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민은 웃을 일 많은 겨울을 보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임창민은 웃을 일 많은 겨울을 보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NC 다이노스 임창민은 2016시즌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였다.

단순히 세이브 숫자 때문이 아니다. 세이브만 놓고 보면 36세이브의 넥센 히어로즈 김세현은 물론, 28세이브의 LG 트윈스 임정우에도 미치지 못했다(26세이브). 볼 스피드도 평균 148.3km/h를 뿌린 김세현이나, 평균 144.6km/h를 던진 임정우에 한참 뒤떨어진 142.7km/h를 기록했다.

그러나 임창민은 이들 마무리 투수 가운데 가장 낮은 평균자책(2.57)과 가장 많은 탈삼진(91개)을 기록했으며, 9이닝당 탈삼진 11.70개로 김재윤(12.09) 다음으로 높은 탈삼진율을 보였다. 또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를 나타내는 WAR도 3.25승으로 리그 불펜투수 중 최고의 수치를 올렸다. 투구내용 전반을 놓고 보면, 임창민은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가장 압도적인 마무리였다.

생각해 보면 신기한 일이다. 무시무시한 광속구를 던지는 투수도 아니고, 임정우의 커브나 김세현의 슬라이더 같은 필살 구종이 있는 것도, 그렇다고 아주 뛰어난 신체조건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지만, 임창민의 공을 타자들은 제대로 때려내지 못한다. 임창민 본인은 “1군 처음 올라왔을 땐 내 공을 만만하게 여기는 타자도 많았다”고 했다.

임창민은 매년 숱한 마무리 투수가 쓰러져 가는 와중에도, 두 시즌 연속 정상급 마무리 자리를 굳게 지킨 투수이기도 하다. 그리고 올해로 풀타임 마무리 3번째 시즌에 도전한다. 3년은 롱런하는 마무리로 가는 기준점이다. 괴물 같은 능력치와 요란한 주제가를 자랑하는 마무리 투수들 틈에서, 어찌 보면 가장 ‘평범한’ 마무리인 임창민이 가장 오랫동안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게 흥미롭다.

임창민은 NC 팀 내에서도 매우 독특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임창민의 나이는 이제 서른셋이다. 다른 구단이라면 고참과 신예 사이에 낀 중간급 젊은 투수가 이 나잇대다. 하지만 NC 마운드에선 임창민이 단연 최고령 투수다. 투수조 조장으로서 후배들을 다독이기도 하고, 앞장서서 이끄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팀과 동료들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책임감은 임창민을 움직이는 힘이다. 임창민은 지난 시즌 터진 팀의 여러 악재에 대해 연대 책임을 느낀다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NC를 예전처럼 다른 팀 선수들이 오고 싶어 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욕도 보인다. 소속팀과 동료들에 대한 진정한 애정이 없이는 하기 쉽지 않은 얘기다.

NC 마무리이자 투수조 조장이자 최고참까지. 안 그래도 여러 책임으로 무거운 임창민의 어깨에 이제는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표팀 투수라는 새로운 짐이 더해졌다. 임정우의 페이스 조절 실패로 임창민이 대표팀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대표팀에서 임창민의 나이는 딱 중간이다. 역할도 마무리가 아닌 중간계투일 가능성이 크다. 팀에서와는 또 다른 역할을 맡게 되지만, 임창민은 특유의 책임감과 열정으로 언제나 온 힘을 다할 참이다.

팀과 동료들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가득한 투수, 임창민을 스프링캠프에서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인터뷰는 임창민이 WBC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인 2월 15일 애리조나 투싼 스프링캠프에서 이루어졌다.

“내 가능성 재발견에 만족, 후반기 페이스 저하 아쉽다”

임창민은 2016시즌 리그 최고 마무리였다(사진=NC).
임창민은 2016시즌 리그 최고 마무리였다(사진=NC).

예년보다 조금 늦은 2월 1일부터 스프링캠프가 시작됐다. 겨우내 어떻게 운동하면서 캠프 합류를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비시즌 기간에는 체력 훈련 위주로 준비했다. 몸에서 약한 부위를 강화하고, 교정할 수 있는 부위를 교정하면서 몸을 만들었다. 서울에 있는 개인 피트니스 센터에서 일대일로 운동을 했다.


원래 집이 서울 쪽인가?

서울은 아닌데, 서울 부근에서 볼일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아서 주로 서울 쪽에서 지냈다.

상을 많이 받아서 그런 것 아닌가. (웃음)

그래 봐야 1년에 하나씩 받는 정도다. (웃음)

지난 시즌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만족스러운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다.

일단 좋은 점은, 전반기에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이다. 내 자신이 가진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나란 사람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그런 가능성과 좋았던 페이스를 시즌 마지막까지 유지하지 못한 게 아쉽다.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게 더 아쉬운가, 아니면 마무리 보직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큰가.

페이스를 유지 못 한 게 더 아쉽다. 만약 시즌 끝까지 잘 유지했다면, 마무리도 계속할 수 있었을 테고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을 거다.

퓨처스리그 시절을 제외하면,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한 시즌 70이닝을 던졌다. 후반기 부진은 많은 이닝을 던진 영향도 있다고 봐야 할까.

아무래도 신체적인 퍼포먼스가 좋아지면, 투수가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게 마련이다. 대신 몸이 그 퍼포먼스를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내가 그 부분까지는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했던 것 같다. 후반기에 안 좋았던 데는 그 이유도 있었다고 본다.

“후배 투수들의 일탈, 선배로서 책임감 느낀다”

투수진의 든든한 최고참(사진=NC).
투수진의 든든한 최고참(사진=NC).

다른 인터뷰에서는 지난해 팀을 둘러싼 여러 부정적인 이슈가 투구하는데 영향을 줬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 선수나 팀이나 모두가 함께 겪은 어려움이기도 하다. 그런데, 팀에 생긴 각종 악재는 우리 모두가 다 간접적이나마 어느 정도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는다.

왜냐면, 내 후배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 친구들 사생활에 조금만 더 관심을 뒀다면 사전에 방지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좀 더 일찌감치 눈여겨보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

자책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른 팀원들도 피해자다.

나 혹은 우리 팀보다는, 이 야구판 전체가 피해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야구판에 속한 선수들, 팬들, 야구를 즐기고 야구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피해를 보았다. 소수의 잘못 때문에 이 모두가 다 사라질 수도 있는 문제 아닌가. 어쨌든 우리 팀 내부에서 생긴 일이고, 함께 야구한 사람으로서 문제가 생겼을 때 먼저 나서서 사과하고 잘못된 점을 인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투수조 가운데 고참급으로서 느끼는 책임의식이 큰 것 같다.

뭐랄까. 나이 많은 선수와 어린 선수가 실력이 엇비슷하면, 아무래도 팀으로서는 어린 선수를 쓰는 편을 선호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고참 선수에게는 실력보다 더 많은 게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고참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따로 있다. 어린 선수들을 위해 뭔가 하나라도 더 던져주고 도와주면서, 팀 전체가 시너지를 내고 발전적으로 갈 수 있게 기여하는 역할을 팀에서 요구하지 않나. 그런 부분들을 고참이라면 좀 더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고참이라면 개인 성적 외의 것들까지 신경 쓰는 게 당연하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각자 자기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니까. 팀에서도 고참에 대해서는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은 많이 배려해준다. 그만큼 고참으로서도 마땅히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벌써 그런 것들까지 신경 쓸 시기가 됐나.

어쩌다 보니 벌써 그렇게 됐다. (웃음)

서른세 살이면 다른 팀에서는 중간급인데, NC 투수진에선 최고참이다.

그러게. (웃음) 다른 걸 떠나서, 일단 팀에서 그 역할을 할 다른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내가 고참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좀 더 신경 써서 해야 한다. 어린 선수는 어린 선수에게 요구되는 임무와 행동이 있고, 나에게도 내 연차에 요구되는 임무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기 야구만 하면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 이제는 점점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진다. 골치 아프지 않나.

처음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재작년쯤인가, 선배들에게 한 차례 하소연하기도 했다. 팀에 비슷한 나잇대 다른 선수도 있는데, 왜 하필 내가 총대를 메야 하냐고. (웃음) 그랬더니 선배들이 ‘네 운명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후배들을 챙기면서, 한편으로 나에게도 좋은 점이 있더라.

어떤 게 있나.

야구란 게 나 혼자 하면서 스스로 배우는 부분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도와주면서 그걸 통해 배우게 되는 것들도 있다. 후배들에게 사생활이나 멘탈이나 야구 스킬 같은 것들을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깨닫는 것들이 분명 있다. 후배들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어떤 부분에선 나 자신을 위하는 셈이기도 하다. 나에게도 분명 도움이 된다.


롯데 이대호도 후배 타자들을 보면서 배운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언뜻 생각하면 이대호가 다른 타자에게 배울 게 뭐가 있을까 싶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나 역시도 후배들 보면서 많이 배운다. 내가 모든 부분에서 그 친구들보다 뛰어난 건 아니니까. 어떤 면에선 후배가 나보다 더 뛰어날 수도 있는 거다.

예를 들자면?

가령 어떤 후배에게 ‘한번 이렇게 해봐’ 하면서 내가 가진 걸 알려주면 그 친구가 따라서 한다. 그런데 그렇게 배운 걸 그 친구가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서 발전시키는 걸 지켜보면, 그 친구만이 가진 장점이 눈에 보인다. 그걸 통해서 배운다. 또 후배에게 사생활 관련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을 하면, 받아들이지 않는 선수도 있지만 잘 받아들이는 선수도 있다. 조언을 받아들인 뒤 그 친구가 발전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도 깨우치는 부분이 생긴다.

그렇게 오래도록 한 여성만 만난 선배가 해주는 사생활 조언이라면, 말 다 한 것 아닌가. (웃음)

그런가. (웃음)

투수조 조장도 맡고 있다고 들었다. 투수들 데리고 회식도 많이 할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투수조 회식 자리에서 술이 사라졌다.

술 없는 회식이라니.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데.

그렇지는 않다. (웃음) 술이란 게 적당히 즐기면 좋지만, 일정한 선을 넘어가면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지난 시즌에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나. 말하지 않아도 다들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불만 없이 따라오는 편이다. 투수조 전체가 좋은 분위기 속에 잘 나아가고 있다고 본다.

이제는 NC 팀 내에 나이 많은 투수가 거의 없다. 서른 세 살인 당신과 김진성이 최고령이다. 어린 선수가 워낙 많다 보니 신경쓰이는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가.

오히려 올해 스프링캠프가 더 편한 것 같다. 선수단 분위기도 어린 선수들에게 좀 더 편한 쪽으로 바뀌었다. 이전에 다소 진지하고 무거웠던 분위기가, 올해는 좀 완화되어 보다 가볍고 재미있는 분위기가 된 것 같다. 지금의 분위기가 괜찮다고 본다.

“마운드는 종합병원, 인턴 실수는 베테랑이 만회한다”

임창민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다(사진=NC).
임창민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다(사진=NC).


불펜 이야기를 해 보자. NC는 불펜진이 굉장히 강한 팀이다. 필승조 4명 가운데 3명은 마무리 투수 경험도 있다. 필승조 투수들 간에 묘한 경쟁의식도 느낄 것 같은데, 실제론 어떤가.

전혀. 전혀 경쟁의식 없다. 적어도 나는 없다. (웃음)


정말인가.

이제 우리끼리 내부적인 경쟁을 할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 필승조는 모두 1군 엔트리에 포함될 선수들이다. 이미 팀 내 경쟁을 통과한 선수들이 주축이다. 그렇다면 팀 내 경쟁보다는 다른 팀 선수들과 경쟁하는 데 포커스를 맞추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누구를 몇 회에 투입하느냐 차이일 뿐이지, 1군 필승조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는 얘기인가.

언제 등판하는지가 그렇게 중요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지난해 후반에는 마무리가 아닌 앞에서 던지는 역할을 잠시 수행했다. 오랜만에 앞쪽에서 던져보니 어떤 기분이 들었나.

마음이 편했다. 굉장히 편했다. 내가 위기 상황을 만들어도, 어차피 다음 투수가 올라올 것 아닌가. 물론 마무리 투수는 천천히 준비하고 관리할 시간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중간투수도 중간 나름의 장점이 있기에, 그 장점만 생각하고 던지면 큰 어려움은 없다고 본다.

마무리 임창민 앞에서 던지는 투수들도 마찬가지 생각이었을까.

한번은 어린 투수들이 너무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서, 이런 얘길 한 적이 있다. 니네들, 종합병원이 왜 종합병원인지 아느냐고.

그건 무슨 소린가.

큰 병원에선 인턴이 실수해도 베테랑들이 다 뒤에서 커버를 해 준다. 걱정하지 말아라, 우린 프로다. 너희가 지금 실수를 하고 게임을 ‘말아 먹어도’ 뒤에 수습할 선수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니 그냥 던져라. 그런 얘기를 많이 했었다.


임창민, 이민호, 원종현, 김진성으로 이어지는 NC 필승조는 리그 최강의 불펜으로 손꼽힌다. 불펜 구성원들도 최강 불펜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 것 같다.

내가 봐도 그렇다. 얼마 전에 투수들이 운동을 너무 형식적으로,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경향이 보이길래 한마디 했다.

또 뭐라고 했나. (웃음)

너희들 그래선 안 된다. 생각을 한번 해봐라. 너희들이 지금 어느 팀에 있는지 아느냐.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경쟁력이 강한 투수진 소속이다… 이렇게 얘길 한 적이 있다. 난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 팀 마운드가 어느 팀보다도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한다.

“2016 전반기처럼 던지면, 내 공 아무도 못 친다”

임창민은 2016시즌 전반기의 투구를 올 시즌 내내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임창민은 2016시즌 전반기의 투구를 올 시즌 내내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화제를 바꿔 보자. 일각에서는 마무리 투수는 롱런하기 힘들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마무리는 3년이 한계’라는 설도 있는데, 당신도 올 시즌이 마무리 3년차다.

요즘 야구가 점차 세밀해지는 추세 아닌가. 타자들의 힘도 갈수록 좋아진다. 반면 투수는 어차피 쓸 수 있는 힘이 한정되어 있다. 발전하는 타자들 상대로 계속 마무리를 하려면 끊임없이 변화하고,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지난 시즌 마무리 2년 차까지 성공적으로 잘 보냈다. 올해 잘하면 그 징크스를 깰 수 있다.

올 시즌 괜찮을 것 같다. 작년보다 몸 상태가 더 좋다. 최근 몇 년 가운데 가장 좋은 몸 상태다. 올 한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지난 시즌 전반기에는 포크볼로 무더기 삼진을 잡았다. 후반기 들어 점차 포크볼보다 슬라이더 비중이 커졌다. 이유가 있나.

아무래도 체인지업이나 포크볼은 테크닉이 과도하게 요구되는 변화구에 속한다. 이런 변화구는 몸의 밸런스에 따라, 좋을 때와 안 좋을 때 위력에서 확실히 차이가 난다. 작년 후반기 페이스가 떨어졌을 때 밸런스가 나빠지면서 포크볼의 제구나 각이 확실히 전반기보다 좋지 않았다. 그래서 슬라이더를 많이 구사했다.

올 시즌에는 어떤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나.

비장의 무기? 그런 것 없다. (웃음)

작년과 똑같이 간다고?

아니, 작년 전반기처럼만 던지면 아무도 못 치는데, 굳이 새로운 걸 만들고 모험을 걸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내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게 우선이다. 물론 그게 안 통하면 그때는 모험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더 세밀하게 만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본다. 내 공을 좀 더 날카롭게 만드는 게, 좋은 성적을 낼 방법인 것 같다.

타자들도 대비하지 않을까.

그런데, 타자들이 대비한다고 내가 무너질 시기는 지나갔다고 본다. 그런건 한 풀타임 2년차 때 겪을 일인 것 같다.

이제는 상황이 다른가.

왜냐면, 불펜 투수는 특성상 타자들이 노리는 공이 뻔하다. 특히 베테랑 타자면 어느 정도 노림수가 다 있게 마련이다. 그래도 그 공을 투수들이 던질 수밖에 없다. 거기서 얼마나 세밀하게 던지느냐, 공에 어느 정도 힘이 있느냐에서 싸움이 갈린다고 본다. 타자가 변화구를 노리고 있어도 던져야 할 타이밍이면 변화구 던져야 하고, 몸쪽 던져야 하면 몸쪽으로 가야 한다. 타자가 노린다고 해서 던져야 할 공을 던지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돌려서 이야기하긴 했지만 자기 공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웃음) 사실이 그렇다는 얘기다.

내 공은 알고도 못 친다는 자신감이 있나.

왜냐햐면, 타자로선 불펜 투수가 올라오면 그날 처음 만나는 것 아닌가. 처음 보는데 어떻게 보자마자 제대로 때릴 수 있겠나.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 확률로 승부하는 거다. 거기서 타자가 노리는 공을 못 치고 파울이 되면 내가 유리해지고, 파울 한 번 더 나오면 훨씬 유리해지고. 그게 불펜투수와 타자의 승부다. 내 공은 아무도 못 친다 그런 게 아니다. 타자도 어차피 내가 뭐 던지는지 뻔히 알고 있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다. 임창민 포크볼 던지고 패스트볼 던지는 거 타자들이 다 아는 사실이니까.


다른 팀 마무리투수들과 비교하면 어떤가. 세이브 1위를 차지한 김세현도 있고, WBC 대표팀에 발탁된 임정우도 있는데, 각각의 장점을 평가한다면.

둘 다 장점이 뚜렷하다. 김세현은 구위가 강력하고, 임정우는 볼 스피드도 빠르고 커브 각이 크다. 나까지 세 명을 놓고 보면, 김세현과 임정우는 장점이 눈에 확실히 보인다. 구위가 좋고 변화구 각도 크고 눈에 확 띄는 장점이다. 반면 나 같은 경우엔 딱히 장점이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는 스타일이다.

이거 다른 투수들이 들으면 망언 아닌가. (웃음)

오히려 장점이 드러나지 않는 스타일이라서,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때 만만하게 보고 당한 타자도 많았다 생각한다. 2년차 때 조금 고전했던 것도 그 때문이고, 그 이후 다시 올라가는 추세다. 아무튼, 신체적 능력과 공 자체만 놓고 보면 나보다는 김세현-임정우가 훨씬 좋다고 본다. 나랑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대신 나는 그 선수들에 비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면에서 좀 더 앞선다고 본다.

이제는 리그 타자들도 임창민 하면 경계심을 갖지 않나. 임창민 공 정말 좋다고 말하는 타자들도 많던데.

시즌 초반엔 좀 그랬던 것 같은데, 후반기엔 별로 그런 것 같지도 않더만. (웃음) 나야 타자들이 그런 생각을 가져 준다면 고마운 일이다. 그렇게 경계를 해 준다면야, 나로선 고맙다.

올해는 그 경계심이 공포심이 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올해는 확실히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다른 팀이나 불펜진이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나도 우리 팀도 더 높이 치고 올라가야 할 한 해라고 생각하고 있다.

“NC 유니폼에 자부심 크다, 동료들도 같은 마음이었으면”

유혹의 임창민(사진=NC).
유혹의 임창민(사진=NC).


지난해 한국시리즈는 팀이나 개인적으로나 아쉬움이 크게 남았을 것 같다. 처음 경험해본 한국시리즈는 어떤 느낌이었나.

아무래도 한국시리즈가 처음이다 보니, 마운드에 올라가서 약간 긴장도 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긴장감이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앞의 플레이오프 때는 긴장하지 않았나.

플레이오프도 맨 처음 경험할 때는 많이 긴장했다. 하지만 한번 겪고 나니, 다음 플레이오프 때는 별로 긴장이 되지 않았다. 그것도 경험이니까. 처음 한국시리즈에 가 보니까, 한국시리즈라는 생각 때문에 긴장이 됐던 것 같다. 다시 올라간다면, 분명 달라질 거다. 작년보다는 좀 더 여유가 있을 거다.

NC는 20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포스트시즌 세 번에 한국시리즈까지. 경험 면에선 30대 베테랑 못지않다.

뭐 꼭 그렇지는 않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다만 큰 가능성을 지닌 선수가 다른 팀보다 많은 건 확실하다.

연차는 적어도 많은 경험을 해봤다는 게 앞으로 큰 재산이 되지 않을까.

물론 그렇다. 하지만 연륜이라는 걸 확실히 무시할 수는 없다. 세월의 흐름이 그냥 쌓인 건 아니지 않을까. 어린 선수가 많이 던져봤다고 해서 그 세월을 다 경험한 건 아니지 않나. 긴 세월에 따라서 쌓인 노하우와 경험이 있고, 젊은 나이에 경기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노하우와는 별개라고 본다.

이야기를 나눠 보면 NC라는 팀에 대한 애착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더 큰 것 같다.

애착이 있다. 팀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NC 유니폼을 입은 뒤부터 투수로서 좋은 성적을 올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다른 팀보다 더 인간적이고 따뜻하고 가족적이라는 생각에 정이 가는 게 사실이다. 다른 동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갖고 플레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

그게 꼭 마음 같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모두가 같은 마음일 순 없는 거니까. 어린 선수들 같은 경우엔 아직 뭐가 좋고 뭐가 행복한지를 잘 모르는 친구들도 많다. 지금 이 팀에서 이렇게 야구하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아무리 이야기를 해줘도 이해하지 못한다.

유니폼 바느질해 입던 우리 히어로즈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면 어떨까. (웃음)

그런데,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그게 뭐가 힘드냐, 너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다’고 말하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냥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 더 낫다고 본다. 다른 사람들의 고충을 들려주는 건 그다음 일이다.

“결혼과 우승? 둘 다 해야죠”

2016 카스포인트 어워즈에서 “어머니, 예쁘게 봐주세요“라고 말하는 임창민(사진=엠스플뉴스).
2016 카스포인트 어워즈에서 “어머니, 예쁘게 봐주세요“라고 말하는 임창민(사진=엠스플뉴스).

이제 시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NC 유니폼을 입고 올 시즌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만일 마무리 투수를 올 시즌도 계속한다면, 세이브왕 타이틀을 차지하는 게 목표다. 최대한 팀이 많은 승리를 거두게 하고 싶다. 오늘 경기를 하면 오늘 이기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지난해처럼 우승 같은 걸 바라기보다는, 그저 매일 매일 이길 수 있는 팀이 되고 싶다. 그러다 보면 좋은 기회가 와서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수도 있을 거고, 그때 되면 한 번 우승을 노릴 수도 있을 거다. 그러기 전까지는, 우선 오늘 경기에서 이기는 팀이 되는 게 목표다.

성적 외에 꼭 이루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

아까 이야기했듯 개인적으로 NC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크다. 처음 NC에 왔을 때 다른 팀 선수 중에는 자기도 NC에 오고 싶다는 선수도 많았다. NC가 부럽다, NC에 가고 싶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그런데 지난해 여러 일을 겪으면서 외부에서 보는 평가가 달라진 게 사실이다. 올 시즌 다시 시작했으면 한다. 다른 선수들이 NC에 오고 싶다는 말을 계속해서 듣는 팀이 되었으면 한다. 구성원들 간에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다른 팀 선수들이 부러워하는 팀을 계속 만들어 가고 싶다. 다 같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시상식에서 오랫동안 만난 여자친구의 부모님께 예쁘게 봐달라는 공개 메시지를 보냈다. 성과가 있었나.

있었다. (웃음) 여자친구 부모님과 식사도 함께 했고, 결혼도 허락해 주셨다. 설 명절 때는 밥도 해주셨다. 잘 해주신다. (웃음)

야구 잘하는 사위를 보게 되어 뿌듯하실 것 같다.

아직 부족하다. 더 잘해야 한다. (웃음)

그럼 올해 안에 좋은 소식도 들을 수 있는 건가?

일단 올해 안으로 계획은 하고 있다. 준비하고 있어요.


저, 이런 질문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아니다. 그냥 없던 거로 하자.

뭔데 그러나.

결혼과 우승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아니다, 못 들은 거로 해 달라.

같이 해야죠 할 거면. 기왕 하려면 둘 다 같이 해야죠. 우승도 하고, 결혼도 하고. (웃음)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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