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서 kt로 이적한 오승택, 아니 오태곤(사진=롯데).
롯데에서 kt로 이적한 오승택, 아니 오태곤(사진=롯데).

[엠스플뉴스]

| 내야진에 비해 불펜이 약한 롯데와, 불펜에 비해 내야가 약한 kt가 서로 약점을 보완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무역'의 교과서에 실려도 좋을 사례다. 엠스플뉴스가 롯데와 kt의 2:2 트레이드 결과를 집중 분석했다.

‘무역(trade)’의 개념을 설명하는 사례로 교과서에 실어도 좋을 트레이드가 나왔다. 굳이 ‘천연자원이 부족한 나라와 기술이 부족한 나라 간에 재화의 생산 요소를 교환하는 행위’라고 블라블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멀리 실크로드와 대항해시대까지 갈 것도 없다. 18일 밤에 발표된 롯데와 kt의 2:2 트레이드가 이상적인 무역의 사례를 보여줬으니 말이다.

사전적으로 무역은 ‘특정 상품의 효용가치가 적은 곳에서 효용가치가 높은 곳으로 이양시킴으로써 재화의 효용 및 경제가치를 증가시키는 일’을 뜻한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19일 현재 팀 OPS 0.844로 압도적 리그 1위, 팀 득점도 91점으로 10개 팀 중에 1위다. 반면 불펜 평균자책 5.10(9위)로 경기 후반 마운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t 위즈의 사정은 정반대다. 올 시즌 kt는 리그 최고의 불펜을 구축했다. 불펜 평균자책 1.94로 전체 1위, 불펜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 합계도 2.04승으로 리그 1위다. 반면 공격력은 취약하다. 팀 OPS 0.623으로 꼴찌, 득점도 45점으로 최하위다. 특히 내야진의 공격력이 약해 상위권 도약을 위해선 반드시 보강이 필요하단 지적을 받아 왔다.

이런 두 팀이 만나 서로 넘치는 자원을 내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교역이 성사됐다. 롯데 내야수 오태곤(오승택)과 투수 배제성이 kt로 건너가고, kt 투수 장시환(장효훈)과 김건국(김용성)이 롯데로 건너갔다. 롯데는 넘치는 야수를 내주고 부족한 불펜을 채웠고, kt는 풍족한 불펜을 주면서 약점인 내야를 보강했다.

이미 시범경기 때부터 트레이드를 논의한 양 팀이다. 롯데 관계자는 “조원우 감독과 김진욱 감독은 평소 절친한 관계로 시범경기부터 트레이드 얘길 주고받았다. 서로 필요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그에 맞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 밝혔다.

kt 관계자도 “시범경기 롯데전 때부터 조원우 감독이 김진욱 감독에게 장시환을 요청했다. 이후 트레이드 카드를 꾸준히 맞춰보다 최근 1~2일 사이에 결정됐다”고 전했다. 애초엔 장시환과 오태곤-배제성의 1:2 트레이드를 추진하다, 롯데 쪽이 추가로 김건국을 요구하면서 2:2로 결론이 났다는 설명이다.

장시환 영입, 불펜 약점을 해결한 롯데

장시환은 강속구를 던지는 리그 상위권 불펜투수다(사진=kt).
장시환은 강속구를 던지는 리그 상위권 불펜투수다(사진=kt).

이번 트레이드로 양 팀은 가장 큰 고민거리이자 앓던 이를 해결하게 됐다. 앞으로 시즌 운영에도 큰 도움을 받을 전망이다. 롯데는 불펜 약점을 일거에 해결했다. 롯데 관계자는 “장시환은 국가대표 불펜 투수 아닌가. 150km/h 강속구를 뿌리는 위력적인 투수”라고 치켜세웠다.

롯데 김원형 수석코치도 “장시환이 우리 팀에 합류해서 불펜에 힘이 생겼다. 최근 우리 불펜 사정상 큰 힘이 될 것”이라 기대를 보였다. “장시환은 구속도 빠르지만 구종도 다양한 투수다. kt에서도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한 선수”라며 “그간 박시영이 고군분투한 계투진에 장시환이 오면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서로 상승효과를 내는 면도 있으리라 본다. 이제 31살인 장시환이 앞으로 우리 팀에서 오랜 시간 활약해줄 것이다.” 김 수석의 말이다.

여기에 왕년의 유망주 투수 김건국을 얻은 것도 수확이다. 김건국은 덕수고 시절 고교 정상급 투수로 주목받았고, 2005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 베어스에 2차 1번으로 지명됐던 선수다. 이후 고양 원더스와 NC 다이노스, kt를 거쳐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체구는 크지 않지만, 유연하고 투구 밸런스가 좋아 힘 있는 공을 던진다는 평가다.

한때 150km/h가 넘는 강속구를 뿌렸던 투수가 김건국이다. 고질적인 팔꿈치 부상만 호전되면 다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란 평이 많았다. 롯데 관계자는 “그간 눈에 띄진 않았지만, 최근 구속이 많이 올라온 상태다. 장시환과 함께 우리 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물론 애지중지 키운 내야수 오태곤을 내준 건 롯데로서도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롯데엔 오태곤을 대체할 내야 자원이 풍부한 편이다. 당장 퓨처스팀에는 신인 내야수 김민수가 맹타를 휘두르고 있고, 두산에서 지난 시즌 건너온 김동한도 있다. 롯데 관계자는 “오랫동안 공들여온 오태곤을 보내는 게 아쉬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계기로 kt에서 큰 선수로 성장한다면 우리로서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축복했다.

오태곤 영입, 내야 깊이를 더한 kt

내야진 강화 숙원을 해결한 김진욱 감독(사진=엠스플뉴스).
내야진 강화 숙원을 해결한 김진욱 감독(사진=엠스플뉴스).

kt는 이번 트레이드로 취약점인 내야 보강에 성공했다. kt는 그간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내부 경쟁을 통해 내야 강화를 꾀했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진 못했다. kt 관계자는 “내야수 심우준이 아직 군 미필이고, 경험 많은 야수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오태곤은 이런 kt 사정에 딱 들어맞는 카드다. kt 관계자는 “오승택은 1군 경험도 충분히 있고, 군필이며, 공격력에도 뚜렷한 장점이 있는 선수”라고 밝혔다. 오태곤은 통산 210경기에 출전하며 경험치를 쌓았다. 2015시즌엔 8홈런에 OPS 0.728을 기록해 타격에서 잠재력을 발휘한 바 있다.

약점으로 지적받는 수비력도 발전의 여지가 크단 게 kt의 생각이다. kt 관계자는 “물론 수비가 흔들리는 모습이란 단점도 있다”면서도, “원래 수비에도 재능은 있지만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 환경이 바뀌면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진욱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오승택의 수비 부담은 덜어주고 공격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기용하려 계획 중”이라 전했다.

오태곤이 가세하면서 kt는 기존 조니 모넬-박경수-박기혁-심우준-정현으로 구성된 내야에 깊이를 더하게 됐다. 오태곤은 1루부터 2루, 3루, 유격수까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다. 아직 확실한 주인이 없는 3루를 맡을 수도 있고, 수비에 자신감을 얻으면 유격수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혹은 내야 전 포지션을 오가며 슈퍼 유틸리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다방면으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팀이 kt다.

함께 영입한 투수 배제성에 대한 기대도 크다. kt 관계자는 “우리 코칭스태프가 배제성의 투구를 직접 지켜봤고, 전력분석팀도 호평을 했다”고 밝혔다. “키가 크고 위에서 내리꽂는 타점이 좋은 선수다. 150km/h에 달하는 강속구도 있다. 아직 제구력이 흔들리긴 하지만, 메커니즘과 신체조건을 볼 때 충분히 더 성장할 것으로 본다.” kt 관계자의 말이다.

물론 핵심 불펜 요원 장시환을 보낸 건 kt로서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해 부진을 딛고 올 시즌 5경기 평균자책 1.42로 좋은 투구를 해온 장시환이기에 더 그렇다. 하지만 kt는 장시환 외에도 불펜 투수 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팀이다. kt 관계자는 “우리에겐 조무근, 김재윤 등 좋은 젊은 투수들이 많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퓨처스에도 지난해 호투한 배우열이 있고, 안상빈이라는 강속구 사이드암 투수 자원도 있다. 선발투수 주권도 당분간 불펜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장시환을 보냈지만 불펜이 크게 약해지진 않을 것이란 자체 평가다.

kt는 이번 트레이드가 당장 올 시즌만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린 결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kt 관계자는 “우리가 지금 2위긴 하지만 전력상으로 상위권이라 할 정도는 아니다. 몇 년 후의 모습도 떠올려봐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당장의 필요에 의해서 트레이드를 진행한 것이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체 선수단의 구성을 보고 긴 호흡으로 트레이드를 생각했다. 누가 승자인지 따지기보단 양 팀 모두 윈윈이 될 수 있게 필요한 선수를 맞바꿨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kt 관계자의 말이다.

이번 트레이드는 리그 공동 2위를 달리는 상위권 팀 간의 선수 교환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간 프로야구에선 순위 경쟁하는 팀끼리는 트레이드를 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 혹여 트레이드 결과가 경쟁 구단에 유리하게 작용할까 우려한 탓이다. 그러나 롯데와 kt는 오지도 않을 부메랑을 미리 걱정하기보단, 무엇이 구단의 현재와 미래에 가장 도움이 될지에 초점을 맞췄다.

'무역'에 관한 한 사전의 설명은 이런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인류의 발전사는 제한된 자기 영토 내에서의 산물로서 만족하지 않고 자국의 한계를 벗어나서 다른 나라와 서로 교역하여 살아온 나라가 더 부강해져왔던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이미 오랜 인류사를 통해 검증이 끝난 트레이드 효과다. 교과서에 실려도 될 만큼 이상적인 이번 롯데와 kt의 트레이드가 양 팀은 물론 KBO리그에 어떤 발전적 효과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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