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팀에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는 켈리(사진=엠스플뉴스 박은별 기자)
언제나 팀에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는 켈리(사진=엠스플뉴스 박은별 기자)

[엠스플뉴스=플로리다]

운동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 가는 선수들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깍듯하게 인사하는 SK 와이번스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 코치들이나 선수들의 말에 "네~"라고 답하는 것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한국 무대 3년 차를 맞이하는 켈리는 단순히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억양까지 살릴 줄 아는 한국어 능력자다.

"고기 주세요.", "많이 마늘 주세요.", "소금 주세요."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켈리는 아는 한국어를 자랑하듯 쏟아냈다. 된장찌개와 김치를 제일 좋아한다는 켈리. 이젠 입맛까지 한국 선수와 다름없다. 이번엔 스프링캠프에서 한국어 무기(?)를 하나 더 추가했다. 자신에게 늘 장난을 거는 제춘모 투수코치를 향해 '반칙왕'이라 부르는 게 그 무기다.

가만히 지켜보면 이만한 장난꾸러기가 없다. 끊임없이 코치, 선수들과 장난을 친다. 하지만, 운동할 때만큼은 또 한없이 진지하다. 시간 날 때마다 동료 선수들과 야구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역시 자주 볼 수 있다.

SK 코치들은 이구동성으로 “열심히 훈련에 몰두하는 켈리가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며 "이만한 복덩이가 어디 있을까 싶다"고 켈리를 칭찬하기 바쁘다. "올 시즌 켈리가 일을 내도 크게 낼 것”이라고 코치들이 믿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듯 싶다.

켈리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새로 팀에 입단한 외국인 코치들과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서 중간 다리 역할까지 하고 있다. 올 시즌엔 특히 김광현이 맡았던 에이스 역할까지 해줘야 한다. 하지만, 켈리는 이를 부담으로 느끼지 않는다. 되레 막중한 책임감을 즐기고 있다.

유쾌한 에너지로 SK 캠프에서 ‘산소 같은 역할’을 하는 켈리를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SK와 재계약한 이유, 나에 대한 팀의 기대 때문"

엠스플뉴스와 인터뷰 중인 켈리(사진=엠스플뉴스 박은별 기자)
엠스플뉴스와 인터뷰 중인 켈리(사진=엠스플뉴스 박은별 기자)

SK 소속으로 다시 한국에서 뛰게 됐다. 축하한다.

다시 팀에 돌아오게 돼 기쁘다. 3년 동안 SK 유니폼을 입게 된 건 내겐 큰 영광이다. KBO리그 외국인 선수 대부분이 해마다 바뀌는데 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KBO리그 3년차 선수로서 더 열심히 뛸 생각이다.

SK 유니폼을 다시 입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야구가 정말 좋다. 그리고 구단이 내게 정말 잘 해준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구단에서 환경을 잘 만들어 줬다. 사실 마이너리그에선 SK에서만큼 팀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없다. 팀에서 내게 큰 역할을 맡겨주고, 내 선전을 기대한다는 게 내가 다시 SK에 돌아온 이유다.

재계약 전, 트레이 힐만 SK 감독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들었다.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궁금하다. 혹시 힐만 감독과의 대화가 거취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고 싶다.

힐만 감독과 전화 통화한 건 맞다. 힐만 감독이 ‘올 시즌 어떻게 팀을 운영할 것’인지와 관련한 계획과 목표을 이야기해줬다. 난 지난 시즌을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못다 이룬 꿈을 위해 도전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그때 경험 많은 힐만 감독이 내 고민을 듣고 많은 조언을 들려줬다. 전화 통화한 뒤 (재계약) 결정이 더 쉬워진 게 사실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이 무엇이었나.

한국에서 계속 뛰는 것과 미국 무대에 다시 도전하는 두 상황을 놓고, 장점과 단점을 차례로 이야기해줬다. 나 혼자 결정 내리기 어려운 일이었는데 내 야구와 내 삶에 대해 제 3자 로부터 객관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던 기회였다.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한 고민이라, 비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받은 오퍼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정식 오퍼를 받은 건 없다. 오프시즌 초반 관심을 보인 빅리그 팀은 있었다. 하지만, 언제 공식오퍼가 올지 알 수 없었고, 설령 오퍼가 온다손 쳐도 계약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연봉 85만 달러에 계약했다. 최근 2년간 좋은 성적을 거뒀다. 가뜩이나 KBO리그 외국인 선수 몸값이 날로 치솟는 상황에서 얼마든지 금액적인 부분에서 욕심을 낼 수 있었는데.

계약 때 고려할 사항 가운데 돈이 전부는 아니다. 지금 받고 있는 돈으로도 충분하다. 꿈에 대한 고민이 컸지만, 내가 SK에 돌아온 가장 큰 이유는 앞서 말했든 이 팀에서 나에게 좋은 대우를 해줬고, 내가 해야 할 역할 역시 크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제 한국 스프링캠프는 익숙할 듯싶다. 팀의 수장이 외국인 감독으로 바뀌고서 ‘팀 분위기 가운데 이런 부분이 가장 많이 바뀌었다’하는 게 있나.

지금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웃음). 내겐 익숙한 '아메리칸 스타일'이다(웃음). 우리 캠프를 보라. 에너지가 넘친다. 감독의 리더십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잘 흡수되고 있다.

코칭스태프와의 의사소통이 한결 편해졌지 않나.

아무래도 그렇다. 내가 2년 전, SK에 처음 왔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 온 외국인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내게 한국 야구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하고 있다. 가능한 한 그들에게 좋은 정보를 주려 노력하고 있다.

유독 코치들과 잘 지내는 것 같다. 아, 요즘 제춘모 투수코치와의 ‘브로맨스’가 팬들 사이에선 화제다. 제 코치에게 별명도 지어줬던데.

(제 코치는) 항상 날 속이고, 장난을 건다. 그래서 '반칙왕'이라고 부른다(웃음). 물론 제 코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치다. 대부분의 코치가 진지한 편인데, 제 코치는 어울리기 편하고, 재미난 사람이다.

"선의의 경쟁자 김광현, 그리울 것이다."

켈리가 인터뷰 도중 눈이 마주친 조동화를 향해 손가락 하트를 날리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박은별 기자)
켈리가 인터뷰 도중 눈이 마주친 조동화를 향해 손가락 하트를 날리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박은별 기자)

한국에서 맞는 3번째 시즌이다. 올 시즌 당신이 또 어떤 활약을 펼칠까 기대하는 팬이 많다.


올 시즌 우리 팀엔 김광현이 없다. 그의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을 거다. 그래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김광현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압박감을 느낀다’고 했는데 그 강도가 무척 심할 듯힢다.

김광현은 우리 팀 투수진에서 정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다. 물론 남아있는 투수들 역시 매우 뛰어난 투수들이고, 난 그들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스캇 다이아몬드와 기존 투수들이 힘을 합쳐 김광현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믿는다. 아, 참.

?

김광현과 난 선의의 경쟁을 했다. 서로에게 자극제가 됐다. 김광현이 잘 던지면 나도 더 잘 던지고 싶었다. 그는 내게 긍정적인 도움을 준 파트너였다. 김광현이가 없으니 그런 점이 그리울 것 같다. 스캇과 윤희상 등 다른 선발투수들이 김광현의 역할을 대신 해줄 것으로 믿는다.

김광현은 현재 재활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친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보고 싶다. 재활 잘 했으면 좋겠고, 하루빨리 돌아오길 바란다. 올 시즌 못 던져도 된다. 내년에 잘 던지면 된다(웃음). 힘내라 광현!

3년의 시간이 흘렀다. KBO리그 적응이 완전히 끝났을 듯싶다.

한국 야구를 접하면서 내 야구가 좀 더 똑똑하고, 현명해졌다. 한국 타자들은 정말 똑똑하다. 솔직히 한국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타자들이 이렇게 잘 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덕분에 내 야구가 스마트해졌다(웃음).

가장 까다로운 타자로 김태균(한화 이글스)을 꼽은 바 있다. 올 시즌 김태균을 어떻게 상대할 생각인가.

비밀이다(웃음). 여기서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김태균은 KBO리그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다. 그의 타격 영상을 자주 보고 있다. 올 시즌엔 새로운 공략법을 찾아낼 거다.

KBO리그에 김태균보다 더 무서운 타자가 돌아왔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다.

지난해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본 적 있다. 상대해봐야 알 것 같다.

귀감이 되는 켈리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다면 뭐든지 주고 싶다"

당신은 코칭스태프와 팬들 사이에서 역대 SK 외국인 선수 가운데 최고의 선수란 평을 듣고 있다.

SK처럼 우승 경험이 많은 팀에서 역대 가장 좋은 외국인 선수로 날 언급해줘 영광일 따름이다. A미국엔 '과정을 믿으라'는 말이 있다. 난 그걸 지금도 절대적으로 그 말을 믿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만의 과정을 성실히 밟아온 게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된 거 같다.

SK 코칭스태프가 한결같이 하는 소리가 있다. "켈리는 야구실력이 좋고, 성격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후배 투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라고.

팀원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된다는 건 기쁜 일이다. 우리들은 각자 다른 문화에서 다른 야구를 배워왔다. 해결책을 찾는 방법도 다 다르다. 그래서 더 많이 대화하고 공유해야 한다. 팀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표현을 하지만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선수들이 성장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 돕고 싶은 마음이다. 선수들이 발전하는 걸 보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내가 동료들 덕분에 발전하고 또 다른 선수들 역시 나로 인해 발전한다는 건 결국 팀이 발전한다는 의미와 같다. 나도 승리하고 싶고, 팀원들도 간절하게 이기길 바란다는 걸 알고 있다. 서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만들고,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공유할 수 있다면 정말 바랄 게 없겠다(웃음).

마지막으로 올 시즌 가장 이루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듣고 싶다.

팀이 우승하는 것이다. 개인적 목표는 정말 없다. 내가 이기면 팀이 이기는 것이다. SK를 대표하는 선수란 마음가짐으로 팀이 이기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SK 파이팅!

박은별 기자 star8420@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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