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시즌을 앞둔 나성범(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5번째 시즌을 앞둔 나성범(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창원]

| 데뷔 5년차 시즌을 앞둔 NC 다이노스 간판타자 나성범. 창단 이후 빠르게 강팀으로 성장한 NC처럼, 나성범도 타자 전향 5년 만에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성장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발목 부상으로 잠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빠른 속도로 회복해 좋은 타격감으로 개막전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시즌을 맞는 나성범의 각오를 엠스플뉴스가 들어 봤다.

177안타, 타율 3할 9리, 22홈런, 113타점.

누구의 기록인지 모르고 보면 굉장히 뛰어난 성적이다. 누군가는 평생 한 번도 못할 3할대 타율, 세 자릿수 안타, 20홈런 이상, 100타점 이상이 모두 포함됐다. 결코 달성하기 쉽지 않은 기록이다. 하지만 이 정도 성적을 내고도 ‘부진했다’ '발전이 없다'는 말을 듣는 선수가 있다. NC 다이노스 간판스타 나성범이다.

나성범은 입단 첫해인 2012년 퓨처스리그를 폭격한 뒤, 2013시즌 14홈런을 때려내며 1군 무대에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2014시즌 30홈런을 기록하며 단숨에 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올라섰다. 2015시즌엔 28홈런 23도루로 20-20 클럽이란 대기록도 작성했다. 어느덧 나성범은 ‘3할에 20홈런은 기본, 30-30 클럽에 도전해야 하는 선수’로 각인됐다. 기록이 다소 하락한 2016시즌은 예년에 비해 부진한 시즌이 됐다. 3년 연속 3할 타율과 20홈런 이상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이는 나성범의 소속팀 NC가 걸어온 길과도 겹치는 면이 있다. NC도 2013시즌 1군에 처음 등장해 '7위'라는 기대 이상 성적을 올렸다. 이듬해엔 바로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해 포스트시즌에 올랐고, 3년차 시즌엔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우승후보'란 기대 속에 시즌을 시작했지만,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쳤다. 신생팀이 4년만에 한국시리즈까지 오른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4전전패의 '수모'에 초점이 맞춰졌다.

사람들이 보는 나성범의 이미지는 ‘슈퍼맨’, 타고난 천재에 가깝다. 이는 근육질 몸매에 ‘5툴’ 재능을 갖춘 선수의 숙명일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 나성범은 천재보다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선수에 가깝다. 굳이 표현하면 노력해서 슈퍼맨이 된 사례에 가깝다.

나성범은 연세대 시절부터 ‘운동 중독’ 소리가 나올 만큼 엄청난 양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온 선수다. 프로에 와선 투수로 입단해 타자로 변신하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쏟았다. 매년 캠프 때부터, 시즌 초반부터 가장 먼저 운동장에 등장해 가장 늦게 들어가는 선수가 나성범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고 노력하는 선수다. 최선을 다한 끝에 나온 결과기에 후회하거나 실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를 경험 삼아 더 나은 시즌을 준비한다.

나성범은 이번 겨울 데뷔 후 처음으로 스프링캠프를 온전히 치르지 못했다. 캠프 초반 입은 발목 부상 탓에 재활 훈련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시범경기 초반에는 주로 대타로 나섰다. 하지만 특유의 노력으로 빠르게 경기 감각을 회복해, 맹타를 휘두르며 시범경기를 마쳤다. 올해는 테임즈, 이호준 등 지난 시즌 중심타선에서 함께 한 선수들이 빠진 상태다. 나성범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자신을 향한 큰 기대와, 올 시즌 주어진 책임에 대해 나성범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엠스플뉴스’는 개막전을 하루 앞둔 3월 30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노력하는 슈퍼맨’ 나성범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2017시즌 성공의 키워드로 ‘건강’과 ‘집중력’을 거론한 나성범의 생각을 들어 보자.

“시범경기 맹타? 여유 부릴 새가 없었다”

나성범은 항상 전력을 다해 노력하는 선수다(사진=NC).
나성범은 항상 전력을 다해 노력하는 선수다(사진=NC).

시범경기 막판 굉장히 좋은 타격감을 과시했다. 정말로 부상 때문에 고생한 선수가 맞는지 싶을 정도로 잘했다.

사실 시범경기 시작할 땐 ‘할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이 컸다.

그랬나.

배팅 훈련은 했지만 그 외의 훈련을 제대로 못 한 상태였다. 타격은 어느 정도 괜찮은데 타격한 뒤 뛰는 게 안 되다 보니,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을 갖고 타석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경기에서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다. 다른 선수들은 시범경기 때니까 몸을 관리하면서 경기를 하고, 공을 좀 더 오래 본다거나 여러 시험을 한다. 하지만 난 그럴 여유가 없었다. 경기를 많이 못 뛰다 보니 다른 선수들에 비해 감각도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실전 모드처럼 더 집중하고 경기를 한 게, 밸런스를 찾는 데 도움이 됐다.

발목 부상으로 캠프와 시범경기 초반 고생했다. 개막을 하루 앞둔 지금 컨디션은 어떤가.

아직 100%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이런 건 있다. 남들보다 많은 훈련과 경기를 못 했기 때문에 좀 더 체력을 ‘세이브’한 면은 있다. 다른 선수들보다 체력 면에선 더 괜찮은 것 같다. 다만 경기 감각을 찾고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

스프링캠프를 온전히 치르지 못한 건 처음 아닌가.

맞다.

‘운동중독’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운동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시즌 후반이 되면 페이스가 떨어지는 경향도 있었다. 반면 올해는 운동량을 줄이고 시즌을 시작한 게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단 생각이다.

운동을 많이 하는 건 사실이다. 주변에서 그런 얘길 많이 한다. 체력이 받쳐줘야 실력이 나오고 경기에서 잘할 수 있다고, 그러니 이번에 다친 것도 좋게 생각하면 체력을 안배했다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라고. 솔직히 처음 부상을 입었을 땐 남들은 다 훈련하는데 혼자 못하다 보니 초조한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생각을 바꾸고, 바꾸고 하면서 이젠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좋은 시즌도, 실패한 시즌도 다 경험이다”

개막을 앞두고 라이브 배팅을 소화하는 나성범(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개막을 앞두고 라이브 배팅을 소화하는 나성범(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처음 타자로 전향해 신인 선수로 등장했을 때는 ‘과연 투수 출신이 얼마만큼 잘할 수 있을까’ 의문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이후 뛰어난 활약을 하면서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했고, 그러면서 나성범 하면 어느 정도 성적은 당연히 내야 한다는 기대치가 생겼다. 선수 본인에겐 적지 않은 부담일 것 같다.

글쎼, 생각하기 나름일 것 같다. 나에 대해 갖는 기대감이나, 뭔가 해줘야 하는 선수라는 시선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그 때문에 과도한 부담을 갖진 않으려 한다. 나도 남들과 똑같은 야구 선수다. 어떻게 보면 작년 내 성적도 나쁜 성적이라 생각지 않는다. 괜찮은 성적이라 본다. 물론 나 역시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더 잘하고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음. 스스로가 작년 성적에 만족을 못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꼭 그렇진 않은 모양이다.

뭐 실패한 면도 있지만, 그걸 통해 내게 도움이 되고 경험이 될 수 있는 면도 있다고 본다. 꼭 엄청나게 잘해야만 경험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못할 때도 있으면서, 그래야 그 경험을 나중에 야구를 그만둬서든 아니면 고참이 되어서든 후배들에 가르쳐 줄 수 있지 않을까. 잘했을 때만 경험이 쌓이는 게 아니라, 못했을 때도 내가 깨닫고 얻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난 시즌엔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다소 고전한 면이 있다. 전반기 타율 0.332에 16홈런 장타율 0.568이던 기록이 후반기에는 타율 0.282에 6홈런 장타율 0.412로 떨어졌다. 앞서 얘기한 체력적인 면도 작용했다고 본다.

체력 문제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도 문제다. 평상시보다 방망이가 잘 안 맞다 보니까 생각이 복잡해졌다. 타석에 들어가면 투수와 싸우고 공과 싸워야 하는데 나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투수에게 질 수밖에 없고, 못 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또 눈에 띄는 건, 왼손투수 상대로 엄청나게 좋은 타격 성적을 거뒀다는 점이다. 좌투수 상태 타율 0.361에 장타율이 0.606에 달했다. 홈런도 13개나 쳤다.

아, 내가 정말 그랬나?

오히려 사이드암 투수에게 약했다. 사이드암 상대 타율 0.212에 OPS도 0.634에 불과했다.

사이드암을 별로 안 만나서 그렇다. 사이드암 만났을 때 좀 못 쳤던 게 원인이다. 타수가 적고 안타수가 적다 보니 그런 기록이 나온 것 같다.

그럼 왼손 상대 맹타는 어떻게 된 건가.

일단 운이 좋았고, 잘 칠 때 왼손투수와 만나서 기록이 그렇게 나왔다. 우투수보다 더 잘 쳐야겠다고 특별히 신경 썼다기 보단, 내 타석에 왼손투수가 워낙 많이 나오지 않나. 그러다 보니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좌완 상대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 그러면서 좌투수 상대로 적응이 된 것도 좋은 타격을 한 비결이라고 본다.

집중, 집중, 집중

나성범은 이제 팀내 중간급 선수가 됐다. 후배들을 더 잘 챙기기 위해 선배들에게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사진=NC).
나성범은 이제 팀내 중간급 선수가 됐다. 후배들을 더 잘 챙기기 위해 선배들에게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사진=NC).

지난 시즌엔 전반적인 기록은 예년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대신 많은 볼넷을 고르면서 선구안 면에서 발전을 이뤘다. 2015년 5.1%였던 타석당 볼넷이 지난 시즌엔 10.3%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캠프 때 기자분들이 시즌 목표를 물어보면 항상 ‘삼진을 줄이고, 볼넷을 늘리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매년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지난 시즌에도 사실 삼진 개수가 여전히 많았고, 그 부분에선 실패했지만 볼넷 고르는 건 조금 나아졌다. 그거 하나만큼은 성공적이었다.

비결이 뭔가.

좀 더 유리한 볼카운트일 때 집중한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이를테면 3-0 상황이나 3-1 같은, 공 하나만 더 보면 볼넷으로 나갈 수 있는 카운트에서 집중한 게 많은 볼넷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그럼 볼넷 개수를 늘렸으니, 올 시즌 목표는 삼진 줄이기인가.

일단 삼진 개수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간 해온 것들을 유지하면서 삼진 개수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득점권에서 좀 더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 팀이 외부에서 볼 때 지난 시즌과 달라졌다. 에릭 테임즈도 빠졌고 이호준 선배와 이종욱 형이 라인업에 없는 상태다. 뭔가 다 빠지고 어린 선수들 중심이 됐기 때문에 이전보다 약해 보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내 앞의 선수들이 주자로 나갔을 때, 내가 어떻게든 그 찬스를 살려서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주자 있는 상황에서 더욱 집중해서 타격해야 할 것 같다.

계속 집중력, 집중력을 강조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매 경기 나설 때마다 집중해서 경기를 치르자고 마음은 먹는데, 그렇게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어느덧 물 흘러가듯이 경기가 흘러가고, 한 번씩 대충대충 할 때가 나온다.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때가 이따금 있다. 특히 무더운 한여름에 그런 경우가 가끔 나온다.


의외다.

겉으로는 그렇게 안 보일지 몰라도 수비 실수가 나오고, 엄한 공에 헛스윙하는 게 다 집중력 때문이다. 그런 실수가 나오고, 잘 안 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거기에 빠지고 슬럼프가 온다. 올 시즌엔 좀 더 집중하려고 한다. 한 타석 한 타석을 소중히 여기고, 매 경기 집중해서 임해야 할 것 같다.


사실 가장 큰 관건은 몸 상태 아니겠나. 컨디션만 100%를 유지한다면, 언제나 리그 최상위권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 부상만 없으면 좀 더 잘 될 것 같다.

지난 시즌엔 어땠나.

무릎도 그렇고 자잘한 부상을 달고 다녔다. 경기에 나가서 뛰기엔 살짝 불안하고, 그렇다고 안 하기엔 애매한 정도의 부상이 있었다.

그 때문인지 지난해엔 도루도 처음 한 자릿수(7개)를 기록했다. 올해는 팀이 ‘뛰는 야구’를 선언했는데, 다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일단 부상을 당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도해야 할 것 같다. 경기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도루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최대한 집중하겠다.

지난해 가정을 꾸리고 가장이 됐다.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확실히 책임감을 느낀다.

그러면서 여성팬 지분이 크게 줄었다. (웃음) 서운하지 않은가.

뭐 그건 팬 여러분의 마음 아니겠는가. 내가 열심히 해서 팬들이 나를 응원하게끔 하면 된다.

벌써 스물 여덟 살 시즌이다. 팀에서도 연차가 중간급이다.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선배들께 많이 여쭤보면서 배우고 있다. 나도 그간 못했던 부분이 많고, 중간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물어보고 배운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내가 챙겨줄 줄도 알고, 베풀 줄도 알아야 한다. 여러 가지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

마음가짐도 예전과는 다를 것 같다.

이젠 내년 내후년까지 미리 생각하기보다는, 올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려고 한다. 올해 목표한 것에 집중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더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경기장에 나서려고 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