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다(사진=kt).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다(사진=kt).

[엠스플뉴스=고척]

정규시즌 경기였다면 KBO리그 역대 한 경기 개인 최다실점 불명예 신기록이 나올 뻔 했다. kt 주권이 시범경기 넥센 히어로즈 전에서 4이닝 동안 16안타를 얻어맞고 15실점(15자책점)하는 부진한 투구를 펼쳤다. 15실점은 1999년 두산 김유봉이 삼성전에서 기록한 14실점(14자책점)보다 1점 많은 기록이다. 정규시즌이 아닌 시범경기인 게 천만 다행이다.

주권은 3월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 중인 2017 KBO리그 시범경기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로 나섰다. 3월 17일 시범경기 KIA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잘 던진 뒤 두 번째 선발 등판. 정규시즌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선발 등판인 만큼, 이날 어떤 투구를 보여줄지 기대를 모았다.

주권은 1회부터 점수를 내주며 출발했다. 선두 서건창을 안타로 내보낸 뒤 2사 2루에서 윤석민에 우익수 오른쪽 적시타를 허용해 1-1 동점을 내줬다. 3-1로 앞선 2회말에도 바로 2실점하며 재차 동점을 허용했다. 선두 대니돈의 2루타를 시작으로 1사후 김웅빈 적시타로 2점째, 2사후엔 허정협의 적시타로 3점째를 내줬다.

3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냈지만, 5-3으로 앞선 4회에 대형 사고가 터졌다. 1사후 나온 김민성의 안타가 신호탄이었다. 이어 김웅빈에 던진 초구 138km/h 패스트볼이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투런포로 이어졌다. 박동원을 3루 땅볼 처리해 2아웃을 잡고 한 숨 돌리나 했지만, 허정협이 유격수쪽 내야안타와 실책으로 2루까지 진루해 위기가 계속됐다. 이후 서건창의 적시타로 5-6 역전, 이정후 볼넷에 이은 채태인 적시타로 5-7, 윤석민의 적시 2루타로 5-8까지 스코어가 벌어졌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사 2, 3루에서 대니돈에 던진 슬라이더가 우측 폴대 옆 깊숙한 곳에 떨어지는 3점 홈런이 됐다. 점수는 5-11. 넥센 타격연습장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김민성-김웅빈의 연속 2루타로 12점째, 박동원의 적시타로 13점째, 그리고 허정협이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투런포를 터뜨리며 15점째를 내줬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4회는 서건창이 2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힘겹게 끝났다.

4회가 끝났을 때 전광판에는 '12'와 '15'라는 숫자가 찍혀 있었다. 12는 4회에 넥센이 뽑은 점수, 15는 넥센이 4회까지 뽑은 점수다. 정규시즌이라면 둘 다 한 이닝 최다실점, 한 경기 최다실점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역대 시범경기만 놓고 봐도 12실점은 한 이닝 최다실점 신기록에 해당한다. 종전 한이닝 최다 실점 기록은 11실점으로, 2014년 3월 19일 문학 SK-KIA전을 포함해 총 세 차례 나왔다(2001년 이전 집계 불가).

이날 주권은 4이닝 동안 92구를 던지며 16피안타 1볼넷 3피홈런으로 15실점했다. 삼진은 1개도 잡지 못했다. 패스트볼 구속도 평균 137km/h로 평소에 비해 다소 스피드가 떨어졌다. 유인하는 공보다는 스트라이크 위주의 피칭을 한 게 넥센 타자들의 무더기 안타로 이어졌다. 난타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kt-넥센전은 5회까지 넥센이 15-5로 크게 앞서 가고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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