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뉴스=고척]

누구하나 죄인 아닌 이들이 없었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1라운드 탈락을 앞두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은 3월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WBC 1라운드 3차전 타이완과의 경기를 치른다. 2연패로 일찌감치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한국은 타이완전이 대회 마지막 경기다.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전 도합 2경기 1득점 2연패. 좋지 않은 경기를 펼친 탓에 선수단 분위기도 무겁게 가라앉았다. 분위기는 마치 초상집 같았다.

오후 4시 30분쯤 속속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선수단은 취재진을 보면 고개를 푹 숙인채로 피하기 바빴다. 전날 쏟아진 질타에 풀죽은 기색이 역력했다. 큰 소리를 내는 이들조차 없었다.

선수들은 멀찌감치 외야로 나가 몸을 풀었다. 고척돔이 적막하게 느껴질 정도로 선수들은 낮은 목소리로 대화했다. 타격 훈련 소리만 그라운드에 맴돌았다.

하지만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비장한 의지는 충분히 드러났다. 선수들은 저마다 독기를 품은 표정으로 훈련에 매진했다.

김인식 2017 WBC 대표팀 감독은 “마지막 경기는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며 필승 의지를 다졌다.

선수들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로 비장했다. 대표팀 한 선수는 “이대로 물러날 순 없다. 타이완전엔 꼭 승리해서 다음 대표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유가 있다. 만약 이날 타이완전에 패해 조 최하위가 된다면 다음 대회엔 지역예선부터 참가해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대회 실패를 다음 대회까진 연결시키지 않겠다는 마음이었다.

선수들은 저마다 취재진을 피했다. 가능한 몸이 노출되지 않는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한 선수는 “우리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외엔 세상에 우리편이 아무도 없는 것 같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한국은 타이완전에 KIA 타이거즈 좌완투수 양현종이 선발투수로 출전하고 감기 몸살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김태균(한화)을 대신해 최형우(KIA)가 첫 선발출전한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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