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사진=gettyimages / 이매진스)
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사진=gettyimages / 이매진스)

[엠스플뉴스=오키나와]

한화 이글스의 선택은 메이저리그(MLB) 11년 차 베테랑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였다.

한화는 2월 24일 공식 발표를 통해 “새 외국인 투수 비야누에바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비야누에바의 몸값은 윌린 로사리오와 같은 150만 달러(약 17억 원)다.

외국인 투수 영입에 골머리를 앓았던 한화다. 그간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인 선수 영입을 마무리 짓지 못했었다. 외국인 투수 영입이 길어지자 팬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뒤늦게 영입해 실패를 맛본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한화는 천신만고 끝에 수준급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다. 한화 관계자는 “이제 한시름 놓았다. MLB 경력의 외국인 투수를 영입해 천만 다행이다. 영입이 늦어졌지만, 비야누에바는 팀 선발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야누에바는 KBO리그 외국인 선수 가운데 최고 경력을 자랑한다. 2006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MLB 데뷔전을 치렀고,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카고 컵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샌디에고 파드리즈 등을 거치며 통산 476경기에 등판해 998.2이닝/ 51승 55패/ 11세이브/ 62홀드/ 평균자책 4.32을 기록했다.

'하늘이 도운 외국인 투수' 비야누에바 영입 뒷 이야기.


비야누에바 영입엔 한화 스카우트 팀의 노력이 숨어있다. 비야누에바 영입을 이끈 한화 관계자는 “최근까지 한 왼손 투수와 협상을 이어갔지만, 계약 체결이 쉽지 않았다. 계약이 지체되자 외국인 투수 영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 FA(자유계약선수) 시장 상황을 눈여겨봤다. 미계약자 명단을 살피다 비야누에바를 발견했다 MLB에서 11년을 뛴 베테랑이었다. 당연히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덧붙여 “비야누에바는 애초 KBO리그행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하늘이 우릴 도왔는지 MLB 스프링 트레이닝 시작이 다가오자 선수 본인이 생각을 바꿔 KBO리그행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며 “(선수 영입에) 절호의 기회였다. 한국야구의 높은 수준과 팀 내에 윌린 로사리오, 알렉시 오간도가 있단 점을 강조했다. 여기다 세 선수 모두 도미니카 출신이었다. 얼마 뒤 비야누에바에게 연락이 왔다. 계약을 수락하겠단 것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도미니카 스카우트 사이에선 비야누에바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 '다양한 변화구를 수준급 이상으로 던지고, 성실한 선수'란 평가였다. 그만큼 비야누에바 영입 경쟁이 치열했단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비야누에바의 풍부한 경험이 특히 매력적"이라며 "우리 팀 젊은 선수들에게 '롤모델이 될 만한 선수'였다. 절대 놓칠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야누에바는 오간도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투수다. 이 관계자는 “오간도가 파이어볼러라면 비야누에바는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로 승부한다.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긴 이닝 소화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큰 부상 한 번 없었다. 스트라이크 존 좌우 코너 공략이 일품이다. 주 무기는 '커브'로 빠른 커브와 느린 커브를 동시에 던진다”고 설명했다.

오간도는 160km/h를 넘나드는 광속구를 던진다. 그에 비해 비야누에바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0km/h 중반대로 MLB 평균(149km/h)에 못 미친다. 그런데도 MLB에서 11년간 활약할 수 있었던 비결은 비야누에바의 ‘제구력’ 덕분이었다.

비야누에바의 MLB 통산 9이닝당 볼넷(BB/9)은 2.9개다. 지난 시즌엔 1.7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KBO리그 외국인 투수 가운데 가장 낮은 BB/9은 헨리 소사(LG 트윈스)의 1.72개였다. 소사는 2011년 휴스턴 에스트로스 시절 BB/9 3.9개를 기록했다. 최고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두산 베어스)의 경우 MLB 마지막 시즌에 BB/9이 5.4개에 달했다(2016시즌 3.06개). 두 선수 모두 KBO리그에 와선 볼넷이 줄었다. 적어도 비야누에바의 제구는 KBO리그 외국인 투수 가운데 최상급에 속한다.

여기다 ‘안정감’까지 더했다. 비야누에바는 MLB에서 11년간 뛰며 단, 세 번 마이너리그에 내려갔다. 등판 기록을 보면 2007년 2번(선발), 2010년 11번(불펜), 2011년엔 재활 등판으로 1번 나선 것이 전부다. 그 외엔 줄곧 메이저리거로 활약했다. 꾸준한 자기관리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력 다한 프런트, 이제 현장이 보여줘야 할 때.

좋은 성과를 만들어낸 한화 프런트(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좋은 성과를 만들어낸 한화 프런트(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한화 관계자는 “박종훈 단장이 사실상 외국인 선수 영입을 주도했다. 본인이 감독 출신이고, 선수 보는 눈이 남다른 만큼 신경을 많이 썼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 영입이 늦어져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 단장은 지난해 취임 후 '팀 혁신'을 꿈꿨다. 내실을 다지고,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최고의 외국인 투수 영입이 필요했던 이유는 FA 영입으로 인한 보상 선수 유출을 막고, 그 비용을 선수 육성에 투자하겠단 뜻이었다.

리빌딩을 외친 것이 아니었다. 성적을 유지하면서도 선수 육성에 집중하겠단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선 수준급 외국인 선발 투수 영입이 필수적이었다. 박 단장은 이를 위해 스카우트팀을 미국, 도미니카 등으로 수차례 파견했다. 면밀한 분석과 마라톤 협상 끝에 오간도 영입과 로사리오 재계약이란 성과를 만들어냈다.

박 단장은 “오간도와 비야누에바 영입은 한화 새 도전(New challenge)의 기둥”이라며 “팀이란 건물의 중심은 '기둥'이다. 그 기둥을 튼튼하게 쌓는 데 중점을 뒀다. 애타게 찾던 안정감 있는 선발 투수를 영입했다. 이렇게 좋은 투수를 영입하려고 여태껏 어려움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계약서 사인 직전까지 불안의 연속이었다. 박 단장은 “비야누에바를 하루빨리 데려오고 싶었다. 하지만, 선수가 워낙 꼼꼼해 여러가지 체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가슴 졸인 시간이었다. 이러다 또 안되는 것 아닌가 싶었다”며 놀란 가슴을 쓰려 내렸다.

김성근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15승 정도 거둘 수 있는 외국인 투수 2명’을 요청했다. 박 단장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구단 사장과 수차례 회의를 거쳤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간 한화 팬들에게 가장 죄송했다. 현장에 불편함이 없도록 좋은 선수 영입에 최선을 다했다. 새 외국인 투수 비야누에바의 활약을 기대해 달라.” 박 단장의 말이다.

한화는 전지훈련 기간 ‘42’ 등번호를 비워놓았다. 새 외국인 투수에게 줄 번호였다. 오랜 기다림은 결실을 보았다. 성과 또한 확실하다. 외국인 선수 이름값 면에선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최고다. 이 정도면 외국인 선수 영입에 거액을 투자하는 일본프로야구 못지않은 수준이다.

비야누에바 영입에 팬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오간도 역시 불펜 피칭과 실전 투구 등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모두 박 단장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이제 바톤은 현장에 넘겨졌다. 거물급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현장의 힘을 실었다. 이제 남겨진 과제는 결과로 모든 걸 보여주는 일이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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