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이 넘치는 스크럭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흥이 넘치는 스크럭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어마어마한 금자탑을 쌓은 전임자의 자리를 대신하는 건 누구에게나 부담이 되는 법이다. NC 다이노스 새 외국인 타자 재비어 스크럭스도 다르지 않다. 스크럭스는 18일까지 시범경기 5경기를 치르는 동안 안타를 단 1개밖에 때리지 못했다. 14타수 동안 홈런 1개로 기록한 1안타가 전부고, 타율은 0.071에 그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시범경기를 시작할 때부터 스크럭스가 느낄 부담감을 걱정했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 첫 경기를 앞둔 14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너무 테임즈와 비교해서 부담을 주지 말라”고 요청했었다. 본인은 ‘테임즈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알게 모르게 부담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테임즈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기록을 남긴 외국인 타자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타율 0.349에 124홈런 382타점 장타율 0.721이란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기고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2015시즌엔 KBO리그 역대 최초의 40홈런-40도루 대기록을 남겼다. 후임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김 감독은 스크럭스를 “테임즈가 갖지 못한 장점들을 갖고 있는 타자”로 봤다. 스크럭스는 뛰어난 친화력이 강점이다. 마치 한국 선수처럼 항상 팀 동료들과 함께 어울려 다닌다. 밥도 함께 먹고, 운동도 동료들과 함께 한다.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들처럼 혼자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늘 동료들 옆에서 대화를 나누고, 장난을 치면서 팀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다.
“팀 분위기에 아주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선수”라는 게 지금까지 스크럭스를 지켜본 NC 코칭스태프가 내린 판단이다. “평소에는 늘 쾌활하고 흥이 넘치는 모습이다. 하지만 야구장 안에선 누구보다 진지해진다. 야구가 잘 안되는 날에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진지한 모습이 있다.” NC 관계자의 말이다.
NC의 특명: 스크럭스의 부담을 덜어라

스크럭스는 장타력과 스피드를 겸비한 타자다(사진=NC).
스크럭스는 장타력과 스피드를 겸비한 타자다(사진=NC).

외국인 타자는 외국인 투수에 비해 적응 기간이 긴 편이다. 새로운 환경과 투수들, 스트라이크 존 등 적응해야 할 부분이 많다. 여기에 성적에 대한 압박감까지 더해지면 어려움은 더욱 커진다. 타격이 그만큼 섬세하고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 감독은 아직까지 스크럭스에게 수비 부담을 주지 않고 있다. 스크럭스는 5차례 시범경기 가운데 3경기에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일단 타격에서 자신감을 찾고 적응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정규시즌 때도 1루수와 지명타자로 역할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메이저리그 시절 스크럭스는 1루 외에도 3루와 외야수도 겸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본인이 자청해 3루 수비 훈련을 소화했다. 하지만 훈련을 지켜본 결과, 김 감독은 1루수가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4번타자를 맡는 선수를 이 포지션, 저 포지션 옮겨 다니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김 감독의 말이다. 멀티 포지션 소화보다는 장점인 공격력을 살리는 편이 낫다는 게 김 감독의 판단이다. 어떻게든 스크럭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NC 코칭스태프의 고민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힘겨운 적응기를 거치고 있지만, 시범경기는 어디까지나 시범경기일 뿐이다. 홈런이면 홈런, 수비면 수비, 주루면 주루까지 다 갖춘 스크럭스의 진면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스크럭스가 정규시즌 전까진 적응을 끝내고 팀에서 생각하는 활약을 보여줄 거라는 게 NC의 기대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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