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새 외국인 투수 앤서니 레나도(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삼성 새 외국인 투수 앤서니 레나도(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엠스플뉴스=오키나와]

삼성 라이온즈 새 외국인 투수 앤서니 레나도가 마운드에 올랐다. 큰 키(204m) 때문에 홈 플레이트 앞까지 그림자가 늘어졌다. 이내 속구가 날아들자 ‘펑’하는 소리가 일본 오키나와 아키마 구장에 울려 퍼졌다. 주무기 ‘낙차 큰 커브’도 소문대로 위력적이었다.

삼성은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잔혹사를 겪었다. 엘런 웹스터, 콜린 베레스터, 아놀드 레온, 요한 플란데가 합작한 승수는 고작 6승. 이들이 5승만 추가했어도 삼성의 잔혹사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레나도는 삼성이 야심 차게 영입한 투수다. 비시즌 내내 확실한 선발투수 찾기에 바빴던 삼성이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아예 “실력이 확실한 투수가 아니면 뽑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렇게 영입한 투수가 바로 레나도다. 삼성 관계자는 “레나도가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처럼 든든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물론 레나도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레나도는 플라이볼 비율이 높은 투수다. 지난 시즌 레나도의 9이닝당 피홈런 수는 2.87이었다. 참고로 삼성의 홈구장 대구 라이온즈 파크는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 다음으로 '파크 팩트'가 높다. 한마디로 많은 피홈런을 기록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레나도는 KBO리그에서 또 한번의 데뷔전을 앞두고 있다. 이번엔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서다. ‘엠스플뉴스’가 만난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난 레나도는 미소가 매력적인 선수였다. 인터뷰 내내 동석한 이들을 배려하는 사려깊은 친절함이 돋보였다. 레나도가 들려주는 색다른 야구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웰컴 투 삼성 라이온즈’

KBO리그에 온 걸 환영한다.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하는 전지훈련은 어떤가.

팀에 합류한지 벌써 2주가 지났다. 지금까진 아주 만족스럽다(웃음). 동료들과 의사소통이 불편하단 점을 제외하면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다. 의사소통은 점점 좋아질 것이다. 괌 날씨가 너무 더워 힘들었다. 무엇보다 부상 없이 오키나와에 도착해 다행이다.

‘삼성행’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 동기가 궁금하다.

사실 한국과 일본 야구에 대해 잘 몰랐다. 어느 날, 에이전트한테서 연락이 왔다. 한국 팀으로부터 영입 제의가 왔단 연락이었다. 바로 컴퓨터를 켜 인터넷으로 한국야구에 대해 이리저리 찾아봤다(웃음).

인터넷 검색 결과는 어땠나(웃음).

(화들짝 놀라며) 삼성이 KBO리그를 대표했던 팀이란 사실에 놀랐다. 명문 팀에서 날 원한단 게 무척 기분 좋았다. 새롭게 개장한 홈구장 ‘라이언스 파크’도 매력적이었다. 특히 그곳에서 뛸 수 있단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름이 어렵다. ‘레나도’로 부르는 이와 ‘레나우도’로 부르는 이가 있다. 가족, 친구들은 주로 뭐라고 부르나.

가족들은 ‘AR’ 또는 ‘앤서니’라고 부른다. 친구들이 가끔 ‘나도’라고 짧게 칭한다. 사실 어떻게 불러도 크게 상관은 없다(웃음).

큰 키에 훤칠한 외모가 돋보인다. 많은 여성팬의 마음을 훔칠 듯하다(웃음).

(크게 웃으며) 아주 기분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난 이미 여자친구가 있다. 직업은 배구 선수다. 5월까진 배구 시즌이라 생이별을 해야 한다. 여자친구가 시즌이 끝나는 대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부터 수염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엔 수염이 있으면, 강해 보일 거 같아 길렀다. 막상 기르고 나니 개인적으로 잘 어울리는 거 같아 만족스럽다. 좀 더 기를 생각인데, 안 어울린다면 즉시 말해달라(웃음).

레나도 “더스틴 니퍼트 뛰어넘는 투수 될 것”

레나도는 KBO리그에서 가장 키가 큰 외국인 투수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가지)
레나도는 KBO리그에서 가장 키가 큰 외국인 투수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가지)

메이저리그 2010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이다. 당시 드래프트 동기들을 살펴보면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내셔널스), 매니 마차노(볼티모어 오리올즈), 크리스 세일(보스턴 레드삭스) 등이 있다.

(한숨을 내쉬며)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 성적이 시원찮았다.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보스턴, 텍사스, 화이트삭스 같은 팀에서 뛴 사실은 내 인생의 큰 재산이다. 3개 팀에서 뛰며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봤다. 난 그걸로 만족한다.

유년기 시절 ‘야구’와 ‘농구’ 두 종목에서 모두 재능을 보인 것으로 안다. 특히 고교 시절엔 ‘노히트 노런’을 2번이나 기록했는데.

조사를 많이 한 거 같다. 고맙다(웃음). 당신 말이 맞다. 노히트 노런은 물론이고, 지역 챔피언에도 올랐다.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루지애나 주립대 2학년 땐 미국 전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대학 진학을 놓고, 고민할 때 대학 원서를 받았는데 농구는 디비전 1팀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웃음). 결국, 야구쪽 조건이 더 좋아 선택하게 됐다.

타자를 상대할 때, 주무기는 무엇인가.

커브와 속구 모두 자신 있다. 한 가지만 꼽으라면 아무래도 속구다. 최근엔 95마일(152km/h)까지 나왔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땐 헥터 노에시(KIA)만큼이나 촉망받는 투수였다. 한국엔 ‘투 피치 투수’로 많이 알려져 있던데.

보통 속구와 커브를 많이 던진다. 다른 구종도 던질 수 있지만, 그리 인상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웃음). 한국행을 결정하고, 커터와 체인지업을 맹연습하고 있다. 완벽히 내 것으로 만들어 팬들 앞에서 다양한 구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플라이볼 투수'라는 평이 많다. '라이온스 파크'는 홈런이 자주 나오는 구장이다. 레나도와 라이온즈 파크의 궁합에 우려를 제기하는 이유다.

미국에서 뛸 때 홈런을 많이 맞았다(웃음). 지금 커터를 연습하는 이유도 피홈런을 줄이기 위해서다. 현재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 투구를 점검하고 있다. 피홈런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할 필요가 없을 거 같다.

큰 키(204cm)가 인상적이다. 삼성에서 뛰다가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떠난 릭 밴 덴 헐크가 198cm였다. 지난 시즌까지 더스틴 니퍼트(두산)가 203cm로 외국인 투수 가운데 가장 컸다. 이제 그 자릴 당신이 이어받게 됐다.

니퍼트는 아주 좋은 성공 사례다. 내게도 큰 자극제가 된다. 니퍼트처럼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니퍼트는 지난 시즌 22승(3패)을 기록했다(웃음).

잘 알고 있다. 20승은 모든 투수의 꿈이다. 아직 장담할 순 없지만, 니퍼트를 뛰어넘고 싶다.

레나도에게 주어진 과제, ‘다양한 구종을 마스터하라’

레나도는 과연 삼성의 에이스가 될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레나도는 과연 삼성의 에이스가 될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당신이 본 한국야구, 어떤 느낌인가.

얼마 전부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물론 보는 것으론 알 수 없다. 직접 부딪혀 봐야 안다. 아직 한국야구에 대해 잘 모른다. 당장 결론을 내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일본프로야구를 경험한 팀 동료 재크 패트릭에게 자주 묻는 편이다.

전지훈련을 통해 새로운 변신을 시도 중이라 들었다.

다양한 구종 장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투 피치’에서 ‘포 피치’로 구종을 늘리고 있다. 특히 땅볼 유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KBO리그 첫 시즌이다. 개인적인 바람이나 기대하는 바가 클 듯싶다.

일단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냈으면 좋겠다. 건강을 유지한다면 모든 에너지를 투구에 쏟아부을 수 있을 거다. 팀도 그걸 원할 것으로 믿는다.

삼성은 지난 시즌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과 부상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당연히 삼성이 당신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삼성에서 뛰었던 앨런 웹스터와 친구 사이다. 웹스터로부터 삼성 이야길 자주 들었다(웃음).

웹스터가 어떤 조언을 하던가.

첫 번째는 '항상 건강을 챙기라'는 조언을 들려줬다. 그리고 '많은 승수를 쌓으라'고 하더라. 덧붙여 '삼성은 참 조직적으로 체계화된 구단'이라고 칭찬했다. "메이저리그 팀 만큼이나 잘 조직이 갖춰진 팀이니 가서 꼭 삼성 우승을 이끌라"고 격려해줬다.

한국은 외국인 선수를 동료 이상으로 생각한다. 가족이나 친구처럼 거리낌 없이 대한다.

나도 그런 문화를 좋아한다. 사실 팀 동료들과 괌에선 좀 서먹했다. 새로운 훈련지인 오키나와에 왔으니 더 친해지고 싶다.

머나먼 타국에서 새 야구 인생을 시작한다. 당연히 포기해야 할 부분도 많을 거다. 그럼에도 아직 야구가 즐거운가.

당연하다. 지금도 한국에서의 생활이 정말 기대된다. 하루빨리 마운드에 오르고 싶다. 서로 존중하고, 예의를 갖춰 재미있게 야구할 생각이다.

삼성 왕조 부활의 큰 짐을 짊어졌다. 당신이 그리는 올 시즌 큰 그림은 무엇인가.

무조건 이기는 것이다. 많은 승리를 거둬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걸 팀도 바라고 있다. 개인적인 목표는 아직 없다. 시즌을 시작해야 알 것 같다. 다양한 구종을 숙달하는 것도 내겐 큰 과제다.

‘새로운 에이스’에 대한 삼성 팬들의 기대감이 크다.

삼성 팬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 유투브로 삼성 응원 영상을 일일이 찾아봤다. 이렇게 열정적인 팬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선수에게 큰 영광이다. SNS로 팬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최대한 댓글도 많이 달고, '좋아요'도 누를테니 많이 찾아와 달라(웃음).

전수은 기자gurajeny@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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