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뉴스=애리조나]
NC 다이노스는 이번 미국 스프링캠프를 30대 베테랑 선수들 없이 치르고 있다. 올 시즌으로 계약이 끝나는 베테랑 3인(이호준, 손시헌, 이종욱)은 19일부터 애리조나 2군 캠프에서 몸을 만들 예정이다.
대신 NC는 갓 입단한 신인과 육성 선수 등 젊은 선수들을 대거 미국 1군 캠프에 데려왔다. 치열한 내부 경쟁과 캠프 경험을 통해,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올 시즌 이후를 준비하려는 목적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손시헌 이후를 책임질 유격수 자원 발굴이다. 외야는 김준완, 김성욱의 급성장으로 이미 주전급 선수가 넘친다. 지명타자 자리도 권희동, 모창민과 3루수 박석민이 돌아가며 맡을 수 있다.
하지만, 유격수 자리만큼은 지난 3년간 손시헌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선수가 나오질 않았다. 손시헌이 일단 라인업에서 빠지면, 공-수에서 큰 구멍이 뚫렸던 게 사실이다. 이제 차기 유격수 찾기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이번 캠프에서 NC가 ‘포스트 손시헌’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다.
이상호-김찬형-황윤호, 포스트 손시헌 후보 3인

입단 2년차 유격수 김찬형(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입단 2년차 유격수 김찬형(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스프링캠프에서 NC 유격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후보는 총 3명.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합류한 이상호, 경남고 출신 2년 차 신예 김찬형, 고졸 6년 차 내야수 황윤호가 해당한다.
이 가운데 이상호와 황윤호는 2011년 NC의 창단 첫 캠프인 강진 시절부터 함께한 멤버들이다. 김찬형은 2016 신인 드래프트에서 NC의 지명을 받고 지난 한 해 퓨처스리그에서 기본을 다졌다. 후보마다 각기 뚜렷한 장단점이 있다.
이상호는 비교적 풍부한 1군 경험이 장점이다. 1군에서 통산 3시즌 214경기에 출전했다. “이미 1군 전력이라, 바로 실전에 투입해도 큰 무리가 없는 선수”라는 게 NC 코치진의 설명이다.
NC 창단 첫해인 2012년 퓨처스리그에서 8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1을 기록한 이상호는, 2013시즌 1군에서 103경기 타율 0.248을 기록했다. 그해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은 0.5승으로 NC 팀 내 야수 가운데 6위에 올랐다.
원래 타격이 강점인 선수는 아니었으나, 최근 2년 동안 상무 야구단 소속으로 활약하며 공격력이부쩍 좋아졌다는 게 NC 코치진의 평가다. 실제 이상호는 2016 퓨처스리그에서 83경기 타율 0.347에 장타율 0.407의 좋은 기록을 남겼다. 같은 해 9월 1군 합류 이후엔 15경기에서 타율 0.280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원래 이상호는 2루수와 3루수, 유격수를 모두 볼 수 있어 유틸리티 요원과 대주자로 활용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포스트 손시헌'을 찾는 팀 상황과 맞물려, 이젠 주전 유격수 자리를 넘보고 있다. 특히 통산 도루성공률 81.3%(성공 39/실패 9)를 기록할 만큼 빠른 발과 도루센스를 갖춰 NC가 추구하는 뛰는 야구와도 잘 어울린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이상호는 데뷔 이후 유격수보다는 2루가 주 포지션이었다. 유격 수비는 좀 더 경기를 치르며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또 이상호가 선발 유격수로 나설 경우, 감독으로서는 ‘슈퍼 유틸리티’ 자원을 잃게 된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원래 이상호는 대주자로 투입한 뒤, 교체 없이 그대로 내야 대수비로 들어가 경기를 끝까지 소화하는 역할을 하던 선수다.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에 투입할 수 있어, 감독의 선수 기용폭을 넓히는 역할을 해왔다.
'포스트 손시헌'을 꿈꾸는 김찬형, 황윤호

NC가 찾는 '포스트 손시헌'의 후보 이상호(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NC가 찾는 '포스트 손시헌'의 후보 이상호(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한편 이상호와 경쟁하는 후보로는 입단 2년 차 김찬형이 있다. 김찬형은 경남고 시절부터 뛰어난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로 주목을 받았다. 지명 당시 “타구 판단 능력은 물론 볼 핸들링과 포구, 송구까지 군더더기 없이 안정적인 수비 동작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격에서도 “빠른 볼 공략 능력이 좋고, 변화구 대처 능력도 갖췄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입단 첫해를 퓨처스리그에서 보낸 김찬형은 1년간 수비 기본기를 가다듬고,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힘을 키웠다. 그 결과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코칭스태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NC 이동욱 수비코치는 “입단 당시보다 송구가 많이 좋아졌다. 수비범위도 넓은 편”이라고 호평했다. 이도형 타격코치도 “공-수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라고 내다봤다.
캠프 기간 열린 청백전에서 NC는 경기마다 이상호와 김찬형을 선발 유격수로 기용했다. 톱타자로 출전해 많은 안타를 때려낸 이상호의 활약이 돋보였지만, 김찬형도 안타와 타점을 기록하며 만만찮은 성장세를 보였다. 이상호는 네덜란드 WBC 대표팀과 평가전에도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즉시 전력’에 가까운 이상호와, 성장 잠재력이 큰 김찬형의 유격수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입단 6년 차 시즌을 맞는 황윤호도 여전히 유격수 자리의 잠재적 경쟁자다. NC의 한 코치는 “황윤호는 상당한 경기 경험을 갖추고, 안정적인 수비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여기다 열정적인 플레이도 돋보인다”고 했다.
황윤호는 청백전에서 유격수보다 주로 2루수로 출전했다. 김경문 NC 감독은 “황윤호도 2루에 나가서 잘하더라”며 “유격수 경쟁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충분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경쟁의 고삐를 끝까지 늦추지 않겠다는 얘기다.
손시헌은 부상 회복 중, 노진혁은 2017 막판 복귀

황윤호도 NC 유격수 후보 가운데 하나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황윤호도 NC 유격수 후보 가운데 하나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그렇다면 주전 유격수 손시헌의 2017시즌은 어떻게 될까. 손시헌은 현재 가벼운 팔 부상으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다. 2군 캠프에서 단계별로 몸을 만들어 팀에 합류할 계획이다. 김경문 감독은 “손시헌의 몸 상태가 많이 나아지고 있다 들었다”며 모든 선수에게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NC의 새 유격수 찾기는 비단 이번 시즌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시즌 말미엔 노진혁이 상무 복무를 마치고 팀에 돌아온다. 노진혁은 NC의 퓨처스리그 시절과 1군 진입 첫해 주전 유격수였다. 공격은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수비력 면에선 팀 내에서 손꼽히는 경쟁력을 갖춘 선수다. 상무에서 어느 정도 공격력을 보완해서 돌아온다면, 충분히 주전 탈환을 노릴 수 있다.
불꽃 튀는 경쟁 속에 NC의 미국 스프링캠프 과제인 ‘포스트 손시헌 찾기’는 오늘도 계속된다. 이번 캠프 최대 격전지인 NC 유격수 자리를 주목해서 봐야 할 이유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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