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 불어닥친 '트레이드 열풍'(사진=롯데)
KBO리그에 불어닥친 '트레이드 열풍'(사진=롯데)

[엠스플뉴스]

| 최근 늘어난 트레이드. '팀엔 전력 보강을, 선수들에겐 새로운 기회를, 팬들에겐 새로운 재미'

분명 예전과 다른 분위기다. 소극적이고, 조심스럽던 트레이드 문화가 '확' 달라졌다. 때아닌 트레이드 열풍에 잠시 주춤했던 KBO리그마저 들썩이고 있다.

올 시즌 트레이드의 첫 신호탄은 시범경기 기간이던 3월 17일이었다. 당시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는 1대 1 트레이드로 만년 유망주 강윤구와 신인 김한별을 맞바꿨다. 4월 17일엔 대형 트레이드가 터졌다.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가 4대 4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것. SK는 노수광, 윤정우(외야수), 이홍구, 이성우(포수), KIA는 이명기(외야수), 김민식(포수), 최정민, 노관현(내야수)을 받았다.

한숨 쉴 새도 없이 17일 또 한 건의 트레이드가 이어졌다. 한화 이글스 거포 내야수 신성현과 수비형 포수 최재훈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그리고 하루 뒤인 18일 롯데 자이언츠 오태곤(내야수), 배재성(투수)이 kt 위즈 장시환, 김건국(투수)과 맞트레이드 됐다.

KBO리그는 현재 전체 일정의 10%를 소화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벌써 4건의 트레이드가 진행됐다. 그간 KBO리그 10개 구단은 트레이드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혹시나 하며 보낸 선수가 부메랑처럼 돌아온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박세웅, 장시환 등을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윤원 롯데 단장은 "매시즌 트레이드 이야기가 오간다. 하지만, 결과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 카드가 안 맞거나, 서로 아쉬운 부분이 있기 마련"이라며 트레이드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올 시즌 달라진 트레이드 흐름 속엔 한 가지 키워드가 숨겨져 있다. 바로 ‘다 함께 잘되자’는 메시지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강윤구·김한별 트레이드 후 “이번 트레이드는 서로 윈-윈 하잔 의미였다. (강)윤구에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김)한별이는 우리가 지속해 봐왔던 선수다.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기태 KIA 감독도 4대 4 트레이드가 성사된 뒤, “그간 선수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 가는 날 아침에 앞으로 더 잘하라고 말해줬다. 서로 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란 속내를 밝혔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SK와 KIA 트레이드를 놓고, 당시 “쇼킹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롯데와 kt 트레이드에 대해선 “정말 대단하다. 요즘 구단간의 합의가 빠르게 진행된다. 우리도 뭔가 준비(트레이드)하고 있는 것 같다”며 추가 트레이드를 암시했다.

최근 10년간 KBO리그 '4월 트레이드' 어땠나.

(좌로부터) 4월 18일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된 투수 김건국과 장시환(사진=롯데)
(좌로부터) 4월 18일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된 투수 김건국과 장시환(사진=롯데)

시즌이 개막되는 4월엔 트레이드가 쉽지 않다. 팀별로 상대 팀 전력 분석에 정신 없을 시기다. 하지만, 올 시즌엔 4월에만 무려 14명의 선수가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최근 10년간 4월에 진행된 트레이드는 총 8건. 2007년 4월 3일 SK 이대수와 두산 나주환의 트레이드를 시작으로 2008년 4월 4일 삼성 라이온즈 이여상과 한화 심광호가 팀을 옮겼다. 2009년 4월 19일엔 KIA 강철민과 LG 트윈스 김상현, 박기남이 맞트레이드 됐다.

그 후, 4년 뒤인 2013년 4월 18일 NC와 넥센의 2대 3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NC는 송신영, 신재영(투수), 넥센은 박정준(외야수), 이창섭, 지석훈(내야수)을 맞바꿨다. 일주일 뒤인 4월 25일엔 LG 서동욱과 넥센 최경철이 팀을 옮겼다. 2015년 4월엔 2건의 트레이드가 있었다. 8일 넥센 이성열(외야수), 허도환(포수)이 한화로 가고, 양훈이 넥센에 합류했다. 이어 20일 kt 이준형이 LG로, LG 박용근, 윤요섭이 kt로 갔다. 2016년 4월 6일엔 넥센 서동욱이 조건 없이 KIA로 트레이드됐다.

KBO리그의 또 다른 재미 ‘트레이드’.

단장들이 본 트레이드 열풍의 원인은?

'트레이드'는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 될 수 있을까?(사진=SK)
'트레이드'는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 될 수 있을까?(사진=SK)

트레이드가 많아진 것은 KBO리그엔 분명 호재다. 대통령 선거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부진으로 야구 인기가 주춤한 요즘 트레이드가 새로운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팬들은 벌써 추가 트레이드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다.

야구계 일부에선 늘어난 트레이드가 ‘야구인 출신 단장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장과 프런트를 모두 경험한 단장들이 팀에 필요한 부분을 미리 캐치해 능동적으로 움직였단 평가다. 그렇다면 트레이드를 실질적으로 이끈 단장들의 생각은 어떨까.

오랫동안 현장을 누빈 유영준 NC 단장은 그 이유에 대해 “야구인 출신 단장이 늘어난 것은 분명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선수에 대해 논의하기 편해진 것도 사실”이라며 “우선 특정 선수 기량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서로 필요한 선수를 이야기했을 때, 뜻이 잘 통하는 것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단장은 최근 트레이드 흐름의 순기능을 언급했다. 특히 정체된 선수들에겐 좋은 기회 될 것이란 평가다. 모 단장은 “(최)재훈이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재훈이는 다른 팀에 가면 주전 포수 감이다. 두산에선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에 가려 백업으로만 뛰었다. 좋은 선수들이 리그 안에서 원활하게 소비될 수 있어야 프로야구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훈 영입을 이끈 박종훈 한화 단장은 ‘트레이드의 의미’에 대해 강조했다. 박 단장은 “트레이드의 첫 번째 조건은 팀의 부족한 곳을 채우는 것이다. 그리고, 중복 포지션으로 침체된 선수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러한 기준이 충족된다면 구단 간의 전력 차를 줄이고, 리그 발전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진행된 트레이드를 보면 팀마다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 서로의 입장을 고려한 트레이드가 주를 이뤘다. 양 팀이 소통하고, 필요한 부분을 공감했기에 가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최근 KBO리그 트레이드 추세는 ‘득과 실’을 따지지 않는단 점이다. 서로 필요한 포지션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내주고, 알뜰하게 받아왔다. ‘나도 잘되고, 남도 잘되자’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특히 정체기에 빠진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분위기가 대세로 떠올랐다. SK 유니폼이 아직 어색한 노수광은 “적응이 쉽지 않다”며 “그래도 다시 한번 해보잔 의지가 불타오른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함께 팀을 옮긴 이홍구도 “새로운 팀에 온 만큼 더 열심히 해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트레이드 열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팀마다 제각각 트레이드 카드를 꺼내놓고, 전력 보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트레이드는 올 시즌 프로야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로 자리 잡았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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