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에 나선 KIA 타이거즈 외야수 노수광(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새로운 도전에 나선 KIA 타이거즈 외야수 노수광(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엠스플뉴스]

오후 3시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 오전 내내 구슬땀을 흘린 KIA 타이거즈 선수 대부분이 훈련장을 떠났다. 구장 직원들은 청소 준비에 분주했다.

모두가 떠난 그라운드 안. 선수 한 명이 홀로 타석에 들어섰다. 배팅 머신이 쏘는 공에 연방 배트를 휘둘렀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다. 땀범벅이 된 선수는 이제야 만족한 듯 돌아갈 짐을 챙겼다. 그 주인공은 바로 ‘연습벌레’ 노수광이었다.

노수광은 지난 시즌 KIA 타선에 단비같은 존재였다. 타율 .309/ 출루율 .373/ 장타율 .406에 홈런 4개, 30타점, 12도루 고른 활약을 펼쳤다. 8월 중순에 당한 손가락 골절이 아니었다면 전 경기 출전도 가능했다. KIA 팬들은 팀 1번 타자 자리에 노수광을 떠올렸다.

기쁨도 잠시. 비시즌 KIA는 대규모 영입을 단행했다. 4년 총 100억 원에 FA(자유계약선수) 최형우를 영입했고, 나지완과 4년 총 40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여기다 외국인 타자로 MLB(메이저리그) 경력의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를 선택했다. 신종길, 김호령 역시 외야 경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그야말로 노수광에겐 산 넘어 산이었다.

우려와 달리 노수광은 전지훈련을 통해 제 자릴 찾고 있다. 팀 자체 홍백전에서 톱타자로 나선 데 이어,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연습경기에선 중견수 선발 9번 타자로 출전했다. 두 경기 모두 나쁘지 않은 활약이었다.

노수광은 올 시즌 새로운 도전을 나섰다. 기회를 기다리기보단 경쟁을 통해 쟁취하겠단 각오다. 쟁쟁한 선배들과의 정면승부를 택한 셈이다. 노수광 역시 경쟁 없인 성장 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앞둔 노수광에게 올 시즌을 물었다. ‘노토바이’의 질주는 올 시즌 계속될 수 있을까.

노수광 “버나디나와 경쟁보단 많이 배우고 싶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 이후 오랜만이다. 몸이 조금 불었다.

요즘 몸 상태가 정말 좋다. 최근에 3kg 정도 살을 찌웠다. 지금 몸무게가 '81kg' 정도다.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의 결과다(웃음).

팀 자체 홍백전과 야쿠트르 스왈로스전에 선발 출전했다. 경기 때 보니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이었다.

(놀란 표정으로) 어떻게 알았나. 홍백전 때부터 스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공을 칠 때 내가 원하는 스윙이 아니었다. 전지훈련 와서 연습했던 걸 하나도 써먹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실망감이 표정에 드러났다.

실망?

스윙할 때 배트가 몸에서 최대한 붙어 나오게 연습했다. 야쿠트르전에선 배트가 억지로 끌려 나오는 느낌이었다. 타격 밸런스도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최근 중견수로 경기에 나섰다. 동 포지션엔 외국인 타자 버나디나가 버티고 있다. 불꽃 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버나디나는 훌륭한 외야수다. 특히 어깨가 엄청나게 강하다고 들었다. 빠른 송구는 버나디나가 확실히 위다. 하지만, (자신에 찬 어조로) 송구 정확도는 내가 위라고 생각한다. 버나디나와 난 야구 스타일이 다르다. 난 공을 많이 보고 투수를 괴롭히는 스타일의 타자다. 나만의 스타일로 승부할 생각이다.

노수광이 가장 빛날 수 있는 포지션은 어디인가.

어린 시절부터 ‘우익수’로 자주 출전했다. 아직은 코너 외야수가 편하다. 최근엔 중견수로 출전하고 있다. 중견수는 재미있는 포지션이다. 물론 신경 쓸 점이 많다. 어떤 포지션이든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중이다.

각오가 비장(備藏)하다.

사실 경쟁보단 버나디나의 장점을 많이 배우고 싶다. MLB(메이저리그)에서 7년이나 활약한 베테랑이다. 톱타자로서 모든 것을 갖췄다. 버나디나는 내게 딱 맞는 선배이자 교과서다(웃음).

신인 티 벗은 노수광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노수광 “공이 수박만 해 보이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노수광 “공이 수박만 해 보이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비시즌 팀 내 변화가 컸다. 몸값 100억 원을 자랑하는 최형우와 메이저리거 버나디나가 영입됐다. 외야 주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막강한 경쟁자가 또 나타났다.

다른 건 아무렇지 않았다. 그저 ‘내가 더 잘해야겠구나’하는 오기가 생겼다. 예전엔 외야 한 자리가 비기만 기다렸다. 그래야 내가 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맞붙고 싶어졌다. 언제까지 피할 순 없다. 훌륭한 선배들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이다.

결국, 선배들보다 잘해야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자신 없을 이유도 없다. 기회가 되면 출전할 것이고, 출전했을 때 못할 수도 있다. 이젠 그런 일로 기죽지 않는다. 될 때까지 도전하고 부딪히는 게 내 야구다.

경쟁을 떠나 선배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걸로 유명하다.

예전엔 선배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물어봤다. 연습 방법부터 몸 만드는 법, 타석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까지. 난 그 정도로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무뚝뚝한 김주찬 선배도 조언을 많이 해 주신다(웃음). 자세한 내용은 영업 비밀이다.

그 조언들이 지금의 노수광을 만든 것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론 지난 시즌 많은 것을 배웠다. 이젠 스스로 생각하고,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 그럴 때마다 선배들의 조언이 떠오른다. 평생 잊지 못할 큰 도움이었다.

지난 시즌 가장 안 됐던 게 바로 '조급함'이었다. 이젠 타석에서 여유가 보인다.

타석에서 공을 보는 여유가 생겼다. 아직 투수들 컨디션이 100%가 아니란 점이 있지만, 확실히 투구를 따라가는 데 편해졌다. 요즘엔 내가 공을 정지시켜놓고 친단 느낌이다.

올해로 28살이다. 더는 신인 축에 들 지 않는다. 후배들도 많아졌다.

그렇다. 시간 참 빠르다. 예전엔 선배들 눈치 보면서 개인 훈련만 열심히 했다(웃음). 이젠 내가 앞장서서 후배들을 이끌고, 함성도 더 크게 지른다. 요즘 '선배들 참 고생 많았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늘 조마조마한 노수광, "자신감으로 불안감 이겨낸다."

타격 훈련하는 노수광(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타격 훈련하는 노수광(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이젠 당당히 주전급으로 올라섰다. 그래도 훈련량은 여전하더라.

나만 열심히 하는 건 아니다. (최)원준이, (김)석환이도 열심히 한다. '훈련왕' 자릴 내놓아야 할지 모른다(웃음). 김기태 감독님이 편하게 훈련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셨다. 몸이 특별히 아프지 않은 이상 연습은 계속할 생각이다.

'근육남'으로 변신해 장타에 욕심이 생긴 줄 알았다(웃음).

장타에 특별한 욕심은 없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타구의 질이다. 힘 있고, 빠르게 치는 데 중점을 뒀다. 멀리 친다고 모두 장타가 되는 건 아니다. 같은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라도 더 빠르게 쳐야 좌중간이든 우중간으로 빠질 확률이 높다. 일단 루상에 살아나가면 뛰는 야구로 메울 수 있다.

지난 시즌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당연히 단점도 많이 노출했다.

물론이다. 타격에선 보완할 점이 많았다. 지난 시즌엔 다양한 공을 맞히는 능력이 부족했다. 올 시즌엔 다양한 구종에 대응하는 능력을 키우고 있다. 톱 타자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다.

‘이치로’를 능가하는 타격 머신이 되는 게 꿈이었다. 그 꿈에 어느 정도 다가섰나.

아직 한참 멀었다. 정말 꾸준히 잘해도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웃음). 지난 시즌 조금 감을 잡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난 늘 조마조마하다. 언제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 같아 걱정이다. 그래서 더욱 자신감을 가지려 한다. 불안감을 이기기 위해선 자신감이 필요하다.

노수광의 고백, "스타가 아닌 정말 야구 잘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새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노수광(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새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노수광(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연습 벌레 노수광에게 '노력'이란 무엇인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못하면 화가 난다. 공을 치다가도 그렇고(웃음). 타격이 안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솔직히 다 내가 잘하려고 하는건데. 노력한다고 칭찬 받기엔 무리가 있다.

지난 시즌 화가 가장 많이 났을 땐 언제였나(웃음).

처음 1군에 올라와서 정말 잘하고 있었다. 한화 이글스전부터였다. 경기에 집중이 안 되고, 타석에선 위축됐다. 잡생각이 머릿속에 가득찼다. 그때 너무 아쉬웠다. 이후 퓨처스 리그에 내려갔다 왔는데 한결 편해졌다. 당시엔 나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았다(웃음).

KIA는 KBO리그 최고 인기팀이다. 팬들의 응원 열기도 대단하다. 본인도 느끼고 있을 듯싶다.

KIA 팬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웃음). 한화에선 대부분 2군에 있었다. 막상 시즌이 되니 구장을 찾는 팬들이 정말 많아 정신이 없었다. 내 이름 소리가 들리면 아직도 신기하다.

KIA 팬들의 함성은 노수광에게 큰 에너지가 될 듯하다.

그렇다. 한번 듣고 나니 중독성이 강했다. 연습 할 때도 가끔 응원 소리가 그립다(웃음). 야구를 잘 못 하면 욕으로 바뀔 수 있다. 이왕이면 계속 잘해서 좋은 의미로 불리는 선수가 되겠다.

새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 시즌 노수광의 야구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 지 정말 궁금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언제나 변함없이 노력하고, 연습하는 게 내 야구다. 이젠 KIA에 없어선 안 될 타자가 되고 싶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선수가 돼야 한다. 스타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정말 훌륭한 야구 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되는 것이 내 꿈이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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