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최준석(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롯데 자이언츠 최준석(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거인(巨人)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빅보이’ 이대호가 복귀한 롯데 자이언츠. 2017시즌 희망 신호가 가득하다.

야구팬의 시선은 온통 이대호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롯데 타선엔 ‘이대호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타자가 또 있다. 바로 지난해 ‘고개 숙였던 4번 타자’ 최준석이다.

최준석은 2014년 자유계약선수(FA)로 두산 베어스에서 롯데로 이적한 뒤 두산 시절의 아쉬움을 완전히 털어냈다. 2014, 2015시즌 2년 동안 54홈런 199타점을 올리며 롯데 중심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

덕분에 롯데는 2015시즌 팀 득점(765점) 5위, 팀 홈런(177개) 2위로 준수한 공격력을 뽐냈다. 하지만, 2016시즌엔 공격력이 죄다 리그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여기엔 최준석의 부진과 외국인 타자 공백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팀 홈런은 1년 만에 177개에서 127개로, 무려 50개나 줄었다. 이해 최준석은 타율 0.262, 19홈런, 70타점으로 2014, 2015시즌보다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최준석의 부활이 절실한 이유는 하나다. 이대호가 합류했더라도 최준석을 비롯한 기존 중심 타자들이 좋은 성적을 내야만 ‘이대호 복귀 효과’가 배가 되기 때문이다. 기존 타자들이 부진하면 이대호가 아무리 선전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만 될 수 있다.

롯데 입단 4년 차. 올 시즌이 끝나면 2번째 FA 자격 취득하는 최준석은 스프링캠프에서 칼을 갈고 있다. 한층 날렵해진 몸으로 부활을 다짐하는 최준석을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최준석 "죽기 살기로 10kg 감량했다."

타격 훈련을 하는 최준석(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타격 훈련을 하는 최준석(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체중 감량이 동료들 사이에 화제가 될 정도다. 얼마나 줄였나.

2016년보다 10kg 정도 감량했다. 앞으로 좀 더 조절해 최고의 컨디션으로 시즌을 시작해보고 싶다.

롯데 입단 후, 가장 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들었다.

2016년 부진했기 때문에 올 시즌 부활하려고 죽기 살기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부진의 원인이 뭐였다고 생각하나.

(담담한 목소리로) 몸이 나빴던 건 아니다. 전체적으로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고, 공격에서 욕심을 많이 낸 게 오히려 독이 됐다.

지난해 가장 아쉬웠던 걸 꼽으라면 뭘 꼽겠나.

중심타자로서 해결 능력이 많이 부족했다. 마음만 앞섰다. 특히 득점권 상황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득점권 타율 0.263).

2015시즌 성적(타율 0.306/31홈런/109타점)이 워낙 좋았기에 2016시즌 부진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듯하다.

2015시즌 화려한 해를 보낸 이후 ‘좀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돌이켜보면 그래서 어긋난 거 같다. 침착했으면 더 좋았을 거다. 시즌 내내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2016시즌 6월 20일 한 차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게 타격감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있다.

무슨 말을 해도 핑계일 수밖에 없다. 성적을 내지 못한 모든 결과는 오로지 선수 책임이다. 그래서 2016시즌을 '실패'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다시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올 시즌 준비를 더 철저하게 하고 있다.

몸쪽 코스와 바깥쪽 코스 유인구 대처가 모두 취약했다.

투수들이 몸쪽 코스로 자주 던졌다. 그 공에 위축됐던 게 사실이다. 또 바깥쪽 유인구는 밀어치려고만 했다. (한숨을 내쉬며) 그러다 보니 좋은 타구가 나오지 못했다.

그나마 2016시즌 고무적인 기록이 있다면 67개의 4사구를 골라 0.384라는 높은 출루율을 기록한 것이다.

(굳은 표정으로) 중심타자로서 출루율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50개를 넘기기 힘들었던 볼넷 숫자가 2014시즌 84개를 기점으로 크게 늘어났다.

주위에선 ‘왜 공격적으로 치지 않느냐’고 이야기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내가 추구하는 야구는 '득점 기회에선 공격적으로 치는 게 옳다'는 것이다. 반면 내가 선두타자로 나서거나 주자가 없을 땐 공을 많이 보는 게 더 좋은 야구라고 생각한다. 2014시즌부터 그런 점을 신경 쓰면서 타격했다. 그래서 4사구가 많아지지 않았나 본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록이 있나.

역시 타점이다. 올 시즌 내가 (이)대호 뒤에 배치되면, 내게 더 많은 타점 기회가 올 거다. 더 많은 타점을 올릴 방법이 뭔지 연구하고 있다.

“‘절친’ 대호와 함께 팀도 살리고, 나도 살겠다”

이대호와 최준석은 2017시즌 롯데 타선의 키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이대호와 최준석은 2017시즌 롯데 타선의 키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새 외국인 타자 에릭 번즈가 3번 타순에 들어선다면 이대호의 뒤를 받칠 강민호나 당신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이대호는 매우 ‘큰 선수’이고, 어마어마한 타자다. 상대 팀에서 대호와의 정면 승부를 피할 일이 많을 거다. 그렇게 되면 팀으로선 득점 찬스가 그만큼 더 생길 거다. 나와 (강)민호가 해결을 잘하면 득점이 그만큼 많아지리라 본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대호 합류를 통한 롯데 타선의 동반 상승이다.

대호가 4번에서 중심을 잡아준다면 앞 뒤 타선 모두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결국엔 대호 뒤에 배치될 민호와 내가 지난해의 아쉬움을 얼마나 잘 털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잘 풀린다면 정말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당신을 주로 지명타자로 기용할 생각이던데, 수비 훈련은 하고 있나.

대호가 롯데로 돌아오기 전 다이어트를 열심히 했다. 1루수를 잘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대호가 왔다. 대호가 1루수로 144경기를 다 뛰는 게 팀엔 가장 좋다. 물론 대호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내가 1루수를 맡을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 상황에 대비해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 수비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고. 대호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언제든 1루수로 출전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을 계획이다.

올 시즌 설욕 의지가 상당히 강해 보인다.

'나부터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개인을 떠나 팀이 잘하는 게 우선이다. 롯데가 4년간 팬들께 가을야구를 보여드리지 못 했기 때문에 올 시즌엔 ‘어떻게든 4강에 진입하자’는 각오를 모든 선수가 하고 있다.

롯데 온 이후 한 번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롯데에서 이제 4년째다. 이번만큼은 꼭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 그래서 올 시즌엔 개인적인 목표도 정하지 않았다. 2016시즌 실수했던 걸 잘 보완해서 ‘팀에 기여해보자’는 생각만 하고 있다.

2017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다시 얻는다. 그 점도 강력한 부활의 동기부여가 될 듯싶다.

‘FA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 않을까(웃음). 그래도 대호가 들어오면서 좋은 분위기와 환경에서 야구하고 있으니 팀이 좋은 결실을 냈으면 싶다. 팀 성적이 나고, 내 개인 성적도 낸 뒤에 FA를 신청하는 게 최상의 결과라 생각한다.

맞다. 그게 '윈-윈(win-win)'이다.

팀도 살고, 나도 사는 방향을 찾겠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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