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불을 끈 오승환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9회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불을 끈 오승환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이스라엘전 7안타 1득점-네덜란드전 6안타 무득점. 답답하기 그지없었던 한국 타선이었다. 중심 타선은 침묵했고, 간간히 찾아온 득점권 기회는 무산되기 일쑤였다. 한국의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조기 탈락을 부른 첫 번째 원인이었다.

3월 9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2017 WBC 1라운드 A조 최종전. 나란히 2패로 탈락을 확정지은 한국과 타이완이 맞붙었다. 한국은 1라운드 개최국으로서 자존심을 지키는 것과 더불어 차기 대회 지역예선 강등을 피해야 했다.
탈락 확정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에서도 한국 타자들은 ‘1승’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 한국 타선은 1회부터 기분 좋게 출발했다. 감기몸살로 빠진 김태균 대신 3번 타자로 출전한 박석민이 1사 2루에서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날렸다. 이번 대회 한국의 첫 선제 득점이었다.
2회엔 ‘빅 이닝’이 나왔다. 1사 만루에서 서건창의 2타점 적시 2루타를 시작으로 민병헌의 희생 뜬공과 이용규의 1타점 적시타가 연이어 나왔다. 상대 마운드도 덩달아 흔들렸다. 타이완 선발 투수 천관위는 박석민에게 사구를 던진 뒤 팔 부상으로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갑작스럽게 등판한 궈진린도 사구와 내야 안타를 허용하면서 추가 실점을 기록했다.

최종전에서야 방망이가 터진 한국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최종전에서야 방망이가 터진 한국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6-0으로 앞서가면서 한층 여유가 생긴 한국이었다. 하지만, 그 여유는 얼마 가지 못했다. 마운드에서 불씨가 조금씩 피어올랐다. 한국 선발 투수 양현종은 2회 4피안타 1사구를 내주면서 3실점했다.
중심 타선이 다시 힘을 냈다. 이전 두 경기와는 확연히 달라진 타선 집중력이었다. 한국은 6-3으로 앞선 4회 이대호의 1타점 적시 2루타와 손아섭의 희생 뜬공으로 다시 달아났다. 한국 응원단의 응원 소리가 더욱 커졌다.
하지만, 한국 마운드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 4회 구원 등판한 심창민이 린저슈엔에게 큼지막한 좌월 투런포를 맞았다. 6회 마운드에 올라온 차우찬도 흔들리긴 마찬가지였다. 차우찬은 후친롱과 쟝즈하오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고 2실점했다. 이날 뜨거웠던 방망이만큼 마운드에도 불이 치솟았다.
한국은 끝내 8득점의 우위를 지키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첫 등판한 장시환이 7회 2사 2루 위기에서 천용지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한국은 8-8로 맞선 9회 2사 만루 기회를 놓치면서 끝내기 패배의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끝내기 패배 위기를 막은 오승환(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끝내기 패배 위기를 막은 오승환(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결국, ‘돌부처’ 오승환까지 거세진 불을 끄러 나와야 했다. 9회 등판한 이현승이 선두 타자 쟝즈시엔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끝내기 패배 위기를 맞았다. 한국 벤치는 곧바로 오승환을 마운드로 올렸다. 오승환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완벽투를 펼쳤다. 한 번의 고의4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3타자를 탈삼진 2개와 범타 1개로 틀어막은 오승환이었다.
연장 10회로 이어지면서 연장 11회부터 진행되는 승부치기에 대한 규칙 장내 방송이 나왔다. 마치 이스라엘전의 ‘데자뷔(dejavu)’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때와 결과는 달랐다. 한국 타선의 응집력이 다시 발휘됐다. 4회 이후 침묵했던 한국 타선은 10회 1사 1, 3루 기회에서 양의지의 희생 뜬공으로 한 발짝 앞서나갔다.
더욱 큰 반전이 남아 있었다. 이어진 2사 1루에서 대타 김태균이 타석에 들어선 것이었다. 이스라엘전과 네덜란드전에서 무안타로 부진했던 김태균은 감기몸살까지 겹쳐 이날 출전이 힘들다고 알려진 상태였다.
하지만, 김태균은 박건우의 타석에서 대타로 들어서 추가 득점을 노렸다. 풀카운트까지 끌고 간 김태균은 천홍원의 7구째 공을 노려 쳤다. 높고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린 김태균의 타구에 한국 관중들이 모두 기립했다. 비거리 120m짜리 좌월 2점 홈런. 승부에 쐐기를 박는 추가 득점이었다. “대~한민국!”이라는 거센 한국 팬들의 함성이 고척돔을 뒤덮었다.
10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경기를 매듭지었다. 이날 한국 마운드는 불안했다. 초반부터 타오른 마운드 불씨를 잡아야 했다. 최종전에서야 뒤늦게 터진 방망이와 ‘돌부처’ 오승환의 완벽투가 이 불을 껐다. 한국의 애타던 1승은 그렇게 완성됐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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