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삼성 선수단의 몸을 책임질 시라사카 히사시 코치(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올 시즌 삼성 선수단의 몸을 책임질 시라사카 히사시 코치(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오키나와]

삼성 라이온즈는 2016시즌 ‘부상 도미노’로 신음했다. 144경기를 모두 출전 선수가 단 1명도 없었다. 주전 멤버 가운데 10여 명 이상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여기다 외국인 선수들마저 부상으로 신음하며 팀에 기여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삼성에 지난해는 ‘잔혹 시즌’과 다름없었다.

선수들의 줄부상은 ‘9위’라는 아픈 결과로 이어졌다. 삼성 프런트는 겸허한 자성과 함께 어째서 이렇듯 부상자가 많았는지와 관련해 세밀한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새로 부임한 홍준학 삼성 단장은 트레이닝 파트에 “혁신적인 트레이닝법을 도입해 부상 방지에 온 힘을 기울일 것”을 요구했다.

결국 삼성은 트레이닝 파트를 책임질 ‘새 인물’을 영입했다. 삼성의 컨디셔닝 및 트레이닝 전통과 방향성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적임자를 물색한 것이다. 삼성이 야심차게 영입한 적임자는 바로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컨디셔닝 및 트레이닝 코치로 활약한 시라사카 히사시 코치였다.

시라사카 코치는 2005년 지바롯데 마린스에서 활동하며 지바롯데의 ‘부상자가 1명도 없는 시즌 달성’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일본 트레이너들 사이에서 시라사카 코치가 ‘컨디셔닝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본 프로야구 2개 팀(지바롯데, 요미우리)에서 무려 15년간 컨디셔닝 및 트레이닝 코치로 일한 시라사카 코치에게 삼성은 컨디셔닝 코치직을 신설해 그에게 선수단 컨디셔닝의 전권을 맡겼다.

물론 많은 부상자 발생을 컨디셔닝이나 트레이닝 파트만의 책임으로 규정짓는 건 과장된 해석일 수 있다. 가뜩이나 지난해 삼성 부상자 가운데 상당수는 경기 중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다친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의 시라사카 코치 영입은 ‘부상 후’가 아닌 ‘부상 예방’에 초점을 맞춘 결과로 보는 게 온당할 것이다.

실제로 삼성 관계자는 “부상을 최대한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시라사카 코치를 모셨다”며 “컨디셔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즘 추세에 발맞추겠다는 구단의 강력한 의지도 시라사카 코치 영입의 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엠스플뉴스’가 삼성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시라사카 삼성 컨디셔닝 코치를 만났다.

지바롯데 코치 시절 '부상자가 1명도 없는 시즌 달성'에 크게 기여했던 시라사카 코치

시라사카 코치(사진 맨 왼쪽)는 권오원 트레이닝 코치와 협력해 건강한 삼성을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시라사카 코치(사진 맨 왼쪽)는 권오원 트레이닝 코치와 협력해 건강한 삼성을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일본에선 쟁쟁한 이력을 자랑하지만, 아직 한국팬들에겐 낯선 이름이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일본 프로야구 지바롯데 마린스에서, 2006년부터 2015년까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컨디셔닝 및 트레이닝 코치로 활약했던 시라사카 히사시라고 합니다. 2016년엔 아마추어 쪽에서 활동하다가 올 시즌부터 삼성 라이온즈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웃음).

삼성의 첫인상, 특히 선수들의 몸과 관련해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KBO리그 스프링캠프가 2월 1일부터 시작한 것으로 안다. 그런 까닭으로 ‘선수들이 어느 정도 몸을 만들어왔을까’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아무래도 한국은 일본보다 춥고, 환경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선수들의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감이 있었다. 그래서 괌 훈련 땐 육체적인 강도를 높여 훈련을 진행했다.

삼성 선수들과 호흡하면서 특별하게 느낀 점이 있다면 그게 뭘지 궁금하다.

한국 선수들의 체격조건이 전반적으로 일본 선수들보다 좋은 편이다. 더 성장할 몸을 갖춘 선수도 일본 선수보다 많은 편이고. 잘 지도하면 좋은 결과가 날 것으로 생각한다. 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있다.

그게 뭔가.

자기 몸은 자기가 관리한다는 프로 의식과 생각이다. 일본 프로야구계에서 15년간 있으면서 느낀 건 ‘전력이 약한 팀들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특징?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자기 몸은 자기가 관리해야 한다. 그게 프로다. 하지만, 약팀들의 선수들은 그런 프로 의식이 떨어진다. 코치가 조언한 걸 항상 떠올리면서 몸을 만든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걸 선수들이 명심했으면 한다.

외국인 코치만의 장점, 뭐라고 생각하나.

외국인 코치이기에 쓰는 말이 다르므로 더 집중해서 들을 것이고, 또 선수들도 새롭고 낯선 이에게 더 흥미를 느끼지 않을까 싶다.

삼성 관계자는 “캠프에서 시라사카 코치는 상당히 근엄하고 조용한 지도자로 통한다. 하지만, 요미우리 관계자에게 들어보니 매우 유쾌하고 재치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아무래도 삼성 선수단과 처음 만나 힘든 운동을 하다 보니 보다 진중하게 행동하는 것 같다”는 개인적 느낌을 전했다.

“야구 컨디셔닝, 선수 자신이 자기 몸을 아는 게 우선”

캠프에서 삼성 선수들은 고무줄을 이용한 튜빙 훈련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보강운동을 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캠프에서 삼성 선수들은 고무줄을 이용한 튜빙 훈련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보강운동을 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베이스볼 컨디셔닝(Baseball Conditioning)’의 핵심은 무엇인가.

좋은 질문이다. 어느 스포츠도 마찬가지겠지만, 야구는 특히 코어(core)근육, 즉 몸통의 중심부를 잘 발달시켜야 한다. 팔다리와 연결된 근육, 관절, 고관절의 유연성도 매우 중요하다. 언급한 부위들이 좋지 않으면 다치기 쉽다. 베이스볼 컨디셔닝은 앞에서 언급한 부위를 강화하고, 유연하게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걸 핵심으로 한다.

지난해 삼성 선수단엔 부상자가 많았다. 부상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는가.

(강한 어조로) 확실한 준비다. 그 이전에 선수 자신이 자기 몸을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

선수 자신이 자기 몸을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

사람의 몸은 모두 다르다. 준비하는 방식도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하고, 또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가 선수마다 다 다르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선수 자신이 자기 몸을 정확하게 알아야만 ‘어떤, 어떻게, 얼마만큼의’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다.

과거 일본에서 ‘맨발 훈련’을 비롯해 여러 특이한 컨디셔닝 훈련을 도입해 좋은 효과를 본 것으로 안다. 당신만의 훈련법, 하나만 소개해달라.

팔 넓이보다 긴 플라스틱 막대기를 겨드랑이에 끼우고 좌우로 돌린 훈련법을 지도한 적이 있었다. 이 훈련은 어깨와 견갑골 근육을 강화하고, 어깨 유연성과 신체 밸런스가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인터뷰 도중 계속 '밸런스'를 언급하는데.

모든 스포츠의 핵심은 ‘좋은 밸런스로 설 수 있느냐’다. 레슬링, 태권도, 유도, 야구 등 모든 종목에 공통된 건 신체 밸런스를 잃으면 신체의 통제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지바롯데에서 컨디셔닝 코치로 일했을 때 ‘한 시즌 동안 큰 부상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기적의 시즌’을 이끈 바 있다. 당시 일본 야구계에서 큰 화제가 된 것으로 안다. 15년간 일본에서 코치로 활동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성과를 스스로 꼽는다면?

(한참을 고민하다) 음,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웃음) .

그 가운데 하나를 꼽아달라.

앞에서 약팀의 공통점을 이야기했는데, 그 이야기와 일맥상통할 것이다. 내가 처음 지바롯데와 요미우리에 갔을 때 두 팀 모두 팀 전력이 과거보다 좀 좋지 않았다. 두 팀에 가서 가장 먼저 강조했던 게 ‘준비’와 ‘기본’이었다. 선수들이 내가 강조하는 걸 잘 이해하면서 장기적으로 두 팀 모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뿌듯한 기억이다.

올 시즌 삼성 코치로 일하면서 가장 이루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그게 뭘지 궁금하다.

삼성 선수들과 호흡을 잘 맞춰 좋은 팀을 만들어가도록 하겠다. 팀의 일원으로 선수들과 힘을 모아 매번 이기는 경기를 보여드리겠다. 팬들이 경기 후 기분 좋게 맥주 한잔할 수 있는 날을 많이 만들어드리고 싶다(웃음).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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