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 자세를 지도하는 조계현 KIA 타이거즈 수석 코치(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투구 자세를 지도하는 조계현 KIA 타이거즈 수석 코치(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엠스플뉴스=오키나와]

KIA 타이거즈가 달라졌다. KBO리그 최다 우승팀(10회)의 명예보단, 실리와 자율성을 강조한 젊은 호랑이 군단으로 다시 태어났다.

올 시즌 KIA는 신구 조화를 완벽하게 이뤄냈다. 강타자 최형우와 로저 버나디나를 영입해 타선에 짜임새를 더했다. 여기다 내부 FA(자유계약선수) 나지완과 양현종을 눌러 앉혔다. 특히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타선엔 노수광, 최원준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마운드에선 홍건희, 한승혁, 김윤동, 임기영 등이 1군 출격 준비를 끝마쳤다. 올 시즌 KIA를 우승 후보로 꼽는 이유다.

KIA 변화엔 김기태 감독을 중심으로 한 코칭스태프의 끈기있는 노력이 숨어 있다. 그 가운데 조계현 KIA 수석코치 역할이 매우 컸다는 게 많은 이의 중평이다. 사실이다.

조 수석은 불철주야(不撤晝夜) 선수 지도와 팀 분위기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조 수석은 “내가 뭐 한 게 있나. 선수들이 잘 따라온 덕분이지”하며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자신의 코치론을 묻는 말엔 “코치는 선수 위에 군림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을 도우라고 있는 사람"이라고 짧지만, 매우 명확하게 답했다.

“지도자는 선수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선수들을 도와주는 사람”


조 수석은 현역 시절 '해태 왕국'의 핵심 멤버였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 '팔색조'로 불린 그는 별명답게 다양한 구종과 정확한 제구, 담대한 공격적 투구로 타자들을 제압했다. 통산 126승은 역대 KBO리그 투수 가운데 7번째로 많은 승수다.

조 수석은 2015년 KIA 수석코치로 부임했다. 김기태 감독이 LG 트윈스에 이어 KIA 감독을 맡으면서 함께 팀을 옮겼다. 모 구단에서 '요직' 제안을 했지만, 정중히 거절하고, 김 감독과 함께 고향 팀에 온 그다.

김 감독과 조 수석은 KIA에 오자마자 팀 분위기 변화를 위해 노력했다. KIA는 최고 인기 구단임과 동시에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명문 구단이다. 하지만, 때론 이 전통과 명문 타이틀이 선수단엔 중압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해태 시절 주축 멤버였던 조 수석이 이를 모를리 없었다.

조 수석은 “광주구장에 첫 출근을 했는데 초상집에 온 줄 알았다. 곡소리만 안 났지 영락없는 초상집이었다"고 웃으며 말한 뒤 “굳어 있는 팀 분위기를 푸는 데만 1년이 걸렸다. 처음엔 내가 먼저 분위기를 띄웠다. 나중엔 감독님까지 나섰다. 처음엔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도 선수들이 따라오지 않았다”고 2년 전을 회상했다.

“혼자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선수들 스스로 즐겁게 운동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었다. 결국, 시간이 약이 됐다. 즐겁게 훈련하는 법 또한 연습이 필요했다. 자꾸 반복하니 어느 순간부터 선수들이 따라왔다. 여전히 지금도 ‘즐거움’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우리 팀은 딱딱하고, 불편함은 ‘절대 사절’이다." 조 수석의 말이다.

선수단 미팅 분위기부터 달라졌다. 미팅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조 수석 입담에 쓰러지지 않은 선수가 없을 정도다.

조 수석은 “훈련할 때 가끔 선수들에게 내 어린 시절 이야길 들려준다. 야한 농담도 한 번씩 섞는다(웃음). 그렇게 친해지면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상·하 관계를 떠나 서로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내가 알려주는 걸 제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게 바로 ‘팀워크’”라고 강조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김기태 감독 스스로가 팀 분위기 개선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는 기자의 덕담에 “그렇게 봐주면 고마운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 수석은 “감독님과 다른 코치들 고생이 많았다. 난 그저 구단과 현장의 목소리를 양측에 전달하는 심부름꾼에 불과했고, 지금도 그렇다. 운 좋게 아직까진 별 탈 없이 잘 가고 있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조계현 수석의 화합론, “서로 다름을 인정할 때, 진짜 팀이 된다.”

KIA는 팀 분위기가 안정되자 자율성에 초점을 맞췄다. 조계현 수석코치는 “주는 것만 받아먹으면 새장 속에 갇힌 앵무새와 다름없다. 자유롭게 날아 스스로 먹이를 낚아채야 한다. 자율성 훈련은 선수 스스로 창의성을 높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도한 훈련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KIA 전지훈련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진행된다. 오전 팀 훈련 시간을 제외하면 오후 시간은 선수에게 맡긴다. 특히 ‘자아발전 시간'을 통해 선수 본인이 부족하다고 느낀 점을 자율적으로 보완하도록 한다. 훈련 방식과 시간 모두 선수가 정한다. 땀은 선수가 흘리는데 감독이 만족해야 훈련이 끝나는 쌍팔년도식 '지옥훈련'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틀에 박힌 것 말고 새로운 걸 시도해야 한다. 그간 안 됐던 것, 해보고 싶었던 걸 자유롭게 해보란 의미에서 '자아발전 시간'을 뒀다. 생각해보라. 발은 빠른데 타격은 좋지 않은 선수의 경우 멋진 타격으로 안타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기습 번트로 팀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지 않겠나. 하지만, 기습 번트는 평소 훈련하지 않으면 실전에서 시도하기 어렵다. '자아발전 시간'은 그런 시도를 마음껏 하라는 의미에서 준비한 훈련이다.”

이제 '갓' 10대 티를 벗은 신인 내야수 김석환은 “그동안 코치님들이 시키는 훈련만 했었다. 자아발전 시간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훈련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날 가장 잘 아는 건 나 자신이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훈련법이 무엇인지 찾게 됐다”고 말했다.

올 시즌 KIA는 최상의 전력을 갖췄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다. 하지만, 조 수석은 “코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야구”라며 "따라서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코치는 그냥 뒷짐만 지고 있는 자리가 아니다.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을 보는 것 같지만, 실제론 선수들도 코칭스태프를 지켜본다.

조 수석은 “기량이 부쩍 성장한 선수가 있어도 말을 아껴야 한다. 안 좋아도 좋은 척, 좋아도 안 좋은 척하는 게 코치의 삶이다. 난 42명의 선수를 보지만, 선수들은 84개의 눈으로 날 바라본다. 코치들이 늘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조 수석은 “지금 시대는 내가 현역 시절 때와 다르다. 우린 찌들어 살았다. 요즘 선수는 대부분 풍족하게 산다. 게다가 요즘 선수들은 나보다 훨씬 똑똑하다. 하드웨서부터 차이가 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그 순간 팀이 하나가 될 수 있다. 우리 팀은 어느 정도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모두 웃을 수 있는 것”이라고 자신만의 '화합론'을 강조했다.

'팔색조'. 현역 시절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들을 제압했던 조 수석은 지도자인 지금도 '다양성의 인정'과 '변함없는 뚝심'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 잡고 있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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