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신인 투수 고우석(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LG 트윈스 신인 투수 고우석(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LG 양상문 감독 "고우석, 여러면에서 오승환을 떠올리게 한다."

국내외 유명 투수들의 투구 동영상 보면서 분석하고, 연구하는 고우석 "프로에서 생존하려면 체격적으로도 뛰어나고, 유연성도 계속 보강해야 한다."

'당찬' 고우석의 다짐 "매번 잘하고 싶고, 잘한 날엔 더 잘하고 싶다."

인천 석모도 출신 '섬 소년' 고우석의 키는 182cm다. 투수로선 그리 화려하지 않은 신체조건이다. 하지만, 고우석은 고교무대를 평정하고서 지난해 열린 '2017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LG 트윈스의 1차 지명을 받았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손에 쥐었던 kt 위즈는 ‘지역 연고' 영향으로 최상의 선택을 하지 못했다. 2017년 신인 가운데 고우석이 'NO. 1' 선수였던 게 사실이다.

LG는 3년 전 유사한 상황에서 제주고(제주도는 서울 연고 지역에 포함) 좌완투수 임지섭을 지명했다. 임지섭은 ‘향후 LG 미래 10년을 책임질 좌완투수’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기대했던 결과를 내지 못한 채 지금은 상무 야구단에서 병역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우석을 향한 LG의 현재 기대치는 어느 정도일까.

고우석은 시속 140km 중후반대의 빠른 공을 던진다. 고교무대에선 최고 속구 구속이 151km/h까지 나왔다. 구속도 구속이지만, 묵직한 공 끝이 인상적이었다. 여기다 슬라이더와 커브를 잘 구사하며, 낮은 쪽 스트라이크 존을 잘 공략한다는 장점이 있었다.

LG 김현홍 스카우트 팀장은 “마운드 위에서의 대담성과 공격성이 고우석의 최대 장점이다.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받은 적이 있지만, 고교 무대에서 보여준 구위는 정말 대단했다”고 호평했다.

LG 현장의 기대감도 상당하다. LG는 다소 이례적으로 신인선수인 고우석을 1군 캠프에 포함시켰다. 한발 나아가 LG는 고우석을 당장 2017시즌 1군 전력감으로 꼽는 분위기다.

양상문 LG 감독은 “마무리 캠프에서 고우석을 직접 보니 공이 굉장히 좋았다. 묵직한 구위가 인상적이었다. 실전에서도 지금의 투구를 이어간다면 당장 1이닝쯤은 맡길 수 있겠단 기대가 들었다”며 “여러 면에서 오승환을 떠올리게 한다”는 최상급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 시즌 고우석의 보직이나 거취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 하지만, 고우석이 LG가 큰 기대를 거는 ‘대물 신인’인 것만은 분명한 듯 보인다. '대물 신인' 고우석을 ‘엠스플뉴스’가 미국 애리조나 현지에서 만났다.

'천진난만' 고우석 "프로는 준비부터 다르네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뛰고 있는 고우석(사진=LG)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뛰고 있는 고우석(사진=LG)

2017년 LG 트윈스 신인 가운데 홀로 미국 스프링캠프에 왔다. 프로선수가 됐다는 게 실감이 되나.

스프링캠프 첫 주엔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정신이 없었다. 선배들이 움직이는 걸 보면서 분주하게 쫓아가기에 바빴다.

이젠 여유가 생겼나.

몸 관리도 알아서 하기 시작했고, 훈련 스케줄이나 일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익혔다. 적응이 됐다(웃음).

고교 시절에도 전지훈련을 가봤을 텐데. 아마와 프로, 어떤 차이가 있는 듯싶나.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고교 땐 단지 전지훈련이 ‘국외에 나가서 훈련’하는 정도의 의미였다. 그런데 프로 전지훈련을 직접 체험해 보니 체계적으로 ‘어떤 시기’에 운동을 하고, ‘어떻게’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하는지를 좀 더 세밀하게 준비하는 무대인 것 같다.

‘내 몸’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알게 되지 않았나.

(깜짝 놀라며) 어떻게 알았나. 맞다. LG에 입단하고서 내 몸 상태가 어떤지 객관적으로 처음 알았다. 또 그 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알아가고 있다.

선배들이 살아있는 교과서일텐데.

아마추어 땐 훈련 시작하면 그냥 10분 전에 운동장에 나와서 다른 선수들 기다리고 있다가 훈련을 시작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프로 와선 캠프 첫날부터 깜짝 놀랐다. LG 훈련시간이 아침 9시 30분부터여서 ‘한 시간 일찍 나오면 되겠다’ 생각하고 오전 8시 30분에 나왔다. 그런데 이미 선배들이 다 나와 있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어 사색이 됐다(웃음).

정말 그랬겠다. 선배들이 뭘 하고 있던가.

자율적으로 각자 스케줄에 따라 개별 운동을 하고 있었다. 물리치료나 마사지도 받는 등 정말 바쁘게 움직였다. '아, 이게 바로 프로선수들의 훈련 준비구나' 싶었다.

그 후론 어떻게 했나.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니까(웃음), 선배들 따라 더 일찍 그라운드에 나와 운동하고, 모르는 건 물어보면서 그렇게 하나둘씩 배우고 있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선 그만큼 탄탄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걸 프로 와서 절실히 깨달았다.

1차 캠프인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렌치는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마이너리그 캠프고, 2차 캠프인 애리조나주 파파고 구장은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캠프 장소로 사용했던 곳이다. 그만큼 훈련시설이나 여건이 상당히 좋다.

운동 시설이 굉장히 잘 돼 있다. (다시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하지만, 우리 이천 LG 챔피언스파크도 시설도 정말 훌륭해 '막' 심하게 감탄하진 않았다.

자부심이 대단하다.

(해맑게 미소 지으며) 네.

이천 LG 챔피언스파크나 애리조나 캠프에 와서 가장 많이 들은 조언이 뭔가.

‘절대 무리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모든 코치님이 하시는 말씀이다.

왜 그런 조언을 하는 것 같나.

한 시즌이 144경기인데 여기서 페이스를 너무 많이 끌어올리면 시즌을 치르다 부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좋은 방향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처음이니까 내가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 확신은 없다. 그래도 일단 처음이니까 뭐든 열심히 부딪혀 보고, 조언을 귀담아들으려 애쓰고 있다.

고우석 "야구 동영상 통해 오승환과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보면서 학습 중"

고우석의 우상은 오승환, 페드로 마르티네즈, 팀 린스컴이다(사진=LG)
고우석의 우상은 오승환, 페드로 마르티네즈, 팀 린스컴이다(사진=LG)

'2017 신인 드래프트' 지명 당시 얘기를 해보자. LG는 ‘서울권’에서 가장 먼저 지명권리를 얻었고. 쟁쟁한 투수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고우석을 호명했다. 고우석은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3개 팀(LG, 두산, 넥센)이 모두 탐낸 투수였다.

처음 듣는 이야기다.

왜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하나.

내게 다른 특별한 점은 없던 것 같다. 다만, 내 장점이라면 ‘한 번도 시간을 허투루 보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고교 때도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내 성실한 면을 가장 좋게 평가하셨다.

성실한 선수였나(웃음).

(수줍게 웃으며) 제 입으로 계속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2016년 8월 제18회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청소년 대표팀을 취재했을 때 '고교생 고우석'을 본 기억이 있다. 당시 대회를 앞두고 라이브 피칭을 하는데 다른 투수들과 확연히 차이 나는 강속구를 던졌던 게 눈에 선하다. 특히나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얼굴이 붉어지며) 감사합니다. 그때 전국대회가 막 끝나 선수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난 청소년 대표팀에 뽑혔다는 소식을 듣고서 더 잘하고 싶어 모교 충암고는 대회에 떨어졌어도 쉬지 않고 계속 대회 준비를 했다.

김현홍 LG 스카우트 팀장은 “대담함과 공격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했다. 투구스타일로 봤을 때 본인은 어떤 유형의 투수인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 면이 보였다면 그건 내 승부욕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강하다. 그래서 그런 공격성이 마운드에서 나타난 게 아닐까 싶다.

롤모델로 삼는 투수가 있다면 그게 누구일지 궁금하다.

난 투수치곤 키(182cm)가 크지 않다. 나처럼 크지 않은 체구로 좋은 투구하는 선수들을 좋아한다. 여러 선수를 좋아하는 편이라, 한 명만 꼽기 힘들다.

여러 명을 꼽아도 된다.

그래요? 가장 먼저 오승환 선배(세인트루이스). 그리고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팀 린스컴 같은 선수들이다. 그 선수들 영상을 찾아 보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 그 외에도 팬으로 지켜보는 투수는 다르빗슈 유(텍사스)나 오타니 쇼헤이(니혼햄) 등이다.

평소에도 야구 영상을 많이 찾아보는 편인가.

굉장히 자주 보고, 연구하는 편이다. 잘 던지는 투수들을 보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으려고 한다.

발견한 부분을 소개해 줄 수 있나.

키가 작은 선수는 하나같이 신체가 상당히 발달했다. 또 유연성이 뛰어나다. 투구 동작을 분석해 보 니까 대부분 그렇더라. 그래서 나 역시 생존하려면 ‘체격적으로도 뛰어나고, 유연성도 계속 보강해야겠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다. 상황에 따른 경기 운영도 그 투수들의 실전 영상을 보면서 많이 참고하고 있다.

'섬 소년' 고우석이 야구공을 쥐게 된 이유 "힘들고, 어려운 야구가 더 재밌게 느껴졌다."

섬에서 자란 고우석은 이제 프로야구선수다(사진=LG)
섬에서 자란 고우석은 이제 프로야구선수다(사진=LG)

‘섬 소년’이 프로야구 선수가 됐으니 이만하면 굉장한 성공 아닌가. ‘섬 소년’이란 표현을 혹시 싫어하나.

아니다. 싫어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인천 석모도에서 살았다. 내겐 추억이 많은 곳이다.

야구를 접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을 텐데. 처음 글러브를 잡은 계기가 궁금하다.

(신이 나서) 사실 어릴 땐 야구 자체를 몰랐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초교 3학년 가을, 추석 명절 때였다. 그때 LG에 먼저 입단한 고종사촌 (유)재유 형이 섬으로 놀러 왔다. 재유 형이 야구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땐데, 섬으로 놀러와 야구 유니폼 입고서 공을 던졌다. (우완 유재유는 2016 2차 1라운드 7순위로 LG에 지명)

어린 소년의 눈에 형이 정말 멋있어 보였겠다.

글쎄. 유니폼이 멋있었던 건 아니었다(웃음). 그것보단 ‘내가 이 운동을 꼭 해야겠다.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짧은 순간에 야구 매력에 빠진 건가.

재유 형이 공을 던질 때 따라 해봤는데 잘 못 하겠더라. 거기서 매력을 느꼈다. 섬이다 보니 아이들이 많지 않았지만, 또래 중엔 운동신경이 가장 좋았다. 운동 신경 믿고 야구를 해봤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실수도 잦고, 어려웠다. 하지만, 힘들고 어려우니까 더 재밌게 느껴졌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야구에 빠지게 됐다.

대단한 승부욕이다.

처음엔 부모님이 반대를 많이 하셨다. 그래 몇 달을 졸랐다. ‘야구 안 하면 난 정말 안 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부모님께 "전 꼭 야구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하고 말씀드렸더니 결국 허락해주셨다. 섬에서 나와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 갔다. 재유 형이 있는 고모네로 가서 2년 정도 함께 살았고, 6학년 때 어머니가 섬에서 나오셔서 내 뒷바라지를 해주셨다.

프로 입단 후 부모에게 고마운 마음이 컸겠다.

쉽지 않은 뒷바라지였으니까.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다. 야구를 더 잘해 효도하고 싶다.

만약 고종사촌 형이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야구를 시작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

재유 형이 섬으로 놀러 왔던 게 내겐 운명적인 한 번의 기회였다.

'담대한 새내기' 고우석의 꿈 "프로 통산 최다승 투수가 되고 싶다."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한 해 먼저 LG트윈스에 지명된 유재유는 고우석의 고종사촌형이다(사진=LG)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한 해 먼저 LG트윈스에 지명된 유재유는 고우석의 고종사촌형이다(사진=LG)

어렵게 야구를 시작했지만, 이후엔 계속 승승장구했다. 중고교 시절 계속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덕분에 프로 지명 때 고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야구하면서 한 번도 저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한 번도?

(강한 어조로) 네, 단 한 번도.

음.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설령 최상의 결과를 냈어도 내가 완벽했던 적은 없다. 매번 더 잘하고 싶고, 잘한 날엔 더 잘하고 싶고 그랬다. 욕심이 많았던 선수였던 것 같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신인이다. 그러나 프로는 '기다려 주지 않는 곳'이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가질 생각이다.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하기보단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노력하겠다.

2군에서부터 시즌을 시작할 수도 있다.

1군이면 좋겠죠(웃음). 1군 144경기를 제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하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야구선수로서 꿈이 있다면 그게 뭘지 궁금하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최다승을 기록한 투수, '사이 영'이라고 있지 않나.

잘 안다.

그 선수처럼 프로 통산 최다승을 거둬보고 싶다. 가장 많이 승리한 투수가 되고 싶다.

KBO리그에서?

한국이나, 어디에서나.

포부가 대단하다.

야구선수로서 꿈이니까요.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으니까요(웃음).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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