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맨’ 팻 딘(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스마일맨’ 팻 딘(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오키나와]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의 새로운 짝이 될 팻 딘이 실전 모의고사를 치렀다.

모의고사 무대는 2월 23일 일본 오키나와 고자구장에서 열린 히로시마 도요카프와의 연습경기였다. 실전 경기에 첫 등판한 팻 딘은 총 25구를 던져 2이닝 2피안타(1피홈런)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속구 최고 구속은 147km/h까지 나왔고, 최저 구속은 144km/h였다. 패스트볼과 함께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투심 패스트볼 등을 섞어 던졌다.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100%까지 올라온 투구는 아니었다. 다소 쌀쌀한 날씨의 영향이 컸다. 그래도 평균 속구 구속 145km/h였음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투구였다는 게 팻 딘을 투구를 지켜본 야구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따지고 보면 2실점도 야수 실책 후 터진 2점 홈런으로 허용한 것이었다.

실전 적응에 초점: 컨디션 Good!

불펜 투구를 하는 팻 딘(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불펜 투구를 하는 팻 딘(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경기 종료 후 만난 팻 딘은 “무척 오랜만에 오른 실전 마운드였다. 그간 불펜에서만 던졌기 때문에 이번 투수는 처음부터 실전 적응에 초점을 맞췄다"며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깊이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당장의 좋은 투구결과보단 몸 상태를 실전용에 가깝게 끌어올리는데 주안점을 뒀다는 얘기였다.

김기태 KIA 감독은 경기 종료 후 팻 딘 투구에 대해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고, 투구 템포도 괜찮았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35홈런을 기록한 히로시마 외국인 타자 에르네스토 메히아에게 2점 홈런을 맞긴 했으나, 연습경기 등판이기에 실점보단 내용에 더 주목했다는 뜻이었다.

팻 딘은 “정규 시즌에 평균 91마일(145.6km/h) 안팎의 공을 던진다.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 현재 페이스가 약간 빠른 편”이라며 “스프링캠프 투구치곤 약간 빠른 공이지 않나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대진 KIA 투수코치는 팻 딘의 불펜 투구를 지켜본 이후 “속구 구속 상승의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에서 뛸 당시 팻 딘은 ‘소프트 스터프’에 가까운 투수였다.

“평소보다 더 투구의 힘이 느껴졌다. 새로운 투구 매커니즘으로 던지는 걸 시험하고 있는데 그 점이 (속구 구속 향상)에 영향이 준 게 아닌가 싶다.” 이 코치의 말이다.

1989년 미국 코네티컷 태생인 팻 딘은 28살의 젊은 투수다. '보스턴 칼리지'에서 뛸 때 좌완 에이스로 활약한 팻 딘은 2010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미네소타 트윈스의 지명을 받았다. 이후 마이너리그에서 7시즌을 뛴 뒤 2016년 5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154경기 51승 57패 평균자책 4.12, 메이저리그는 19경기 1승 6패 평균자책 6.31이다.

팻 딘의 경력 가운데 눈여겨 볼 건 역시 뛰어난 제구다. 팻 딘 영입 시 KIA 관계자는 “제구가 뛰어나고, 투구 밸런스가 좋은 투수"라고 칭찬했다. 팻 딘의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은 1.74개로 매우 낮다. 첫 실전 등판에서도 제구에선 강점을 보였다. 다양한 구종을 골고루 시험하고, 스트라이크 존을 폭넓게 활용하면서도 정확한 제구를 선보였다.

팻 딘, 타고난 분위기 메이커. 적응 OK!

웃는 얼굴의 팻 딘(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웃는 얼굴의 팻 딘(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많은 현장 지도자는 “외국인 투수 성패는 결국 한국야구 적응 여부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팻 딘이 지난해부터 ‘거물 외국인 투수’으로 인정받은 헥터와 짝을 이루려면 그도 예외없이 '적응'이란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오키나와 흙은) 미국에서 쓰는 흙과 확실히 다른 면이 있다. 불펜투구할 때 마운드 흙이 너무 부드러워 투구 후 착지할 때 미끄러져 내심 걱정이 됐이 됐다. 그나마 실전 마운드는 좀 더 흙이 단단해서 투구하기 편했다. 미국에서 오랜 시간 뛰었기 때문에 당연히 딱딱한 마운드를 선호한다.”

팻 딘의 말처럼 메이저리그 마운드 흙과 비교하면 한국, 일본의 마운드 흙은 다소 무른 편이다. 주변 환경에 예민한 투수는 마운드 환경이 어떠냐에 따라 투구 내용이 변하기도 한다. 외국인 투수들이 한국야구에 적응할 때 가장 애를 먹는 것도 '무른 마운드'다.

다행히 팻 딘은 "실전 마운드 흙은 단단해서 투구하기 좋았다"는 말로 무난한 적응도를 보였다.

친화력도 좋다. 팻 딘은 선수단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KIA 관계자는 “상당히 활발하고, 사교성이 좋은 선수다. 덕분에 선수들과도 매우 친하게 지낸다"며 "늘 밝은 표정을 하는 전형적인 ‘스마일맨’"이라고 팻 딘을 평가했다.

팻 딘은 고효준이 선물한 슈퍼 마리오 모자를 쓰고, 몸 풀기에 나서는 등 가벼운 기행으로 선수단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

팻 딘은 밝은 표정으로 “KIA에서 무척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캠프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돼 선수들 앞에서 댄스로 신고식을 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활짝 웃었다.

팻 딘은 “일단 헥터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한국 KBO리그 타자들의 성향과 각 팀 별 타자들의 유형을 조금씩 익혀가고 있다”고 전하며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면서도 다른 투수들과도 대화를 많이 하겠다. 그 시간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안정적인 매커니즘과 정교한 제구력, 더해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선뜻 KBO리그를 택한 도전정신. 친화력과 겸손한 자세는 팻 딘의 성공을 희망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요소다. 연습경기 실전 등판 결과보다 내용, 그 준비과정을 더 주목하는 것이 타당하다.

“야구는 내게 대학교를 진학 할 수 있게 해줬고. 또 돈을 벌 수 있게 해줬다. 또 이렇게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줬다. 야구를 통해 새로운 리그와 나라를 경험하고 싶었다. KBO리그엔 굉장히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들었다. 한국 야구를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

한국야구에 도전하며 문화와 새로운 환경을 즐기는 팻 딘의 각오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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