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 30만 엔을 납부한 임창용(사진=KBO).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 30만 엔을 납부한 임창용(사진=KBO).

[엠스플뉴스=오키나와]

‘임창용 리스크’에 노심초사하던 국가대표팀이 일단 한숨을 돌렸다.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투수 임창용은 2월 22일 일본 도로교통법 위반에 따른 벌금 30만 엔(약 302만 원)을 냈다. KBO 관계자는 22일 “임창용이 오늘 오전 오키나와 나하 제1 합동청사에 직접 방문해 벌금 30만 엔을 내고 왔다”고 밝혔다. 벌금을 완납해 귀국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다. 이에 임창용은 23일 항공편을 통해 대표팀 선수단과 함께 귀국할 예정이다.

'임창용 리스크'

김인식 감독이 선수단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김인식 감독이 선수단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임창용은 18일 오후 6시 지인 소유 차량을 몰고 오키나와 나하시 지역으로 이동하다 잠시 차량을 세웠다. 이때 조수석에 앉은 지인이 문을 열다가 후방에서 달려오던 오토바이와 접촉 사고를 내면서 오키나와 현지 경찰에 입건됐다.

사고 당시 임창용은 일본프로야구 시절 취득한 일본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유효기간이 만료된 상태였다. 접촉사고는 쌍방과실이 인정되어 합의 처리됐지만, 임창용의 면허증 기한 만료는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다. 이를 오키나와 검찰이 약식 기소해 벌금 부과로 이어졌다.

KBO 관계자는 “일본에서 무면허 운전은 벌금이 최대 50만 엔까지 나올 수 있다고 들었다”며 “벌금 30만 엔은 일본 검찰이 임창용의 사정을 정상 참작해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고가 가벼운 수준이고, 고의적인 무면허 운전이 아니라 일본 면허증 갱신 기간을 숙지하지 못한 점을 고려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해외 전지훈련을 떠날 때 여권과 국제 운전면허증 등을 챙기는 건 프로 선수의 기본이다. 불혹을 넘긴 베테랑 임창용이 이를 소홀히 했다는 건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 임창용은 다른 대표팀 선수들과 달리 일본의 제도와 물정을 잘 아는 선수다. 그런 임창용이 초보적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도 아쉬움을 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미 여러 차례 크고 작은 사건 사고로 홍역을 치른 임창용이다. 2016시즌을 앞두고는 KBO 징계를 받고 선수 생활을 그만둘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기량과 경험 때문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는 있지만, 누구보다 자중자애해야 할 처지다. 고운 시선을 받기 어렵다. 팀 최고참 선수가 개인적 실수로 대표팀에 손해를 끼친 것도 결코 보기 좋은 그림이 아니다.

바람 잘 날 없는 대표팀, 임창용으로 악재는 끝일까

대표팀 박건우, 오재원, 김태군이 훈련 중에 대화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대표팀 박건우, 오재원, 김태군이 훈련 중에 대화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굳이 임창용이 아니라도 바람 잘 날 없는 WBC 대표팀이다. 대표팀은 2016년 10월 16일 예비 엔트리 발표 이후 온갖 악재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부상 선수가 속출하며 엔트리가 여러 차례 바뀌었고, 메이저리거들의 경우엔 소속 구단의 만류 등으로 대표팀에서 빠지는 사례도 나왔다. 첫 엔트리 발표 당시와 최종 엔트리를 비교하면 전혀 다른 구성의 선수단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논란도 많았다. 강정호가 경기장이 아닌 음주운전으로 삼진아웃 당해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오승환은 “여론이 좋지 않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가, 뒤늦게 발탁해 논란을 샀다. 오승환은 임창용과 마찬가지로 ‘불법 해외 원정도박’으로 KBO 징계를 받은 신분이다. 국외파 이대은의 대표팀 발탁도 특혜 논란을 불렀다. 여기에 항상 리스크가 따라붙는 임창용까지 문제를 일으켰다.

KBO 관계자는 “임창용의 대표팀 하차는 현재로썬 검토하고 있지 않다. 김인식 감독도 언급한 바 없다”고 밝혔다. 또 KBO 상벌위 개최 여부도 “추후 검토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앞서 대표팀이 악재에 대응한 선례로 볼 때, 임창용의 처분은 여론의 향배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임창용 사건이 ‘해프닝’ 정도로 지나가길 바라는 속내가 읽힌다.

이번 대표팀을 두고 일각에선 ‘역대 최약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마지막 평가전인 요코하마전에서도 대표팀은 타선 침묵 속에 2-3으로 역전패했다. 하지만 팀 전력보다 더 큰 문제는 경기장 밖에서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팀은 다양한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다. 팀 분위기와 조직력이 아주 중요하다. 대회 기간 내내 이런저런 잡음이 많은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둔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표팀 관계자들은 이번 WBC 성적이 한국야구 인기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2017 WBC다. 대회를 잘 치르고 좋은 성적을 내려면, 악재는 이번 임창용 사건으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남은 기간 더는 경기장 외부에서의 악재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경기장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수두룩한 대표팀의 현주소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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