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의 초미(焦眉). '최형우 언제 살아날까?'(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의 초미(焦眉). '최형우 언제 살아날까?'(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엠스플뉴스=고척돔]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 "최형우가 비장의 무기다. 연습경기 치르면서 타격감 잡을 것". 과연 KBO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타자로 꼽히는 '100억 원의 사나이' 최형우는 첫 국제대회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까

한국 대표팀은 역시 실전(實戰)에 강했다.

우려 속에 출발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이 쿠바를 6대 1로 꺾었다. 일본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침묵했던 대표팀 타선은 이날 11안타, 7볼넷으로 폭발했다. 걱정거리였던 마운드는 9이닝 1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2월 2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 경기를 앞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몸 풀기가 한창이었다. 국내 팬들에게 첫선을 보이는 자리여선지 약간의 긴장감도 엿보였다. 선수, 팬 할 것 없이 떨리긴 모두 마찬가지.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지금부터 정말 잘해야 한다. 이제 실전이다. 피할 곳이 없다"며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사진 왼쪽부터) 이대호와 해설가로 변신한 이병규(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사진 왼쪽부터) 이대호와 해설가로 변신한 이병규(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베테랑 타자들은 이런 긴장감을 즐길 줄 안다.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다. ‘빅보이’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는 “타격감이요? 미친 듯이 연습하다 보면 저절로 올라오는 거죠(웃음)”하며 배트를 집어 들었다. 은퇴 후, 해설자로 변신한 '적토마' 이병규는 "다시 그라운드에서 이런 긴장감을 느껴보고 싶다"며 현장을 떠난 아쉬움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쿠바 대표팀은 경기 당일 새벽 5시에 한국 땅을 밟았다. 여독이 풀리지 않은 까닭에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 이날 쿠바 투수진은 빠른 공보단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펼쳤다. 그간 변화구를 많이 쳐보지 못한 대표팀에겐 더없이 좋은 연습 상대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은 "다양한 변화구를 경험 할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타자들에게 큰 공부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테랑 김태균, 이대호의 부활. 과연 최형우는 언제 터질까

한국과 쿠바의 친선경기가 열린 서울 고척돔(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한국과 쿠바의 친선경기가 열린 서울 고척돔(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한국은 쿠바전에서 얻은 게 많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치른 두 번의 연습경기에서 ‘무승’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타선이 쿠바전에선 장장 11안타를 몰아치며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베테랑 타자들의 부활이 반가웠다.

타선의 선봉장은 베테랑 타자 김태균(한화 이글스)이었다. 김태균은 이날 3번 타자로 출전해 3타수 2안타 2볼넷을 기록했다. 출루머신 답게 ‘4 출루’ 경기를 만들어냈다. 경기 전 타격 훈련에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한 김태균은 첫 타석부터 폭발했다.

김태균은 1회 좌중간 펜스를 맞히는 2루타로 첫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2회엔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쳤다. 안타 2개 모두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은 타구였다. WBC 출전을 위해 비시즌 내내 컨디션 유지에 힘썼던 김태균이다. 소속팀 전지훈련에 참가해선 타격감 끌어올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5번 타자 이대호 또한 제 몫을 다했다. 1회 팀 첫 타점을 안긴 데 이어 4회 좌측 담장을 아쉽게 비켜난 파울 홈런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오랜만에 타선이 터졌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쿠바전에서 맹활약한 김태균에 대해선 “오키나와 캠프 때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다. 특히 연습경기 때 타구 질이 정말 좋았다. 안타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빠른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대호는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니다. 1회 찬스 때 타점을 올렸지만, 이후 더블 플레이에 걸리는 실수가 있었다. 아직 타격감이 100%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대표팀 중심타선 부활의 마지막 퍼즐은 '100억 원의 사나이' 최형우다. 쿠바전 4번 타자로 출전한 최형우는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1회 볼넷과 4회 상대 실책으로 출루해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김 감독은 “3번 타자 김태균이 워낙 잘해서 4번 타자 최형우가 오늘 긴장했다”며 웃은 뒤 “쿠바와의 2차전과 호주전이 남아있다. 그 경기에서 타자들이 점점 타격감을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감독은 이미 최형우를 이번 대회 ‘비장의 무기’로 꼽은 바 있다. 최형우 활약 여부에 따라 팀 타선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단 뜻이다.

김태균과 이대호는 국제무대에서 이미 검증받은 타자다. 특히 김태균은 2006년 WBC 대회부터 2017년 대회까지 모두 참가했다. 이대호 역시 2009년 대회부터 꾸준히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성적 또한 나쁘지 않았다. 김태균은 타율 0.333, 이대호는 0.345를 기록했다.

최형우는 WBC 출전이 처음이다. 2011, 2012년엔 삼성 라이온즈 소속으로 아시아 시리즈에 출전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타율 0.304에 홈런까지 때려냈다.

김태균, 최형우, 이대호로 이어지는 클린업 타순은 대표팀 최고의 화력을 자랑한다. 세 타자 모두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다. 세 선수가 컨디션만 되찾는다면 한국야구의 매서움을 증명할 수 있다. 대회 1라운드가 열흘채 남지 않았다. 중심타자들의 부활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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