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BO리그 미디어데이(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2017 KBO리그 미디어데이(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용산]

사상 첫 개막전 전원 외국인 선발투수 예고. 일제히 에이스 선택한 10 구단 감독. 최고의 외국인 투수 가릴 빅매치 성사.

3월 31일 열리는 2017 KBO리그 개막전 선발투수가 확정됐다. 모두 외국인 투수들이다. 프로야구 개막전 전 구장에 외국인 투수들이 선발로 나서는 건 KBO리그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2017 KBO리그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에서 10개 구단 감독들은 개막전 선발투수를 공개했다. 이날 감독들은 입이라도 맞춘 듯 외국인 투수를 개막전 선발로 쓰겠다고 공표했다.

개막전 선발투수는 '팀의 에이스’를 뜻한다. 전략적인 회피가 아니라면 감독들은 대부분 시즌 첫 경기인 개막전에 ‘필승카드’를 꺼내 들게 마련이다. 외국인 투수간의 맞대결 발표로 시즌 개막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개막전 흥행은 보장된 분위기다.

니퍼트 VS 비야누에바, 최고 외인 가리자!

니퍼트 vs 비야누에바 (사진=두산, 한화)
니퍼트 vs 비야누에바 (사진=두산, 한화)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와 ‘화제의 팀’ 한화 이글스가 격돌하는 잠실 경기는 개막전 최고의 빅매치다.

KBO리그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로 꼽히는 두산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와 올 시즌 새롭게 영입한최고 외국인 투수 가운데 한 명인 한화 카를로스 비야누에바가 맞붙는다.

니퍼트는 2011시즌부터 6시즌 간 두산에서 뛰면서 통산 80승(35패)을 기록한 자타공인 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기선제압의 말을 해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김성근 감독님께 기선을 제압하라고요? 제 중학교 1, 2학년 때 감독님이시다. 같은 침대에서 잠도 잤었다”며 농담을 섞어 겸양했다.

하지만 이내 김태형 감독은 특유의 ‘돌직구’ 스타일로 진짜 포부를 전했다.

“항상 우리의 에이스였던 니퍼트가 선발로 나간다. 작년 한화 상대로 성적이 좋았기에 올 시즌 개막전에도 좋은 성적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기는 게 기선제압 아닌가. 꼭 이기겠다.” 김 감독의 이 말에 장내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제자의 선제공격에 영향을 받았을까.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도 그간의 관례(?)를 깨고 선발투수를 공개했다. 그간 김성근 감독은 개막전 선발투수를 잘 공개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남들이) 기선제압을 안 한다고 그러는데, 올해는 좀 해보려고 한다. 2년 연속 안 하니까 졌더라. 올해는 바꿔보려고 한다. 42번이다”라며 남다른 방법으로 선발투수를 공개했다. 올 시즌 한화의 42번은 새롭게 영입된 외국인 투수 비야누에바다.

비야누에바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11년간 뛴 베테랑 투수다. 2006시즌 밀워키 브루어스에 입단한 비야누에바는 이후 5개 팀을 거치며 통산 476경기에 등판했고, 998.2이닝/51승 55패/평균자책 4.32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마찬가지로 올 시즌 한화 소속으로 KBO리그에 합류한 알렉시 오간도와 함께 최고의 거물 외인 투수로 꼽힌다. 뛰어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 구사 능력이 강점인 비야누에바는 폭발적인 구위의 오간도보다 더 안정적일 수 있는 투수다. 이 때문에 신중한 김 감독 역시 자신감 있게 비야누에바를 1선발로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두산이) 여기서 이기면 된다. 잠실에선 우리가 이겨요.” 김 감독은 두산의 강력한 한 방에 지지 않고 맞불을 놨다.

밴 헤켄 VS 소사, 켈리 VS 로치

밴 헤켄 VS 소사 (사진=넥센, LG)
밴 헤켄 VS 소사 (사진=넥센, LG)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가 맞붙는 고척스카이돔 개막전과 kt위즈와 SK와이번스가 대결하는 문학구장 개막전에도 나란히 외국인 투수의 이름이 나왔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넥센 히어로즈의 개막 선발은 앤디 밴 헤켄이다”라며 “기선제압의 한 마디 보다는 홈팬들의 잔치인 만큼 좋은 경기를 선사할 수 있도록 좋은 경기 하겠다”고 짧은 필승의지를 내비쳤다.

양상문 LG 감독은 독특한 방법으로 개막전 선발을 예고했다. 테이블 아래에서 잠시 무언가를 만지던 양 감독은 헨리 소사의 이름이 쓰인 스마트폰을 머리 위로 들어 개막전 선발투수를 밝혔다. ‘LED 문구를 활용한 선발예고’였던 셈이다.

양 감독은 “내가 LG 유니폼을 입고 난 이후 넥센전은 상대성적이 훨씬 좋았다”며 “마찬가지로 우리 LG트윈스가 개막전에 꼭 이긴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넥센과 LG가 선발투수로 예고한 밴 헤켄과 소사는 각각 KBO리그 통산 5시즌 간 65승, 5시즌 간 48승을 거둔 ‘KBO리그 베테랑’ 외국인 투수들이다. KBO리그를 가장 잘 아는 2명의 외국인 투수가 개막전 승리를 두고 고척스카이돔에서 격돌하게 됐다.

넥센은 션 오설리반이라는 새로운 1선발 카드가 있었지만, 더 경험 많은 밴 헤켄을 택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다. LG는 기존 1선발 후보였던 데이비드 허프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가장 경험이 많은 소사를 택했다.

통신사 매치가 될 kt와 SK의 문학구장 개막전에는 신·구 외국인 투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우리 개막전 선발은 메릴 켈리다”라고 밝힌 이후 “KBO리그에 온 외국인 감독으로서 상대 감독들을 존중해야 하므로 기선제압의 말을 전하긴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하지만 “대신에 우리 선수들이 그라운드 안에서 보여주겠다”며 좋은 경기를 자신했다.

2013년을 끝으로 현장에서 물러났던 김진욱 kt 감독도 4년 만의 개막전 복귀에 대해 ‘멋진 경기를 펼치겠다’고 화답했다. 김진욱 감독은 “힐만 감독이 새롭게 오셨는데 SK와 우리가 모두 멋있는 야구를 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2016시즌 개막전에 위닝시리즈를 만들었는데 올해도 위닝시리즈를 만들고 싶다. 그날 오는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게 멋있고 즐거운 야구를 하겠다.” 김 감독의 다짐이다.

SK의 개막전 선발투수 켈리는 2시즌 간 61경기에 출전해 20승 18패/평균자책 3.89를 기록한 비룡군단의 에이스다. 김광현이 수술로 이탈한 올 시즌 SK 선발진에서 켈리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그런 비중을 보여주듯이 켈리는 이변 없이 개막전 선발로 출전한다.

kt의 개막전 선발투수 로치는 장래의 에이스가 기대되는 자원이다. 2010년 애너하임에 3라운드로 입단해 7시즌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한 로치는 통산 178경기 출장 50승 39패 평균자책 3.67을 기록했다. 또 메이저리그 통산 21경기에선 3승 1패/평균자책 5.77의 성적을 거뒀다. 커리어가 화려한 건 아니지만 스토브리그에서 복수의 구단의 치열한 영입경쟁이 펼쳐졌을 만큼 최근 높은 평가를 받았던 로치다.

헥터 vs 페트릭, 다소 의외의 대진

헥터 VS 페트릭(사진=KIA, 삼성)
헥터 VS 페트릭(사진=KIA, 삼성)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KIA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은 예상 가능했던 1명과 다소 의외의 선수 1명이 함께 이름이 발표됐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우리 개막전 선발은 재크 페트릭이다”라며 “홈개막전인 만큼 꼭 승리를 가져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표가 나오자 장내는 다소 술렁거렸다. 페트릭이 다소 의외의 개막전 선발카드였던 이유에서다.

올 시즌 삼성은 외국인 선수 3명을 전원 교체했다. 그 가운데 105만 달러에 계약한 우완 외국인 투수 앤서니 레나도가 유력한 1선발 후보로 꼽혔다. 김한수 감독 또한 ‘레나도를 개막전 선발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레나도의 개막전 기용 불발은 3월 24일 시범경기 강습타구에 맞은 것이 여파를 미쳤다. 삼성 관계자는 “레나도가 타구에 맞은 팔보다 당시 공을 피하려다 허벅지 쪽에 무리가 왔다. 추가 정밀 검진을 해봐야겠지만 시즌 초반 등판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했다. 상황에 따라서 최대 4~6주간은 결장할 수도 있는 부상이다.

삼성으로선 안타까운 소식이다. 윤성환도 대체 개막전 선발 출전이 유력했으나 김 감독은 다른 외국인 투수인 페트릭을 택했다. 45만달러라는 적은 몸값 탓에 저평가된 감이 있다. 하지만 페트릭은 김상진 삼성 투수코치가 꼽는 ‘히든카드’다. 이처럼 페트릭이 ‘개막전 선발’로 낙점을 받은 것은 삼성 코칭스태프 내부의 기대감이 그만큼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KIA는 2016시즌 31경기에서 15승 5패 평균자책 3.40의 특급성적을 올린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를 선발로 예고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원정 개막전이다보니 (패배한다면) 먼 길을 오는 분들께 실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말처럼 최고의 에이스 카드를 꺼내 들어 반드시 개막전 기선제압을 하겠다는 각오다.

뜨거운 마산구장 ‘빅뱅’ 맨쉽 vs 레일리

맨쉽 vs 레일리(사진=NC, 롯데)
맨쉽 vs 레일리(사진=NC, 롯데)

물러날 수 없는 ‘애증의 역사’로 얽힌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도 마산 개막전에 최고의 패를 꺼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우린 레일리가 개막전 선발이다. 우리가 작년 NC전에 상당히 고전했는데 개막전부터 연패를 끊으면서 시즌을 시작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조원우 감독의 말처럼 롯데는 2016시즌 NC를 상대로 1승 15패의 절대 열세를 보이며 고전했다. 이 때문에 롯데의 가장 ‘믿을맨’인 레일리가 선발로 출격한다. 2015년부터 롯데에서 뛴 레일리는 KBO리그 2시즌 간 19승 19패 평균자책 4.13의 성적을 냈다. 기복이 있는 건 흠이다. 하지만 다른 외국인 투수인 파커 마켈까지 이날 ‘적응 실패’와 ‘개인사’로 계약해지가 된 롯데의 사정상 레일리가 최상의 카드인 것은 변함이 없다.

NC는 에이스였던 에릭 해커가 아닌 제프 맨쉽을 택했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작년엔 운이 좋아서 롯데를 많이 이겼다”면서 “올해 우리 NC가 얼마나 이대호 선수를 잘 막느냐에 따라 롯데 상대 성적이 가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2013시즌부터 지난해까지 NC에서 4시즌 간 뛰었던 해커는 장수 외국인 선수답게 통산 기록도 44승 27패/평균자책 3.54로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해커 이상으로 맨쉽이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도 그럴것이 커리어 자체가 최고 수준이다. 2016시즌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맨쉽은 무려 180만 달러라는 거액의 몸값을 받고 NC에 합류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강력한 구위와 겸손한 태도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찍으며 결국, 1선발로 낙점을 받았다.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10개 구단 감독 및 코칭스태프는 “올 시즌 외국인 투수의 수준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만만치 않은 시즌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들의 말대로 개막전 선발투수로 10명의 신·구 외국인 투수들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며 물러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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