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11년 경력의 비야누에바(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빅리그 11년 경력의 비야누에바(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엠스플뉴스]

마치 강한 캐릭터가 나타나면 더 강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최강의 캐릭터 다음엔 절대 최강의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 ‘드래곤볼’을 보는 것 같다. 최근 KBO리그 트렌드가 된 메이저리그 출신 ‘빅네임’ 외국인 투수 영입에 한화 이글스가 마지막 한 방을 날렸다. 한화는 2월 24일, 빅리그 11년 경력을 자랑하는 거물급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33)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몸값은 150만 달러(약 17억 원)에 달한다.

비야누에바는 한국 야구팬에게도 아주 익숙한 이름이다. 2006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데뷔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시카고 컵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샌디에이고 파드레스를 거치며 활약했다. 알렉시 오간도급의 화려한 임팩트를 남긴 시즌은 없지만, 그렇다고 심각한 부진으로 메이저리그 경력이 단절된 기간도 없는 선수다. 매년 꾸준하게 그를 찾는 구단이 나왔고, 눈에 띄진 않지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긴요한 역할을 해냈다.

비야누에바-오간도-로사리오, 도미니카 트리오 완성

컵스 시절 프링글스 수염을 기른 비야누에바(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컵스 시절 프링글스 수염을 기른 비야누에바(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비야누에바는 1983년 도미니카 공화국 산티아고에서 태어났다. 미국 구단과 첫 계약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맺었지만, 2004년 트레이드로 밀워키 브루어스로 팀을 옮겼다. 2005년 하이 싱글 A에서 21경기 등판해 7승 1패 평균자책 2.32로 두각을 드러냈고, 2006년엔 트리플 A에서 11경기 7승 1패 평균자책 2.71로 대활약, 곧바로 메이저리그 데뷔 꿈을 이뤘다.

데뷔 첫 시즌 빅리그에서 2승 2패 평균자책 3.69로 준수한 성적을 올린 비야누에바는 이듬해도 59경기 8승 5패 평균자책 3.94의 성적을 거뒀다. 이후 2010년까지 주로 불펜에서 활약하며, 매년 꾸준히 50경기 이상 등판하며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비야누에바의 통산 성적(기록=fangraphs.com)
비야누에바의 통산 성적(기록=fangraphs.com)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건너간 2011년부터는 선발투수로 등판할 기회가 좀 더 늘어났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세 시즌 연속 빅리그에서 100이닝 이상 던졌고, 매년 두자리수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불펜에서 던질 때는 긴 이닝을 틀어막는 롱릴리프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2015시즌 세인트루이스에서 35경기 61이닝 동안 평균자책 2.95로 좋은 성적을 낸 비야누에바는 2016년 샌디에이고 소속으로 한 시즌을 보낸 뒤, 마침내 KBO리그 한화 이글스로 팀을 옮겼다.

다양한 구종과 제구력이 강점

비야누에바는 5가지 구종을 고루 구사한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비야누에바는 5가지 구종을 고루 구사한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비야누에바는 팀 동료 오간도처럼 불같은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는 아니다. 우주의 기운을 끌어모아 던질 때는 149km/h까지도 나오지만, 대부분 공은 140km/h 초반대를 형성한다. 대신 투심 패스트볼의 움직임이 좋고, 어떤 상황에서도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을 갖추고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도 2.91개로 아주 적은 편이다.

비야누에바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변화구를 고르게 구사할 줄 아는 능력이다. 원래 비야누에바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이다. 마이너리그 시절 팀 내 최고 체인지업으로 평가를 받은 바 있고, 선발투수로 등판할 때도 체인지업을 활용해 선택지를 넓힌다. 체인지업의 움직임이 좋고, 다른 구종의 위력을 더해주는 플러스급 구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야누에바는 빅리그 데뷔 이후 체인지업보다 슬라이더와 커브의 비중을 끌어올렸다. 이 5가지 구종 가운데 특정 구종에 의존하지 않고, 비슷한 비율로 골고루 던지는 게 비야누에바의 특징이다. 2016시즌을 보면 패스트볼이 33.3%, 투심이 12%, 슬라이더가 28.3%, 커브가 14.2%, 체인지업이 11.8% 비율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두 가지 구종에 의존하는 불펜 투수들과 달리, 마치 선발 투수처럼 여러 구종을 고르게 구사했다.

재미난 건 커브볼 외에 일명 ‘아리랑 볼’로 불리는 이퍼스를 간간히 섞어 던진다는 점. 90km/h 안팎의 느린 공을 던져 타자에게는 혼란을, 관중들에게는 재미를 준다. 그만큼 변화구를 던지는 감각이 뛰어나다는 의미도 된다. KBO리그에서도 비야누에바의 ‘아리랑 볼’을 볼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비야누에바의 투구폼(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비야누에바의 투구폼(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비야누에바는 2014년부터 대부분 시간을 불펜에서 보냈다. 그러나 대개 긴 이닝을 던지는 임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KBO리그에서 선발로 투구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특히 불펜으로 뛴 최근 3년간 비중을 줄였던 체인지업을 다시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 5가지 구종을 바탕으로, 11년 빅리그 투수의 경험과 경기 운영 능력을 발휘한다면 선발로도 좋은 투구가 기대된다.

비야누에바는 2016시즌 샌디에이고에서 평균자책 5.96으로 부진했다. 거의 매년 4점대 안팎의 평균자책을 꾸준히 기록한 투수치곤 이례적인 부진이다. 하지만 비야누에바의 기량이 예년보다 떨어졌다고 볼 이유는 없다. 지난 시즌 높은 평균자책은 두 번의 7실점 경기(4이닝 7실점, 0.2이닝 7실점)가 화근이 됐다. 그 외 경기에선 대체로 예년과 다르지 않은 안정적인 피칭을 펼쳤다.

또 구종별 구속과 볼의 움직임과 2015년 이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9이닝 볼넷은 1.70개(통산 2.91개), 9이닝당 탈삼진 7.42개(통산 7.77개)로 볼넷-탈삼진도 통산 기록과 거의 비슷하거나 좀 더 나은 수치를 기록했다.

거의 매년 4점대 안팎의 평균자책, 3개 안팎의 9이닝당 볼넷, 7개 안팎의 9이닝당 탈삼진을 꾸준히 유지한 비야누에바다. 통산 성적이 거의 고스란히 시즌 성적으로 나오곤 하던 선수다. 지난해의 6점에 가까운 평균자책은 하락세의 시작이라기보다, 일시적인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한편 비야누에바 영입으로 한화는 기존 윌린 로사리오, 알렉시 오간도에 이어 또 한 명의 도미니카 출신 선수와 함께하게 됐다. 외국인 선수 3명이 모두 도미니카 출신인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도미니카 출신 선수들은 서로 끈끈한 형제애를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도미니카 트리오가 힘을 합쳐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화는 외국인 선수 영입 작업을 모두 마쳤다. 현장에서 원하는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구단이 최선을 다했고, 노력에 걸맞은 최고의 결과를 냈다. 이제는 이런 투자와 지원에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는 일만이 남았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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