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안방의 미래와 현재, 주효상과 박동원(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넥센 안방의 미래와 현재, 주효상과 박동원(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넥센 히어로즈 박동원은 지난 2시즌 동안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포수다.
첫 풀타임 주전으로 나선 2015년, 박동원은 126경기에 출전해 1012이닝 동안 마스크를 썼다. NC 다이노스 김태군의 1086.2이닝에 이은 리그 2위 기록이다.
지난 시즌도 다르지 않았다. 126경기에서 991.1이닝을 혼자 버텼다. NC 김태군(935.2이닝)을 크게 따돌리고 리그 최다이닝 포수로 올라섰다. 최근 2년간 소화한 이닝만 2003.1이닝에 달한다.
경기 일지를 보면 박동원이 얼마나 고된 일정을 치렀는지가 잘 드러난다. 2016시즌 박동원은 개막전부터 12경기 내리 선발로 출전했다. 13번째 경기에 김재현이 대신 선발 출전했지만, 이후 다시 14경기 연속으로 출전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김재현이 1경기 출전한 뒤, 또다시 박동원은 12경기 연속 포수 마스크를 쓰고 나섰다. 넥센의 시즌 개막 이후 첫 50경기 가운데 무려 47경기에서 박동원 혼자 마스크를 쓴 셈이다.
결국 탈이 났다. 박동원은 6월 10일 발목 통증과 피로 누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박동원이 빠진 9경기 동안 넥센은 지재옥, 김재현, 주효상이 번갈아 가며 선발 포수로 나섰다. 박동원의 말소 당일인 10일 경기에서 넥센 포수 지재옥은 kt에 7개의 무더기 도루를 내줬다.
열흘간 휴식을 취한 박동원은 6월 21일 다시 엔트리에 돌아왔다. 휴식 효과는 확실했다. 전반기 타율 0.225에 OPS 0.652에 그쳤던 박동원은 후반기 타율 0.284에 OPS 0.822로 완벽하게 반등했다. 6월 타율 0.171에 OPS 0.480의 부진을 벗어나 7월 타율 0.250 OPS 0.601로 회복한 뒤, 8월에는 타율 0.318 OPS 0.951로 성적을 끌어올렸다.
박동원의 부재는 백업 포수들의 가능성을 발견한 기간이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팀 내에서 박동원 외 포수진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았다. 박동원과 다른 포수들의 기량 차이가 워낙 큰 게 사실이었다. 박동원이 나온 날과 나오지 않은 날의 차이는, 비타민을 먹은 날과 안 먹은 날의 차이만큼 뚜렷했다. 눈에 띄는 체력 저하에도 박동원이 계속 선발로 출전해야 했던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박동원이 빠진 9경기 동안 넥센은 6승 3패로 선전했다. 첫 경기 kt전에서 잠시 불안했을 뿐, 빠르게 안정을 찾아 연승을 달렸다. 1번 백업 포수로 나선 김재현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신인 주효상도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을 기록하며 차세대 안방마님다운 공격력을 발휘했다.
장정석 감독, “김재현-주효상 장점 뚜렷, 1군 포수 3명도 고려”

김재현과 주효상, 넥센 1군 백업포수는 누구의 차지가 될까(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김재현과 주효상, 넥센 1군 백업포수는 누구의 차지가 될까(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올 시즌부터 넥센 사령탑을 맡은 장정석 감독은 박동원의 체력 안배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장 감독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한 1차 스프링캠프 기간 엠스플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올해는 박동원의 체력을 좀 더 관리해줄 계획이다. 다른 포수들을 적절히 활용할 것”이라 밝혔다. 지난 시즌처럼 많은 경기를 혼자 책임지는 일은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계획은 다른 포수들의 기량이 성장했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하다. 김재현과 주효상은 미국과 일본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 시즌 경험에 더해,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까지 치르면서 포수로서 역량이 부쩍 좋아졌다는 평가다.
두 포수 가운데 누가 1번 백업 포수가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장 감독은 “김재현과 주효상은 각기 다른 장점이 있는 선수다. 둘 가운데 하나만 고르기 쉽지 않다”고 했다. 김재현은 비교적 많은 경기 경험과 안정적인 수비 능력이 장점이다. 수비만큼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된 후보다. 주효상은 타격에서 한 방을 기대할 수 있고 성장 잠재력이 큰 선수다. 루키 시즌인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신체적으로도 1군에서 뛸 준비를 어느 정도 갖췄다.
수비형 포수와 공격형 포수. 즉시 전력에 가까운 포수와 차세대 대형 포수의 잠재력을 갖춘 선수. 워낙 대조적인 장점을 갖춘 선수들이다 보니 한쪽만 고르기엔 나머지 하나가 아쉬운 게 사실이다. 이에 장 감독은 “가능하면 둘 다 1군에서 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정규시즌에 1군 포수를 세 명으로 가져가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구상을 밝혔다.
박동원의 더 많은 휴식은 팀에게나, 선수 개개인에게나 ‘윈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년간 강행군을 펼친 주전 박동원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부상 없이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이어갈 수 있다. 경기 기회가 많지 않던 김재현도 보다 많은 출전시간을 얻을 수 있고, 대형 포수감 주효상도 1군 경험을 통해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이 잘 진행된다면, 넥센은 지난 시즌보다 훨씬 탄탄하고 깊이 있는 포수진을 구축하게 될 전망이다. 창단 이후 줄곧 ‘포수 기근’에 시달리던 팀에서, ‘포수 왕국’으로의 환골탈태를 꿈꾸는 넥센의 2017시즌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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