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은 명장보단 우승 감독이라는 말이 더 좋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김태형 감독은 명장보단 우승 감독이라는 말이 더 좋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미야자키]

거침없는 입담과 카리스마, 그리고 과감한 결단력. 이보다 더 두산 베어스에 어울리는 감독이 있을까. 두산 김태형 감독은 부임 후 한국시리즈 2연패라는 업적을 세웠다. 과정과 결과 모두를 잡는 감독은 흔치 않지만, 김 감독은 ‘허슬두’의 부활과 함께 ‘2인자’ 이미지까지 탈피시켰다.
2015년이 ‘미라클 두산’이라면, 2016년은 ‘몬스터 두산’이었다. 지난해 두산의 정규시즌 성적은 93승 1무 50패였다. 이는 KBO리그 역대 정규시즌 최다승(종전 2000년 현대 유니콘스 91승)이다. 2위 NC 다이노스와의 차이도 9경기 차로 압도적이었다. 4전 전승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마지막까지 화려했던 두산의 2016년이었다.
이제 두산은 명실상부한 리그 최강팀이다. 올겨울 다른 팀들이 전력 보강할 때마다 들은 소리가 ‘두산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였다.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에 보낸 두산 선수의 숫자만 무려 8명(장원준·이현승·민병헌·박건우·김재호·오재원·허경민·양의지)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이제 두산 왕조가 시작된 것 같다. 주전과 백업 선수 모두 탄탄하다. 원체 야구를 알아서 잘하는 선수들인데 우승 경험까지 쌓았기에 약점이 더 보이지 않는다. 다른 차원에 있는 팀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서 만난 김 감독의 표정에서도 자신감과 여유가 엿보였다. 주전 선수 8명이 대표팀 차출로 빠졌지만, 그만큼 더 치열해진 백업 경쟁에 김 감독은 미소 지었다. 오히려 WBC 대표팀에 간 두산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해 우승하고 멋지게 돌아오라”며 호탕하게 웃은 김 감독이었다.

지난해 성적이 원체 좋았기에 올 시즌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법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고갤 내저었다. 하던 대로만 하면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지난해보다 더 잘하면 좋겠다”는 김 감독의 말은 허투루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올 시즌 두산의 목표는 한국시리즈 3연패다. ‘명장’보단 ‘우승 감독’으로 계속 불리고 싶다는 김 감독은 ‘엠스플뉴스’가 직접 만났다.
김태형의 주문 “WBC 우승하고 멋있게 돌아와라.”

주전 선수 8명이 빠진 두산 캠프 분위기는 더 뜨겁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주전 선수 8명이 빠진 두산 캠프 분위기는 더 뜨겁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호주 시드니 캠프에서 3주를 보내고 일본 미야자키 캠프가 시작됐다. 연습 경기 일정에 돌입했는데 감독이 보는 전체적인 캠프 분위기는 어떤가.
먼저 WBC 대표팀으로 주전 선수들이 많이 차출됐다. 그만큼 젊은 선수들이 더 합류했는데 치열한 경쟁 분위기가 형성됐다. 캠프 과정을 지켜봤는데 감독으로서 만족스럽다. 연습 경기에서 창피 안 당했으면 했는데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잘하더라(웃음). 백업 선수들이 어떻게든 한 자리를 차지하려고 더 열심히 하고 있다.
(두산은 2월 26일 오릭스 버펄로스 2군 원정 경기(7-13 패)/2월 27일 소프트뱅크 호크스 2군 원정 경기(5-6 패)/3월 2일 한화 이글스 홈경기(9-1 승)를 치른 상황이다)
백업 선수들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주전 선수들이 없는 건 또 아쉬운 요소다. 두산 선수들이 WBC를 잘 치르고 건강하게 돌아와야 할 텐데.
주위에서 WBC 대표팀 선수들의 부상 염려를 많이 하신다. 그런데 부상을 걱정하면 자신의 베스트 실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한다. (강한 어조로) 최선을 다하는 게 선수들의 당연한 의무다. 모든 걸 쏟아붓고 우승한 뒤 멋지게 팀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대표팀 연습 경기를 보니 확실히 두산 선수들의 활약이 눈에 들어온다.
호주 캠프 첫날에 보니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 모두 컨디션이 좋았다. 딱 봐도 기대 이상으로 몸을 잘 만들어왔다. 대회 본선에도 충분한 활약을 하리라 믿는다.
지난해 “박건우가 WBC 대표팀에 발탁되면 좋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감독의 바람대로 박건우가 추가 발탁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어떻게 또 말한 대로 됐다(웃음). (박)건우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다. WBC 같은 큰 대회를 한 번 경험하면 선수로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배우고 올 수 있는 곳이 대표팀이다.
두산 캠프 얘기로 돌아가자. 훈련을 지켜보니 외국인 선수 3명이 정말 열심히 운동하던데.
외국인 선수 3명 가운데 닉 에반스가 특히 눈에 띈다. 일본 캠프에 온 뒤 타격감이 정말 좋아 보인다. 마이클 보우덴도 정상적인 준비 과정을 거치고 있다. 워낙 철저하게 준비하는 선수라 걱정은 없다. 더스틴 니퍼트도 자기 루틴대로 가고 있다. 사실 지난 시즌(167.2이닝)에 많이 던졌긴 했다. 선수와 상의해서 투구 페이스를 조금 늦출까 고민하고 있다.
올 시즌도 니퍼트·보우덴·장원준·유희관으로 이어지는 ‘판타스틱4’에 기대가 크겠다.
‘판타스틱4’같이 거창한 단어는 물론 좋다. 하지만, 승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선발 투수 4명이 정상적인 로테이션만 지켜줘도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하는 것이다. 시즌 끝까지 건강하게만 공을 던져주면 좋겠다.
‘판타스틱4’와 더불어 5선발 얘기도 많이 나온다. ‘판타스틱5’를 만드는 과정인가.
다른 팀도 5선발 고민이 많을 텐데 유독 우리 팀만 5선발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그냥 5번째로 나오는 투수가 5선발 아닌가(웃음). 5선발은 젊은 투수로 기용하고 싶다.
어떤 젊은 투수가 눈에 들어오나.
함덕주·김명신·박치국 등 젊은 투수들을 호주 캠프 때부터 지켜보고 있다. 공이 정말 좋다. 사실 올 시즌 5선발로서 대활약을 바라지 않는다. 선발 투수로서 기틀을 다질 수 있는 해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불펜도 자신 있는 두산, 무결점에 다가선다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팀 불펜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팀 불펜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그나마 두산의 약점으로 꼽히는 것이 불펜진이다. 올 시즌 불펜 투수층이 두꺼워졌기에 충분히 자신감이 있을 법도 한데.
음. 내 마음 속으로 올 시즌 불펜진을 구상해봤다. 솔직히 올 시즌엔 문제가 없을 거로 생각한다.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알지 않겠나. 먼저 김강률이 건강하게 좋은 공을 던지고 있고, 이용찬도 재활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이현승·김승회·김성배로 이어지는 베테랑 투수들도 든든하다. 선발진이 워낙 잘해서 그렇지 불펜진도 괜찮다. 확실히 지난해보단 투수층이 두꺼워졌다.
이제 투수 부문에서도 화수분 야구가 필요하다. 새로 온 이강철-조웅천 코치도 2군에서 투수 육성에 힘을 보태겠다.
우리 팀 투수 코치 숫자가 지난해까지 적었다. 2군에서 두 명 정도가 더 필요했다. 조웅천 코치가 2군 투수코치, 이강철 코치가 유망주 투수 위주로 관리하면서 2군을 총괄하는 코디네이터를 맡는다. 투수 육성에서 기대가 크다.
야수 쪽은 걱정이 없을 것 같다. 감독이 강조하는 자신 있게 공격적으로 스윙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혔는데.
사실 그런 부분은 내가 추구하는 야구라기보단 야구에서 기본적인 거다. 공격하러 나갈 땐 방어하면 안 된다. 그 전 타석에서 못 친 걸 방어하려는 선수가 많다. 항상 자신 있게 공격적으로 하라고 강조한다.
김 감독 체제에서 ‘허슬두’ 정신도 부활했다는 평가다.
그것도 마찬가지다. 두산 색깔이 ‘허슬두’라는 걸 떠나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 역시 기본이다. 선수들이 알아서 잘하고 있다. 감독으로서 기분 좋은 소리다.
‘주장’ 김재호가 야수진을 잘 이끌고 있다. 2년 연속 주장을 맡겼다.
(김)재호가 조용한 성격인데 주장으로서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선수단을 잘 이끄는 것 같아서 1년 더 주장을 하라고 했다. 전(前) 주장인 오(재원)이는 왁자지껄하게 이끄는 스타일이다(웃음). 서로 잘 보완해주고 있다.
주전 포수이자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인 양의지의 기량도 물올랐다. 포수 출신이기에 더욱 양의지가 눈에 들어오겠다. 올 시즌도 양의지를 향한 기대가 클 것 같다.
기대가 크기보단 서로 믿는 거다. (고갤 끄덕이며) 이제 눈빛만 봐도 통한다. 포수는 다른 야수들하고 다르다. 올 시즌도 (양)의지의 활약이 정말 중요하다.
두산 타선은 1번부터 9번까지 빈틈이 없다. 2번 타순이 고민이라고 밝혔는데.
고민이라기보단 내가 그냥 정하면 될 것 같다(웃음). 2번 자리가 작전이 많이 걸리고 강공으로 가면 병살타 부담도 있다. 그런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1번이 우타자인 박건우라 2번이 좌타자였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오재원이나 허경민을 2번 타순으로 고려하고 있다.
명장·덕장은 NO, 우승 감독이 계속되고픈 김태형

한국시리즈 3연패는 김태형 감독에게 당연한 목표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한국시리즈 3연패는 김태형 감독에게 당연한 목표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 왕조’가 왔다는 평가가 많다. 부담감은 없나.
(잠시 생각 뒤) 글쎄. 솔직히 신경은 쓰인다. 기존 주전 선수들이 100%로 뛸 수 있어야 지난해와 같은 좋은 성적이 나오는 거다. 부상이라는 변수가 항상 있다. 백업 보강에 신경 써야 한다.
선수들은 한국시리즈 3연패가 목표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던데.
한국시리즈 2연패를 했는데 그런 자신감은 당연하다(웃음). 한 시즌 동안 선수들의 컨디션을 잘 관리하는 게 내 일이다. 선수들을 믿고 있다.
다른 팀에서 이제 견제가 들어올 것 같다. 어떤 팀이 올겨울 전력 보강을 하면 ‘두산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 얘기가 많이 나온다.
우리는 우리가 할 것만 하면 될 것 같다. 다른 팀이 견제를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웃음). 항상 똑같은 흐름을 유지한다면 자신 있다.
그렇다면 가장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팀은 어딘가.
눈에 보이게 전력 보강이 된 팀은 몇몇 보인다. 직접 거론하는 건 조금 그렇고, 확실한 건 지난 시즌보단 상위 팀 전력이 비슷해진 느낌이다. 시즌 내내 빡빡할 것 같다.
‘곰의 탈의 쓴 여우’라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감독을 맡고 자기 자신을 얼마나 드러내는지 궁금하다.
(빙긋 웃으며) 나는 다 드러낸다. 경기할 때만 감정 표현이나 표정을 자제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중계 화면을 다시 보니 화가 났을 때 가만히 있는 거랑 그냥 가만히 있는 게 티가 나더라(웃음). 평소엔 선수들에게 다 가감 없이 얘기한다.
올 시즌 미디어 데이에서 입담이 또 기대된다(웃음).
(고갤 흔들며) 이제 밑에 있는 감독들이 많아졌다. 나도 어느덧 중간 위치더라. 후배 감독들에게 그러면 안 되지 않겠나. 우승도 두 번 했는데 진중한 면도 보여주고 싶다(웃음).
이제 ‘명장’이라는 단어가 따라붙는다. 기분이 어떤가.
음. 명장이라는 단어는 한 해 성적에 따라서 순식간에 없어지는 것이다. 솔직히 우승 감독이라는 소리가 가장 좋다. 명장이나 덕장은 다 필요 없다(웃음). 그리고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게 가장 행복하다.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한국시리즈 3연패겠다.
(고갤 끄덕이며) 그렇다. 감독은 항상 성적을 기대해야 한다. 솔직히 지난해보다 더 잘했으면 좋겠다. 항상 변수가 있지만, 우리 페이스대로만 가면 좋겠다. 그렇다고 감독의 욕심으로 무리한 야구를 하진 않겠다.
두산 팬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한다.
두산 팬분들의 사랑은 유명하지 않나. 항상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신다. 지난해와 같은 좋은 팀 성적을 선물해드리겠다. 끝까지 응원을 많이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항상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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