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겪는 성장통은 최원준에게 당연한 일이다(사진=KIA)
지금 겪는 성장통은 최원준에게 당연한 일이다(사진=KIA)

[엠스플뉴스=대전]

“(최)원준아. 실책 나오면 누구 탓이라고?”(김민호 수비코치)
“코치님 탓입니다!”(최원준)
3월 2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KIA 타이거즈 김민호 수비코치가 대뜸 최원준과 나눈 대화다. 물론 하극상(下剋上)이 펼쳐진 상황은 아니다. 최근 연이은 수비 실책을 기록한 최원준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한 김 코치의 마음이었다.
최원준은 백업 내야수로서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 캠프에서 최원준은 끊임없는 내야 펑고 훈련을 소화했다. 정규 훈련 시간 뒤 최원준의 자아 발전 시간은 항상 김 코치와의 수비 연습이었다. 외야 자원이 많은 팀 내 상황상 최원준이 내야수로 자리 잡는 것이 KIA의 베스트 시나리오기 때문이다.
물론 한순간에 내야 수비 실력이 오르진 않는다.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최원준은 수비의 벽을 느끼고 있다. 캠프 때 흘린 땀으로 포구 동작은 준수하지만, 송구가 문제였다. 3월 17일 kt 위즈전부터 어려움을 겪은 최원준이었다. 이날 유격수로 출전한 최원준은 2회 6실점(비자책)을 허용한 불씨가 된 실책을 기록했다.
19일 SK 와이번스전에서도 최원준의 악몽은 이어졌다. 이날 무려 3개의 송구 실책을 기록한 것. 송구가 전체적으로 높거나 옆으로 빠지면서 실점으로 연결된 뼈아픈 수비가 나왔다.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도 최원준의 송구는 여전히 불안했다.
그래도 소위 말하는 ‘멘탈 붕괴’는 없었다. 긍정적인 성격을 지닌 최원준은 여전히 수비에 대해 “그래도 잘할 자신 있다”며 개의치 않는 표정을 짓는다. 김 코치의 응원도 최원준의 자신감에 한몫했다. 지금 최원준의 실패는 당연한 성장통이라는 게 김 코치의 생각이다.
“최원준에겐 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겪는 실패는 어쩌면 당연히 거쳐야 할 성장통이다. 포구는 확실히 좋아졌다. 다만, 송구가 문제다. 아마와 프로의 차이다. 1루로 달리는 주자의 속도 차이가 확연히 느껴질 거다. 송구를 해야 할 순간 마음이 급해진다.” 김 코치의 말이다.
최원준의 어깨는 확실히 수준급이다. 영점만 잡힌다면 수준급 내야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언제 알을 깨고 나올진 아무도 모른다는 게 김 코치의 시각이다. 김 코치는 “기본적으로 능력이 되는 선수다. 자기 자신을 믿고 실패 속에서 성장해야 한다. 코치도 선수가 언제 알을 깰지 모른다.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97년생 최원준에겐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스프링 캠프에서 최원준을 집중 지도한 김민호 코치(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스프링 캠프에서 최원준을 집중 지도한 김민호 코치(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3월 2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최원준은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경기 전 김 코치는 다시 내야수로서 시험 무대에 오르는 최원준을 격려했다. 김 코치는 “실책하면 코치 탓이고 패하면 감독 탓을 하라고 말한다. 그만큼 마음 편안하게 경기장으로 나가라는 의미다. 아픈 경험은 미래에 꼭 약이 될 거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김 코치의 바람대로 최원준은 이날 송구 실책 없이 편안한 하루를 보냈다. 1회 최원준은 하주석의 유격수 방면 깊은 내야 타구를 잡은 뒤 안정적인 1루 송구를 던졌다. 비록 하주석의 빠른 발에 세이프 판정이 나왔지만, 깔끔한 수비를 선보인 최원준이었다.
3회에도 최원준의 수비가 시험대에 올랐다. 물론 결과는 괜찮았다. 김주현의 유격수 방면 타구를 잡은 최원준은 안정적인 풋 스텝으로 아웃 카운트를 하나 늘렸다. 5회부터 3루수로 이동한 최원준은 6회 런다운 상황에서 실수 없는 수비를 선보였다. 게다가 7회엔 중견수까지 소화하면서 내·외야 멀티 플레이어로서 가치를 뽐낸 최원준이었다.
수비가 안정되면서 장기인 방망이도 빛났다. 최원준은 3회 2사 후 상대 선발 윤규진의 초구를 통타해 깨끗한 좌전 안타를 날렸다. 이후 3루까지 진루한 최원준은 이인행의 적시 2루타 때 홈까지 밟았다. 5회에도 최원준은 외야 방향 직선타를 날렸지만, 아쉽게 우익수 정면을 향했다. 7회 볼넷을 추가한 최원준은 이날 멀티 출루 경기를 완성했다.
최원준은 올 시즌 1군 백업으로 쏠쏠한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다. 1997년생의 어린 나이기에 좀 더 지켜보고 응원해줘야 할 선수기도 하다. 김 코치의 말대로 성장통은 당연하다. 최원준은 그렇게 한 단계 한 단계 프로 선수로서의 가치를 쌓고 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