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규민이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와의 연습경기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우규민이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와의 연습경기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오키나와]

2017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을 끌어갈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의 선발 로테이션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좌완 원·투펀치’인 장원준(두산), 양현종(KIA)과 사이드암 투수 우규민(삼성)이 사실상 예선 1라운드 선발로 굳어진 모양새다.

선동열 WBC 대표팀 투수코치는 “장원준, 우규민, 양현종이 1라운드 선발로 나선다”며 “애초 선발로 활용하려던 이대은(경찰야구단)은 페이스를 빨리 올렸으나, 1라운드 선발 등판은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이로써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투수인 장원준과 양현종, 그리고 대표 사이드암 투수인 우규민이 2라운드 진출의 방향키를 쥔 ‘조타수’로 나서게 됐다. 이들이 어떤 방향으로 대표팀을 끌어갈지에 따라 항해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물론 WBC는 투구수 제한으로 선발투수의 역할이 리그 정규 시즌만큼 크지 않다. 하지만, 1패라도 하면 당장 2라운드 진출이 불투명해지는 만큼 경기 초·중반 흐름을 책임질 선발투수의 비중이 큰 게 엄연한 사실이다.

대표팀 선수단은 2013 WBC 1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두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뭉쳐 있다. 모든 구성원의 책임이 막중하다. 그가운데서도 더 집중하는 이들이 바로 3명의 선발투수다. 그 가운데서도 우규민이 느끼는 감정은 좀 더 특별했다.

‘대표팀 핵심 선수’ 우규민이 신중한 이유는?

일본 팬들에게 사인을 하고 있는 우규민(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일본 팬들에게 사인을 하고 있는 우규민(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우규민에겐 이번 2017 WBC가 국제대회의 아쉬움을 떨쳐낼 또 한 번의 기회다. 우규민은 ‘2015 WBSC 프리미어12’를 앞두고 강습타구에 손을 맞아 불의의 부상을 당한 아픔이 있다. 당시 대표팀은 초대 우승을 거뒀지만, 전력투구를 하지 못한 우규민은 대회 내내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그래선지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와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일본 오키나와 현지에서 만난 우규민은 더 신중하고 침착했다. 우규민은 “차분히 몸을 만들고 있다. 지금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불펜투구를 통해 감각이 많이 올라왔다"며 "그래도 신중하게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침착한 태도를 보였다.

“‘프리미어 12’와 달리 시즌 전에 치러지는 대회라 선수 대부분이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다. 단계를 잘 밟아 차질 없이 대회를 잘 준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3월 초·중순 진행되는 WBC의 특성에 맞춰 2015년 10월 열렸던 ‘프리미어 12’와는 다른 준비 과정을 밟고 있다는 우규민의 설명이었다.

2월 22일 일본 오키나와 기노완 구장에서 열린 요코하마와의 연습경기엔 한·일 양국의 많은 야구팬들이 몰렸다. 일본 팬들은 한국 클럽하우스 뒤편 구장 외부에서 기다리다가 한국 선수들의 사인을 받아가기도 했다.

한국 선수들은 구장 바깥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한국과 일본 팬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특히나 우규민은 한국뿐만 아니라 자신을 알아본 많은 일본팬의 관심에 친절하게 응대했다. 정성껏 사인에 응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 등 대표팀 핵심선수다운 면모를 보였다.

우규민은 “사실 원래 내 팬들은 아닌 것 같다(웃음). 이곳에 와서 보니 정말 열성적인 야구 팬분이 많다”며 “내가 한국 선수임에도 저렇게 우릴 응원해주시니 이렇게 응대해 드리는 게 당연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태극마크를 기쁘고, 경건하게 받아들이는 우규민이었다.

매사 진중함과 신중함을 잃지 않던 우규민은 “이번엔 최선을 다해 기필코 좋은 활약을 보여드리겠다”며 마음속에 담아놨던 진심을 내비치고, 클럽하우스로 사라졌다.

빈말이 아니었다. 우규민은 요코하마와의 연습경기에서 2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의 안정감 있는 투구를 펼쳤다. 한국 투수 가운데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의 연습경기서 호투한 장원준(3이닝 무실점)과 함께 가장 좋은 투구 내용이었다. 다음은 첫 실전 등판을 마친 우규민과의 일문일답이다.

우규민, “공인구 적응이 최대 관건”

우규민은 공인구 적응을 2017 WBC의 최대관건으로 꼽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우규민은 공인구 적응을 2017 WBC의 최대관건으로 꼽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정말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웃음). 그만큼 잘 던졌다.

아니다(웃음). 이렇게 던져서 무슨. 생각보다 괜찮았다. 첫 실전 등판치곤 스트라이크 존에 공이 잘 들어가 기분이 좋았다. 포수 양의지, 김태군과 함께 호흡을 맞춘 것도 좋았다. 제구에 대해선 아직 100% 만족스럽지 않다.

아쉬웠던 부분을 꼽는다면.

공인구에 대해서, 뭐라고 해야 할까, 아직 (공을 완벽하게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는 것 같다. ‘(손에서) 빠지면 어떡하지? (손에서) 밀리면 어떡하지?’하는 느낌이 아직 든다. 투수는 계속 공을 만지니까 집중해서 던지면 괜찮을 것 같은데, 야수들은 경기 중에 갑자기 공을 잡으면 (손에서) 빠질 수도 있을 것 같다.

2017 WBC 공인구는 미국 롤링스사의 제품으로 KBO리그 공인구보다 상대적으로 표면이 미끄럽다. 여기다 실밥이 넓고 팽팽해 융기가 도드라지지 않은 편이다. 이때문에 한국 투수들은 "공이 손에서 빠지는 느낌이 든다"는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따르면 WBC 예선 1라운드 선발이 거의 확실시 된다.

구체적인 등판 일정에 대해서 들은 게 없다. 일단 코칭스태프가 생각하는대로 움직일 계획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평가전에 1경기 선발로 나갈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일정에 맞춰 몸을 만들고 있다.

투구 리듬감이 들쑥날쑥했던 이유는 뭐였나.

아무래도 공인구 영향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오늘은 포심 패스트볼 대신 전부 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투심 패스트볼은 공 움직임에 변화가 있기 때문에 가운데로 몰려도 장타 위험이 크지 않다. 그래서 투심패스트볼에 중점적으로 던져봤다.

커브를 던진 느낌은?

커브도 오늘 불펜투구에서 처음 던져보고 경기에서 활용해 봤다. (공인구) 매듭이 많이 없으니가 ‘더 집중하고 손목 각도를 잘 이용해 던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회 펜스 앞에서 잡히는 큰 타구를 허용한 뒤 포수 양의지와 대화를 나눴다. 어떤 이야기를 했나.

일단 (양)의지는 ‘실점 없이 넘어갔으니까 괜찮다’고 다독여줬고, 난 어쨌든 실투였기 때문에

‘바람이 불어서 아웃된 거지 아니면 한국까지 날아갔을 것 같다’고 했다. (일동 폭소)

공인구 적응을 제외하면 투구 밸런스 자체는 괜찮은 편이었나.

첫 등판이었고, 밸런스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몸이 불편하거나 아프지 않기 때문에 그것으로 만족한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오랜만의 실전 등판이다. 전체적인 소감은?

모처럼만의 등판이라 어색했다. 그래도 양의지, 김태군과는 처음으로 함께 해보는 것이라 그런 점에서 재미를 느꼈다.

오늘 소득을 꼽자면 뭔가.

100%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타자들에게 볼넷을 내주지 않고, 승부했던 점이 만족스럽다.

주전포수인 양의지와 호흡을 맞춰 본 느낌은 어땠나.

앉아 있는 것만으로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태군이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우승팀 포수가 괜히 우승팀 포수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회가 약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남은 기간 어떤 점을 더 신경쓸 계획인가.

아무래도 일단 제구다. 공인구에 적응하면서 내 로케이션을 잡는데 최대한 집중하겠다. 대회 전까진 공인구 적응을 끝마치려고 한다.

‘2015 WBSC 프리미어 12’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해 역할 비중이 크지 않았다. 이번 WBC에선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는데. 각오가 어떤가?

(멋쩍게 웃으며) ‘프리미어12’ 때도 (각오를 담은) 이런 인터뷰하고서 평가전에서 부상 당했다. 이번엔 자제하겠다. 각오는 한국에서 연습경기를 마치고 말씀드리겠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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