수, 심판까지 누구 하나 아는 사람이 있었겠나? 그렇게 부딪히면서 하나 하나 알아갔다. ‘야구가 세상살이와 똑같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어떤 부분에서 그랬나.

인생만큼 야구도 적응이 중요하다. 새로운 환경도 점차 시간이 지나면 ‘원래 내 것’이었던 것처럼 편안해진다. (추)신수는 어린 나이 때부터 미국에 와서 힘든 경험을 했다. 그 덕분에 지금은 "이젠 메이저리그가 나에게 가장 편한 집 같은 리그"라고 한다. 다른 나라 리그에서 뛰면서 '적응'이 가장 힘들었다.

예전 ‘원정 숙소에 가면 혼자 한국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을 본다’는 당신의 말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이대호는 선수로서 훌륭한 커리어를 쌓고 있지만, 이대호란 사람은 외로울 수도 있겠다'고.

(환하게 웃으면서) 외롭진 않았다. 정말이다. 일단 첫 번째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야구를 했다. 팬들의 사랑이 정말 크게 느껴졌는데, 응원해주시는 그 마음 덕분에 외롭기보단 즐거웠다. 또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 어릴 적 크면서 느꼈던 그런 ‘외로움’ 같은 건 없었다.

이대호 "완벽한 스윙? 난 팀 배팅밖에 몰라!"

과거 롯데 시절의 이대호(사진=롯데)
과거 롯데 시절의 이대호(사진=롯데)

868홈런으로 프로리그 기준 통산 홈런 세계기록자인 오 사다하루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대호는 완벽한 타자”라는 극찬을 하곤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다고 보나.

난 정말 잘 모르겠다. 난 늘 배우는 입장이다. 야구는 답이 없다. ‘좋을 때’가 있고 ‘좋지 않을 때’가 있는 게 또 야구다. 심지어 후배들에게도 배울 때가 많다. 잘 치는 타자들을 보면서 ‘어떤 스윙 메커니즘으로 쳐야 더 좋은 타구가 나올까’ 늘 연구한다.

지금도 연구가 필요한가.

(눈을 크게 뜨며) 무슨 말인가. 야구는 배우면 배울수록 더 어려운 분야다. 잘하면 잘할수록 이전에 낸 성적 부담 때문에 더 힘들어지는 게 야구다.

‘가장 이상적인 타격을 한다’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10년 전부터 생각해왔던 게 있다.

그게 뭔가.

‘타율은 신경 쓰지 않고 홈런만 치는 스윙을 해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홈런 스윙만 해서 한 시즌에 몇 개나 홈런을 칠 수 있을지 '딱' 한 번은 해보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내 성격상 지금껏 그렇게 하지 못했다.

성격?

경기에 집중하면 안타도 많이 치고 싶고, 주자가 2루에 있으면 땅볼이라도 쳐서 진루를 시키고 싶어진다. 그 과정이 홈런 치는 것보다 더 재밌다. 결국엔 어떻게든 ‘점수가 날 수 있는 야구’를 하는 날 발견하곤 한다(웃음). 내가 팀에 도움이 되는 게 행복하고 좋으니까. 그러면 자연스럽게 타율도 올라가고, 홈런도 나온다.

‘개인 성적만 생각하는 야구’를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얘긴가.

몸에 배어있다. 어렸을 적부터 어떻게든 중심에 맞히는 스윙을 하는 게 당연했기 때문에 홈런만 노리는 풀스윙은 내게 ‘맞지 않는 옷’이랄까. 의식해도 이젠 못 한다.

‘30홈런은 쉽지만, 4번 타자는 힘들다’는 말이 이대호를 대표하는 ‘야구관’이다.

정말 솔직하게 144경기 체제면 30홈런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예를 들어보겠다. 타율 2할 4푼을 친다고 가정하고, '삼진 아니면 홈런'이라는 생각으로 스윙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그게 정말 내 야구인생에서 행복한 길인지는 한 번 더 생각해 볼 문제다.

이대호의 진심 “후배들아, 밥 사주고 야구도 가르쳐 줄게”

(사진 왼쪽부터) 이대호와 강영식. 이대호는 선배에게 늘 깍듯한 후배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사진 왼쪽부터) 이대호와 강영식. 이대호는 선배에게 늘 깍듯한 후배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KBO리그에서 배울 선수가 있나.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치는 KIA의 최형우 선수. 또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스윙이 참 훌륭한 KIA (김)주찬이 형. 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병호. 병호는 홈런 칠 때 보면 확실히 다르다. 그걸 보면서 느끼는 부분이 많다.

메이저리그에서 배운 것 가운데 가장 기억나는 게 있다면 그게 뭘지 궁금하다.

많이 배웠다. 타격 매커니즘은 물론이고, 시애틀 매리너스의 야수 로빈슨 카노를 보며 참 많이 감탄했다.

어떤 점에서?

리더가 지녀야 할 능력이다. 후배들을 어떻게 대하고, 팀을 어떻게 독려하고 끌고 가는지를 지켜보고, 경험하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당신 역시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배다.

존경받는 건 아닌 것 같고, 어려워하는 선배겠지(웃음). (손)아섭이나 (전)준우, (강)민호 같은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같이 운동했기 때문에 날 잘 따른다. 솔직히 지금 어린 선수들은 잘 모르겠다. 그 선수들의 성격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뭔가 말하기 어렵더라. 점차 알아가겠다.

일본에서도 리더 역량을 수행했다. 오릭스나 소프트뱅크의 젊은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당신을 따르곤 했다. 국가대표팀에서 뛸 때도 후배들에게 밥을 많이 사주고, 야구 조언을 자주 들려줬다.

하하하. 후배한테 밥 사주는 거야 뭐, 당연하고. 내가 아는 야구 이론을 후배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열정 있는 후배들이 물어보면 얼마든지 이야기해 줄 수 있다. ‘타격 매커니즘’이나 ‘멘탈 관리’나 그 많은 노하우를 혼자 가지고 있어봤자 뭐하겠나.

음.

내가 아는 지식을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전달했을 때, 그들이 그걸 받아들여서 좋은 성적을 내면 결국엔 ‘내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내가 먼저 (조언)하기보단 감독님, 코치님들이 먼저 (조언을) 전하신 이후, 내가 도움 될 부분들이 있다면 그때가서 후배들에게 조언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릭스 버펄로스 시절의 이대호(사진=엠스플뉴스 박동희 대표기자)
오릭스 버펄로스 시절의 이대호(사진=엠스플뉴스 박동희 대표기자)

프로 생활하면서 늘 목표가 ‘풀타임 출전’이었다. 이유가 뭔가.

개인적으로, 아프다고 핑계 대는 걸 싫어한다. ‘아프다, 안 아프다’보단 경기에 ‘뛸 수 있다, 없다’가 내겐 더 중요한 문제다. ‘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다. 단, 정말 아파서 뛰지 못하는 상황에서 참고 출전을 강행하는 건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도 어렸을 땐 그렇게 많이 참고 뛰었다. 그렇다고 팬들 앞에서 '아파서 못했다'는 변명을 한 적은 없다.

항상 아프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는 뜻인데.

경기 출전은 선수의 의무다. 뒷날 굳이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아팠을 때 쉬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하면 되는 거다. 지금도 만약 내가 몸이 안 좋아 ‘쉬고 싶다’고 하면 어떤 감독님이 마음 편히 ‘푹 쉬어라’고 하겠나. ‘그라운드에 나가서 서 있어만 달라’고 부탁하지 않겠나. 그럴 땐 출전하는 거다. 예전 롯데에서 뛸 땐 왼쪽 어깨가 탈골됐는데도 경기에 나갔었다.

2013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소속으로 뛸 당시 밤새 몸살과 고열, 설사에 시달린 다음 날 팀 닥터, 코칭스태프 만류에도 경기에 나섰다. 그러다 5회 어지럼증으로 교체된 바 있다.

...

그때 창백했던 얼굴이 생생히 기억난다.

벤치에 앉아 있으면 뭐하나. 눈치만 보이지(웃음).

눈치가 보인다고?

그럼요!

“9경기 연속 홈런 세계 신기록? 지면 속상해서 잠이 안 온다.”

지금도 이대호는 팀이 지면 그날 잠이 오지 않는다. 승부욕, 그것이 지금의 이대호를 만든 동기부여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지금도 이대호는 팀이 지면 그날 잠이 오지 않는다. 승부욕, 그것이 지금의 이대호를 만든 동기부여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2017시즌 풀타임 1루수를 자청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이대호가 풀타임 1루수로 나서준다면 팀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가워했다.

(단호하게) 올핸 무조건 풀타임이다. 가능하면 1루수로 다 뛸 거다. 물론 힘들 때도 있을 것이고, 나를 대체할 선수도 있으니까 10경기 정도는 1루에서 빠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올 시즌 목표는 ‘144경기를 다 1루수로 뛴다’는 거다. 그래야 (강)민호도 한 번씩 지명타자로 휴식을 취할 수 있고, 팀도 좋지 않겠나.

그렇지 않아도 조 감독 역시 "이대호가 풀타임 1루수로 뛰면 타선에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몸이 괜찮은데 수비를 쉴 이유가 있나? 계속 나갈 수 있으면 나가는 거다. 아프고, 못 뛰는 것 말고는 굳이 벤치에 있다가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갈 이유가 없다.

2010년 9경기 연속 홈런으로 세계 신기록을 작성했을 때가 기억난다. 그건 배장호도 마찬가지였다. 배장호가 그러더라. "대호 형이 8경기 연속 홈런을 친 2010년 8월 13일 KIA전에서 구원투수로 나갔다가 만루홈런을 맞아 롯데가 역전패를 당했다. 나 때문에 팀이 져 속상했다. 가뜩이나 경기 끝나고 ‘팀이 졌기 때문에 홈런 기록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고갤 숙이며 인터뷰하는 대호 형을 보며 너무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다. 올 시즌 대호 형이 홈런 친 날엔 반드시 승리투수가 돼 그 빚을 갚겠다"고.

(빙그레 웃으며) 장호가 그런 말을 했나? 그땐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웃음). 홈런 친 거야 물론 기분 좋은 일이지만, 결국 팀이 지는 걸 못 막았다. 그러니 내가 기분이 좋았겠나? 그때 선배들이 “신기록 세웠는데 인터뷰는 해야지”하고 권유해서 억지로 나간 인터뷰였다.

잔뜩 화난 표정으로 방송 인터뷰를 했었는데.

그랬을 거다. 시즌 중이었기 때문에, 마음 놓고 기뻐할 수 없는 때였다. 매일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걸려있는 살얼음판 승부가 이어졌던 거로 기억한다. 중요한 시점이었으니까, 내 기록 달성에 시선이 쏠리는 게 싫었다. 그보단 경기에 더 집중하고 싶었다.

빈말 같진 않다. 어느 리그에서 뛸 때나 팀이 지면 아무리 4타수 4안타, 홈런을 쳐도 기뻐하지 않던 장면이 기억난다.

팀이 지면 재미없지 않나. 신나지도 않고. 내 생각에 경기는 ‘맨날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지고 나면 자존심 상하고, 부끄럽다. 짜증 나고, 잠도 오지 않고.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시즌 중엔 가능하면 그런 생각을 자제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된다. 경기에 진 날엔 아무도 만나기 싫을 정도다(웃음). 난 뭐든지 남들한테 지는 걸 정말 싫어한다.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로 승부욕이 강하다.

봉사하는 이대호 “우리 모두가 나누고, 함께 한다는 것.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11년째 연탄배달 봉사하고 있는 이대호(사진=O2 S&M)
11년째 연탄배달 봉사하고 있는 이대호(사진=O2 S&M)

10년 이상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고액 기부, 연탄배달, 목욕 봉사, 저소득 가정 학비 지원, 취약계층 야구장 초대, 수재 지원금 쾌척, 토크콘서트 수익금 기부, 야구 레슨 등 사회공헌 방법이 참 다양하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가 뭔가.

사실은 사람들 모르게 하고 싶은 일들이었다. 조용히 그리고 조금씩 하고 싶었다. 하지만, 형(이차호 O2 S&M 대표)과 함께 진행했던 작은 일들이 점점 세상에 알려졌다. 요양원 가서 어르신들 목욕 시켜드리고, 연탄배달도 하고, 사찰에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 위해 공부방을 마련해주고 그렇게 소소하게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점 ‘뭐가 더 있을까’하고 자꾸 찾으면서 할일이 늘어났다(웃음). 그러다 보니 지금은 우리에게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 '딱' 끊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

일부 사람이 후원 목적으로 다가와선 자기 잇속만 챙기려고 할 때였. 그런 게 정말 싫었다. 그래서 지금은 순수한 후원 방법이 무엇인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 매년 하는 연탄배달은 오랫동안 나와 함께했던 우리 팬클럽 회원들과의 약속이라, 더 의미가 있다. 함께 모여 봉사활동하는 게 이젠 문화가 됐다. 그래서 더 뜻깊다.

(이대호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꼬박 11년 간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부산 서구, 사하구, 영도구 일대를 돌며 기초 생활보호대상자와 독거노인에게 연탄을 배달해 왔다. 이대호는 어린 시절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연탄 배달을 시작한 계기도 1997년 타계한 할머니 오분이 씨를 기리기 위해서였다. 이대호는 기부 규모를 매년 늘려가고 있다.)

2016년 11월 토크콘서트와 팬미팅을 열어 얻은 수익금을 다시 기부했다.

토크콘서트 역시 마찬가지다. 팬들이 자주 “보고 싶다”는 말을 하셨다. 그래서 기획한 행사다. 진솔한 대화나 게임을 같이 하면서 팬들과 더 가까이 하게돼 나 역시 무척 즐거웠다. 그리고 그 금액으로 연탄배달 기부를 더 확대해 진행했다.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웃음).

이대호의 마지막 꿈,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

국제대회(2008 베이징 올림픽,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2015 WBSC 프리미어 12)에서 여러 차례 우승했다.

그렇다.

숙원이던 프로 우승도 소프트뱅크에서 2회(2014, 2015시즌 2년 연속 통합 우승)했고, 2015년엔 일본시리즈 MVP에까지 올랐다.

맞다.

거기다 지난해엔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다. 이젠 모든 야구팬의 절대적인 환영을 받으며 '고향 팀’ 롯데로 복귀했다. 이만하면 야구 선수로서 꿈은 다 이룬 것 아닌가.

야구선수로 은퇴하기 전에 롯데에서 우승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 (강한 어조로) 아니 ‘해야 한다.’ 트로피에 맥주 한 잔 '딱' 따라서 먹어야 하지 않겠나(웃음). 그게 남은 꿈이다.

말하는 대로 거의 이뤄졌다.

롯데가 우승해서 '우승 여행' 가서 가족 동반으로 식사도 하고, 동료들과 이야기도 하고, 롯데 팬들 초청해서 행사도 하고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내가 어린 시절 야구를 시작할 때 목표가 ‘롯데 우승’이었다. 1992년에 마지막으로 우승하고 한 번도 하지 못한 거니까.

한 번도 하지 못한 거니까?

어마어마한 거다(웃음).

(일동 폭소) 당신을 보러 애리조나 캠프까지 온 팬과 인터뷰했다. 그 팬이 그러더라. ‘이대호는 우리의 자부심’이라고.

사실 어린 시절 내게도 롯데 선수들이 그런 존재였다. 부산에서 자라면서 어릴 적부터 쭉 롯데 야구를 보면서 성장했으니까. TV를 틀어 놓으면 항상 야구가 나왔다(웃음). 그렇게 꿈을 키웠기 때문에 나 역시 '부산 경남 팬들'과 '롯데'라는 팀에 느끼는 감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으로 돌아온 배경에도 팬들이 영향을 미쳤나.

물론이다. 내가 롯데로 복귀했을 때 팬들이 즐거워하셨던 그 마음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실망은 2배가 된다. 그럴 일이 없도록, 날 보며 기대했던 분들이 만족하실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할 생각이다. 책임감은 내가 짊어지고 가는 것이다.

이대호는 뜨거운 팬들의 함성이 그립다.

뜨거운 사직구장을 그리는 이대호(사진=롯데)
뜨거운 사직구장을 그리는 이대호(사진=롯데)

한국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감이 정말 크다. 솔직히 얼마나 부담되나.

그냥 지켜봐 주세요(웃음). 야구는 정말 답이 없지 않나. 아무리 컨디션이 좋아도 결과가 좋지 않게 날 수 있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미리 속단할 수 없는 게 야구다. 준비를 잘해서 아프지 않은 몸으로 집중해 시즌을 치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게 전부다.

국외에 있던 6년 동안 KBO리그도 많이 바뀌었다. KBO리그 경기는 자주 봤나.

롯데 경기는 자주 봤다. 하지만, 한국에선 다시 시작이다. (내게도) 도전인 거다.

올 시즌 가장 이루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무조건 5강 안에 들어 포스트시즌에 다시 가는 거다. 한 가지가 더 있다면.

뭔가.

잠시 떠나셨던 팬들을 다시 구장으로 모셔와 선수들과 즐거운 야구를 하는 것이다. 즐겁고, 이기는 야구를 펼쳐 팬들이 ‘다시 롯데 야구를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게 최대 목표다. 요즘 세상이 시끄러운데, 팬들이 야구를 보면서 마음 편하게 다시 웃으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사직구장의 함성이 그립지 않나.

당연하다. 사직구장뿐만 아니라 전국에 퍼져있는 우리 롯데 팬들이 정말 많다. 우리 롯데 야구가 재밌으면 원정을 가도 마치 홈팀처럼 응원해 주시는 팬들이 바로 우리 롯데 팬들이다. 그분들을 다시 야구장에 모시려면 팀 성적도 내고, 무엇보다 '즐거운 야구 스타일'을 보여드려야 한다. 화끈하게! 즐겁게! 두려움 없이!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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