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혁(왼쪽)과 박지훈(오른쪽)이 좀 더 젊어진 호랑이 허리를 만들 예정이다(사진=KIA)
한승혁(왼쪽)과 박지훈(오른쪽)이 좀 더 젊어진 호랑이 허리를 만들 예정이다(사진=KIA)

[엠스플뉴스]

한승혁과 박지훈은 캠프 연습경기부터 시범경기까지 연이은 쾌투를 펼치고 있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 필승조로 예감되는 두 투수의 활약에 호랑이의 허리는 더욱 젊어질 전망이다.

호랑이 허리가 더욱 젊어질 수 있을까. KIA 타이거즈 팬들은 두 젊은 우완 정통파 투수의 활약에 설렌다. 한승혁과 박지훈이 KIA의 따스한 봄을 예감케 한 쾌투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위기를 정규 시즌까지 유지한다면 젊고 강력한 새 필승조의 탄생은 시간문제다.

이제 속구 구속 157km/h는 경기마다 밥 먹듯 찍는다.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를 부러뜨리겠다는 거친 각오는 허언이 아닌 듯 보인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 캠프 때부터 그 어떤 투수들보다 강력한 구위를 자랑한 한승혁의 얘기다.
이번 캠프 불펜 투구에서 많은 관심을 끈 투수는 당연히 한승혁이었다. 캠프 불펜 투구장을 찾은 KIA 김기태 감독과 이대진 투수코치의 시선은 저절로 한승혁을 향했다. 포수 미트에 꽂히는 소리부터가 남들과 달랐다. 무엇보다 예전과 다르게 제구까지 잡힌 한승혁의 공은 올 시즌 ‘대박’을 예감케 했다.
한승혁은 기세는 실전에서 고스란히 이어졌다. 한승혁은 캠프 기간 4경기(5이닝)에 등판해 총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시즌 개막 한 달 전부터 속구 최고 구속은 154km/h까지 나왔다. 게다가 하나도 없었던 볼넷이 예전과 달라진 한승혁을 예고했다. 자연스럽게 김기태 KIA 감독이 준 ‘캠프 감독상’의 주인공은 한승혁이었다.

한승혁의 연습경기 및 시범경기 등판 기록(표=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한승혁의 연습경기 및 시범경기 등판 기록(표=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KBO리그 시범경기 첫날의 주인공도 한승혁이었다. 한승혁은 3월 14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속구 최고 구속 157km/h(구단 전력분석팀 측정기록 156km/h)를 선보이면서 야구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한승혁의 이름이 오를 정도로 그 구위는 대단했다.
한승혁의 활약상은 단순히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한승혁은 22일까지 시범경기에 4차례(4이닝)에 등판해 총 1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의 쾌투를 펼쳤다. 3경기 연속 퍼펙트 투구를 펼친 한승혁은 22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시범경기 첫 피안타와 첫 볼넷을 기록했다. 하지만, 2연속 광속 견제사로 위기 탈출에 성공하면서 또 다른 매력까지 선보인 한승혁이었다.
제구 안정을 위한 한승혁의 오랜 노력이 빛을 보고 있다. 한승혁은 이 코치와 오랜 기간 팔 스윙을 짧게 가져가는 투구 폼으로 변화에 힘썼다. 한승혁은 “제구력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릴리스 포인트를 일정하게 하려고 한다. 팔 스윙을 짧게 하는 걸 신경 쓰니 예전보다 제구가 좋아진 느낌이 든다”며 달라진 자신의 공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원체 구위와 제구가 완벽해진 한승혁의 활약에 팀 내 마무리 경쟁에 대한 얘기도 솔솔 나오고 있다. 한국 나이로 42세인 임창용이 144경기 체제에서 풀타임 마무리를 소화하는 건 부담일 수 있다. “만약 기회가 온다면 마무리 자리도 욕심을 내고 싶다”는 한승혁의 바람은 예상보다 일찍 현실로 이뤄질 수 있다.
조용히 치고 올라온 박지훈, 필승조 한 축 맡을까

박지훈은 묵묵히 그리고 성실하게 스프링 캠프 훈련을 소화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박지훈은 묵묵히 그리고 성실하게 스프링 캠프 훈련을 소화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평소 조용한 성격대로 박지훈의 캠프 분위기는 차분했다. 화려하게 눈에 띈 한승혁만큼은 아니었지만, 박지훈은 묵묵히 그리고 성실하게 몸을 끌어 올렸다. 2년이 넘는 공백 기간이 무색할 정도로 박지훈은 1군 캠프 훈련을 훌륭히 소화했다.
투구 페이스는 다소 늦었지만, 캠프 연습경기에서 박지훈의 활약상은 금방 볼 수 있었다. 박지훈은 캠프 기간 4경기(4이닝)에 등판해 4피안타 3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 코치가 준 ‘캠프 투수상’의 주인공은 박지훈이었다.
지난해 12월까지 함평에서 공익 근무요원으로 복무한 박지훈은 그간 2군 훈련장을 성실히 오가면서 몸 상태를 유지했다. 이대진 투수코치는 “(박지훈이) 2년간 공백에도 부상 없이 캠프를 잘 소화했다. 아직 불확실한 면이 있지만, 시범 경기가 끝난 뒤 활용법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지훈의 연습경기 및 시범경기 등판 내용(표=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박지훈의 연습경기 및 시범경기 등판 내용(표=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박지훈의 기세는 시범경기까지 이어졌다. 박지훈은 시범경기에 4차례(4.1이닝) 등판해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캠프 연습경기까지 포함하면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구속 140km/h 초중반대를 형성한 박지훈의 속구는 묵직했다. 박지훈 특유의 포크볼도 각이 예리했다. 필승조의 한 축을 충분히 차지할만한 박지훈의 쾌투였다.
25세 한승혁과 29세 박지훈의 시범경기 쾌투는 한층 젊어질 호랑이 허리를 예고한다. 사실 김 감독 부임 뒤 2년 동안 KIA 불펜진의 필승조 연령은 꽤 높았다. 2015시즌 불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를 살펴보면 1위 윤석민(당시 30세·WAR 3.87)·2위 최영필(당시 42세·WAR 1.84)·3위 김광수(당시 35세·WAR 0.70) 순이었다.
2016시즌에도 불펜 고령화는 마찬가지였다. 선발과 불펜을 오간 홍건희(당시 25세·WAR 1.46)의 불펜 WAR가 가장 높았지만, 여전히 2위 최영필(당시 43세·WAR 1.16)·3위 임창용(당시 41세·WAR 0.85)·4위 김광수(당시 36세·WAR 0.70)의 순으로 베테랑이 불펜 주축을 이룬 상황이었다.
지난해 1군 불펜에서 활약한 홍건희와 김윤동은 올 시즌 선발 마운드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장기 레이스에 꼭 필요한 젊은 불펜 필승조가 구축되려면 한승혁과 박지훈의 활약이 필수다. 정규 시즌에서도 두 젊은 호랑이의 좋은 기운이 이어진다면 KIA 팬들은 경기 후반 마음 놓고 잠시 화장실을 갔다 올 수 있지 않을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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