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훈에게도 봄이 왔다(사진=kt).
김연훈에게도 봄이 왔다(사진=kt).

[엠스플뉴스]

kt 위즈 내야수 김연훈이 2년 연속 화려한 봄을 보내고 있다.

지난 시즌 김연훈의 봄은 화려했다. 시범경기 기간 데뷔 이후 가장 많은 1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6으로 좋은 타격감을 발휘했다. 정규시즌 개막전에선 친정 SK 와이번스 김광현을 상대로 선제 투런 홈런도 날렸다. 개막 첫 4경기 성적은 14타수 5안타 1홈런 6타점. 이제야 김연훈에게도 봄날이 찾아오는가 싶었다.

그러나 4월 중순 이후 김연훈의 타격 성적은 kt의 팀 승률과 함께 급격한 내리막을 탔다. 김연훈은 다시 벤치로 자리를 옮겼다. 2016시즌 최종 성적은 타율 0.217에 1홈런 18타점. 데뷔 이후 처음 세 자리수 경기(103)에 출전하긴 했지만, 결코 만족스러운 성적표는 아니었다.

“작년에는 시범경기부터 타격감이 올라왔었다.”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 3월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김연훈이 한 말이다. “프로에 입단 한 뒤 개막전부터 꾸준히 경기에 나온 적이 없었다. 항상 2군에서 개막을 맞이하거나, 대수비로 시즌을 시작했었다.” 주전으로 경기에 나선 경험이 없다 보니, 시즌 초반의 좋은 페이스를 꾸준히 이어가지 못했다.

2년 연속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두르는 김연훈

올해도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는 김연훈(사진=kt).
올해도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는 김연훈(사진=kt).

올 시즌에도 김연훈은 시범경기부터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작년보다도 더 무서운 타격감이다. 4경기에서 10타수 5안타(2루타 3)를 쳤다. 16일 KIA 타이거즈 전에선 2루타 2개 포함 4안타를 몰아쳤다. 이러다 또 지난 시즌처럼 되는 건 아닐까. 그런데 올해는 작년과는 좀 다르다. 우선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지난해까지 김연훈은 주전 선수가 되고 싶은 욕심이 컸다. 2루에 박경수가, 3루에 앤디 마르테가, 유격수에 박기혁이 있는 팀 상황에서도 주전 자리를 잡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올해는 유격수와 3루수 자리에 확실한 주인이 없는 상태다. 선수 입장에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할 만하다. 하지만 김연훈은 마음을 비웠다.

“올해는 욕심을 내기 보다는, 주전 선수가 아니라도 1군에만 있고 싶은 마음 뿐이다.” 김연훈의 말이다. “팀에서 내게 3루를 가라고 하든, 2루를 시키든, 대수비나 대주자를 시키든 주어진 역할만 생각하려 한다. 주전이든 아니든 상관 없다.”

마음을 비우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올해는 시작부터 마음이 편하다. 한 게임 한 게임 최선을 다 하다보면 오히려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도 낼 수 있을 것 같다.” 김연훈이 말했다.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더 집중해서 최선을 다할 거다. 이틀만에 경기에 나가든, 열흘만에 경기에 나가든 그 한 경기와 한 타석에 모든 것을 걸 생각이다.”

김연훈의 봄날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김연훈은 동료들과 함께 즐거운 스프링캠프를 보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김연훈은 동료들과 함께 즐거운 스프링캠프를 보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kt 관계자는 김연훈에 대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데서 팀에 공헌하는 면이 많은 선수”라고 소개했다. 김연훈이 가장 크게 기여하는 부문은 수비다. 김연훈은 지난 시즌 1루수로 43경기, 2루수로 31경기, 3루수로 36경기, 유격수로 8경기에 출전했다. 내야 어느 포지션에 갖다 놔도 주전 선수에 버금가는 안정적인 수비력을 자랑한다. 아직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kt에선 김연훈 같은 멀티플레이어 내야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성실한 훈련 자세도 김연훈의 장점이다. 강훈련으로 유명한 성균관대와 SK 와이번스를 거치면서 지옥 문턱을 여러 차례 경험한 김연훈이다. 어지간한 훈련에는 힘들다는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 스프링캠프 훈련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도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며 웃어 보였다.

“이번 캠프에선 어린 선수부터 고참까지 모두가 야구장에서 하나라도 더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분위기여서 좋았다.” 김연훈의 말이다. “나도 후배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고, 선배들로부터도 배운 점이 많다. 캠프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밝은 미소와 함께 캠프를 마친 김연훈은 시범경기에서도 연일 맹활약하며 따뜻한 봄을 준비하고 있다. 김연훈은 지금의 찬란한 봄날이 좀 더 오랫동안 이어지길, 그리고 kt 위즈도 지난해보다 나은 한 해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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