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기부터 맹활약한 김인태의 미소(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첫 경기부터 맹활약한 김인태의 미소(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2군 캠프에서 올 시즌을 준비한 김인태는 나름 마음고생을 겪었다. 하지만, 뒤늦게 찾아온 기회에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준 김인태다. 일주일 남짓 남은 김인태의 생존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오랜만입니다.”
약 두 달 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이었다. 그때와 달리 얼굴은 조금 그을렸고, 수염도 드문드문 자란 상태였다. 약간의 마음고생이 엿보인 흔적이었다. 하지만, 그 마음고생이 그라운드 위에서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뛴 1군 경기에서 그는 말 그대로 날아다녔다.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인태였다.
김인태는 1월 10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1군 스프링 캠프에 대한 기대감을 언급했다. 지난해 김인태에게 주어진 1군 기회는 단 두 차례 1군 콜업과 19번의 타석이었다. 그 결과는 타율 0.167 3안타 3타점 1볼넷. 안타 3개가 모두 적시타였지만, 1군에서 생존하기는 부족했다. 잠시 맛본 1군은 김인태에게 더욱 갈증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인터뷰 뒤 약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김인태를 직접 만나지 못했다. 호주 시드니 캠프와 일본 미야자키 캠프 명단에서 김인태의 이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 김인태는 2군 타이완 스프링 캠프로 떠나 올 시즌을 준비했다.
시범경기가 시작했지만, 여전히 1군에서 김인태를 볼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은 당연했다. 김인태는 “2군 캠프에서 몸 상태를 열심히 올렸다. 2군 코치님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 솔직히 마음고생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2군에서 계속 준비하고 있으라는 말씀을 들었기에 마음을 다잡고 운동에만 열중했다”며 지난 준비 기간을 곰곰이 회상했다.
길고 길었던 기다림의 시간은 마침내 끝났다. 김인태는 3월 18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 시범경기에서 1군과의 동행을 시작했다. 하루 전날 1군 콜업 얘기를 들은 김인태는 “언제 부르실지 몰라서 항상 대비하고 있었다. 어제 (1군 콜업) 얘길 들었는데 준비한 걸 다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며 눈을 반짝였다.
‘3안타’로 날아다닌 김인태

3안타를 만든 김인태의 스윙은 거침 없었다(사진=두산)
3안타를 만든 김인태의 스윙은 거침 없었다(사진=두산)

마침 기회도 곧바로 찾아왔다. 김 감독은 이날 백업 선수들을 선발 라인업에 내세웠다. 김인태는 우익수 겸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김 감독은 “1군에서 경기를 해봐야 할 야수들을 불렀다. 감독은 항상 만약을 대비해야 할 자리다. 나름대로 대기 순번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며 타순의 의미를 설명했다.
경기 전 긴장감보단 자신감이 김인태에게 더 엿보였다. 평소 거침없는 그의 스윙처럼 말이다. “1군에 오니 기분이 좋다”며 활짝 웃은 김인태는 즐겁게 그리고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사실 이날 경기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니었다. 김인태는 1회 초 무사 1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2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 김인태는 넥센 선발 투수 오주원의 3구째를 끌어당겼다. 잘 맞은 타구였지만, 2루수 정면으로 가면서 병살타로 이어졌다.
하지만, 주눅 든 김인태는 없었다. 두 번째 타석부터 김인태의 방망이가 예열을 시작했다. 김인태는 3회 초 2사 1루에서 중전 안타로 이날 첫 출루에 성공했다. 이후 6회 초 김인태는 선두 타자로 나와 바뀐 투수 금민철을 상대로 스트레이크 볼넷을 골랐다. 이어진 국해성의 적시 2루타 때 홈을 밟은 김인태였다.
가장 좋은 타구는 8회 초에서 나왔다. 김인태는 8회 무사 1루에서 바뀐 투수 김상수를 상대로 초구를 통타했다. 직선 타구로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였다. 김인태는 이번에도 오재일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김인태는 9회 초 넥센 마무리 김세현을 상대로도 좌중간 안타를 뽑아내면서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류지혁의 적시타로 이날에만 세 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이날 김인태의 최종 기록은 4타수 3안타 3득점 1볼넷이었다. 우익수로 나선 수비에서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첫 시범경기부터 날아다닌 김인태였다.
김인태의 더 큰 바람 “시즌 끝까지 1군에 붙어있길.”

김인태의 생존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사진=두산)
김인태의 생존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사진=두산)

경기 뒤 만난 김인태의 표정은 당연히 밝았다. 무엇보다 ‘재밌다’가 얼굴에 새겨진 게 느껴졌다. 김인태는 “자신 있게 스윙하자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 잘 맞았다. 2루타 타구가 좋았고 수비도 괜찮았던 것 같다. 확실히 1군 경기가 집중되고 재밌다.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역시 1군이 좋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사실 김 감독은 경기 전 김인태와 관련해 한 마디를 툭 던졌다. 김 감독은 “김인태는 지난해 나에게 보여준 게 있는 선수다. 그래서 이번 1군 캠프에 데려가지 않았다. 다른 선수를 먼저 지켜보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제야 속사정을 전해 들은 김인태는 “(감독님께) 아직 보여드릴 게 많다. 부족하니까 더 배운다고 생각하겠다”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두산 외야진은 포화를 넘어 ‘과포화’ 상태다. 김재환·박건우·민병헌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주전 라인업에 국해성·정진호·조수행·이우성 등 백업도 풍부하다. 김인태는 이렇게 거센 경쟁 속에서 생존해야 할 운명이다.
그래도 김인태는 긍정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내다봤다. 김인태는 “외야진에 좋은 선배들이 많으니까 배울 게 더 많아서 좋다. 최대한 내가 잘할 수 있는 플레이로 경쟁에서 이겨보겠다. 개막 엔트리는 물론이고 시즌 끝까지 1군에 붙어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소 늦은 1군에서의 출발이었지만, 김인태는 첫 경기부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일주일 정도 남은 시범경기에서 김인태가 어떤 생존 무기를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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