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지휘 아래 사자군단은 완전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 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김한수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지휘 아래 사자군단은 완전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 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오키나와]

항구적으로 강력한 팀은 늘 세대교체의 시기를 겪는다. KBO리그의 대표적인 명문 구단 삼성 라이온즈의 2017시즌도 세대교체가 화두다.

물론 모든 변화엔 진통이 따른다. 날카로운 개혁의 칼날이 서릿발처럼 엄정하게 다가올 때 칼 앞에 선 자는 가만히만 있진 않는다.

김한수 삼성 감독이 외야 무한 경쟁을 선언했다. “베테랑 박한이도 자리를 보장하지 못 한다”는 강력한 경고가 담긴 엄포도 함께 전했다.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은 말임과 동시에 올 시즌 삼성의 세대교체가 얼마나 강도 높게 진행될지를 짐작케 하는 발언이다.

삼성 외야진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큰 틀은 중견수 박해민과 우익수 구자욱을 중심으로 한 재편이다. 풀타임 출전 시 50도루 이상과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가 기대되는 박해민과 리그 최고의 정확도 높은 타격을 자랑하는 구자욱은 확고부동한 삼성 외야의 중심이자 미래다.

삼성의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만난 김한수 감독은 “우선 중견수 박해민과 우익수 구자욱으로 외야 주전을 정했다. 남은 좌익수는 경쟁 체제로 간다”고 밝혔다. 덧붙여 김 감독은 “박해민과 구자욱 외엔 외야 주전이 보장된 선수가 없다. 무한 경쟁 체제”라고 천명했다.

구자욱 우익수 전환, 삼성 포지션 변동의 핵심

구자욱(사진=삼성)
구자욱(사진=삼성)

구자욱의 외야 복귀는 2017시즌 삼성 포지션 변화의 핵심이다. 김한수 신임 감독 체제의 삼성 코칭스태프는 2016시즌 주전 1루수였던 구자욱이 장기적으론 외야수가 더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구자욱의 외야 경험은 충분하다. 대구고 시절까지 주로 3루수를 봤던 구자욱은 내야수로 2012년 프로에 입단했다. 하지만, 2013, 2014시즌 상무 야구단에선 외야수로 더 자주 출전했다. 구자욱은 2015시즌 삼성으로 복귀한 후에도 외야수로 135타석(좌익수 14타석, 중견수 28타석, 우익수 93타석)을 소화했다.

올 시즌 구자욱은 외야에서 그나마 가장 익숙한 자리인 우익수로 줄곧 나설 전망이다. 김 감독은 “해마다 구자욱의 실력이 향상되는 게 꽤 인상적”이라며 “한 해 반짝하면 그 다음 시즌엔 안주하는 선수들을 자주 보는데 구자욱은 해마다 발전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구자욱을 올 시즌엔 주전 붙박이 우익수로 기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의 말처럼 구자욱은 이제 리그 최고의 타자 가운데 1명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그만큼 확실한 포지션이 필요했고, 삼성은 타격, 주루, 수비에 모두 고른 재능과 잠재력이 있는 구자욱을 외야수로 키워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구자욱 또한 “내야수보단 외야수가 더 편한 것 같다”며 외야 전환을 반겼다.

구자욱의 우익수 고정은 중견수 박해민이 있기에 가능한 시도일지 모른다. 2014시즌부터 2016시즌까지 3년 간 풀타임을 소화한 박해민은 어느덧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의 중견수가 됐다.

김 감독은 “박해민의 수비가 정말 많이 좋아졌다. 이젠 리그 최고 중견수로 꼽아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말로 박해민의 수비를 호평했다. 그런 박해민이 외야 경험이 부족한 구자욱의 수비를 돕는다면 구자욱은 예상보다 빨리 우익수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 감독은 “구자욱의 송구 능력이 나쁘지 않다. 경기 경험이 쌓인다면 더 좋은 우익수가 될 것”이라며 뛰어난 송구 능력이 우익수 수비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한이도 자리 없다.” 김한수 삼성 감독의 경고

김한수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경쟁체제서 베테랑도 예외로 두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김한수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경쟁체제서 베테랑도 예외로 두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자연스럽게 2016시즌 이전까지 부동의 삼성 주전 우익수였던 박한이의 거취가 애매해졌다. 박한이는 2016시즌 각종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11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1/57득점/14홈런/69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105안타를 때려내며 ‘16시즌 연속 100안타 이상’이라는 엄청난 대기록을 달성했다. 양준혁 MBC SPORTS+ 해설위원과 타이 기록이다.

그만큼 화려하진 않았지만, 해마다 꾸준했던 박한이다. 박한이가 1군에서 뛴 16시즌 가운데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한 시즌은 10차례나 된다. 반면 100경기 이하를 소화한 시즌은 2015시즌(94경기) 딱 한 번 밖에 없다.

하지만, 박한이에게 2017시즌은 최대 위기가 될 전망이다. 박한이는 2016년 10월 오른쪽 무릎 반월상 연골 수술을 받고 국내에서 재활 중이다. 김 감독은 “박한이가 이제 막 부상에서 복귀, 경산볼파크에서 재활 훈련을 시작한 단계”라며 “본인이 재활 속도를 끌어올린다면 타이완 2군 캠프로 합류시킬 예정이다”라고 현재 회복 상태를 알렸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일단 회복 상태를 지켜보면서 시범경기에 투입할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일단 지금 상태라면 구자욱이 주전 우익수다. 박한이의 고정 포지션은 없다”고 했다.

박한이는 최근 들어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기동력과 수비력에서 약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김 감독 역시 강도 높은 지적을 이어갔다. “박한이는 2016시즌처럼 수비를 해선 주전 우익수는 어렵다. 후반기 보여준 모습이라면 절대 코칭스태프를 만족하게 할 수 없다.” 김 감독은 박한이의 수비력에 특히 큰 아쉬움을 내비쳤다.

2016시즌 박한이는 우익수로 345타석에 나서 실책을 기록하지 않았다. 그처럼 기록 된 실책은 없었지만, 후반기 미흡한 수비로 대량 실점의 빌미를 자주 제공했다. 특히 부상 여파로 외야 수비 범위가 현저히 줄어든 모습이었다. 평균 5개 내외를 기록했던 도루 숫자도 2016시즌 0개로 확 줄었다. 2016시즌 전반적으로 기동력과 수비력이 상당히 떨어졌던 박한이다.

수술 부위가 무릎이기에 향후 외야수 수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다. 김 감독은 “박한이는 재활 복귀 시기를 점칠 수 없다. 어떤 모습일지도 미지수”라며 “거기에 현재 (박)해민이가 잠시 빠져 있어 여러 선수를 외야에 두루 기용해 보면서 새로운 얼굴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허리 부상으로 일시 귀국했던 박해민은 2월 22일 오키나와 캠프에 재합류했다. 그 사이 몇 명의 후보들이 김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으려 피 튀는 경쟁을 펼쳤다.

최형우가 떠난 좌익수 주전을 두고 4명 이상의 후보가 경쟁 중이다. 김 감독은 “좌익수는 무한 경쟁 체제”라며 “김헌곤, 배영섭, 나성용, 문선엽 등 여러 선수를 기용해 본 이후 시즌이 시작되면 주전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2016시즌 상무 국군체육부대 소속으로 퓨처스 북부리그 타율왕(0.378)에 오른 김헌곤과 2012·2013시즌 주전 중견수였던 배영섭이 강력한 주전 좌익수 후보다. 거기다 타격 능력이 좋은 나성용과 문선엽도 호시탐탐 한 자리를 노리고 있는 자원이다.

최형우가 빠지면서 전력에 큰 공백이 생긴 삼성 외야지만 새 구성의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외야진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최형우와 박한이가 빠지고 박해민-구자욱에 1명이 추가되면 한층 젊고 빠른 외야진이 구성될 수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의 자리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기대하며 지켜봐도 좋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자신감을 전했다.

삼성의 조용한 변화는 물밑에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거기엔 새 시대를 준비하는 뚜렷한 변화 의지도 함께 담겨있다. ‘꾸준함의 상징’인 박한이마저 주전 자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야 말로 올 시즌 삼성이 가장 크게 달라진 모습일 지 모른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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