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선발투수로 도전에 나선 최금강(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올 시즌 선발투수로 도전에 나선 최금강(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 NC 마운드의 금강불괴 최금강. 지난 두 시즌 불펜에서 탄탄한 피칭을 보여준 최금강은 올 시즌 선발투수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20일 첫 선발승을 거둔 최금강의 올 시즌 각오와 목표를 들어봤다.

금강불괴(金剛不壞). 본래는 불교에서 쓰는 말이다. 금강석처럼 단단해서 절대 부서지지 않는 몸이란 뜻이다. 대중적으로는 무협 소설에 자주 쓰여서 널리 알려졌다. 무협지 속 금강불괴는 최고의 경지에 이르러 칼을 맨몸으로 막아낼 만큼 단단하고, 부드러움까지 겸비한 완전체로 나온다. 이 무공을 익힌 캐릭터는 어떤 공격에도 절대 다치지 않고, 지치지도 죽지도 않는다.

NC 다이노스 마운드에도 금강불괴가 있다. 5년 차 우완투수 최금강이 바로 야구 버전 금강불괴다. 단지 이름 때문에 생긴 별명이 아니다. 그간 최금강의 투구를 보면 알 수 있다. 풀타임 첫해인 2015시즌 최금강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78경기에 등판했다. 여기다 리그 불펜 4번째로 많은 89.2이닝을 던졌다.

이렇게 무리한 다음 해는 쉬어갈 만도 한데, 오히려 다음 시즌 더욱 단단해졌다. 선발 11경기 포함 총 52경기에 등판해, 데뷔 이후 최다인 108이닝을 던졌다. 선발등판이 15회 이하인 투수 중엔 장민재와 심수창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던진 최금강이다.

두 시즌 연속 팀을 위해 궂은일을 도맡은 최금강은 올 시즌을 앞두고 보상을 받았다. 스프링캠프에서 일찌감치 ‘4선발 투수’로 낙점된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그간 불펜에서 금강이가 고생을 많이 했다”는 말로, 선발 보직이 최금강에 대한 배려 차원임을 알렸다.

최금강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지난 2년의 많은 투구가 고생이라 생각지 않는다 말했다. “고생했다고 보는 분들도 많죠. 하지만 그 당시 제겐 한 게임 한 게임이 소중했고, 조금이라도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에 고생했다 생각하진 않아요. 그보단 많은 경험을 쌓을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최금강의 말이다.

지난 시즌 투구 지표가 나빠진(ERA 3.71->5.00) 것도 2015시즌의 무리한 등판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보단 중요한 상황에 정신 놓고 던지다 맞아서 평균자책이 많이 올라갔죠.” 최금강이 씩 웃으며 말했다. “시즌 초반에도 컨디션이 안 좋아서 2군에 한 차례 다녀왔어요. 그때 많이 맞았던 게 성적 하락으로 나타난 것 같아요.”

최금강에게 선발투수는 완전히 낯선 자리는 아니다. 이미 지난 시즌 중반 이후 11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경험이 있다. “작년 선발투수를 하면서 나빴던 기억은 될 수 있는 대로 잊으려고 하죠. 그보단 어떻게 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왔는지, 최대한 긍정적으로 기억하려고 해요. 같은 상황이 오면 이번엔 어떻게 던질지도 많이 생각하구요.”

같은 투수지만 불펜과 선발이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엔 차이가 있다. 최금강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와 준비를 하고 있다. “중간에선 강하게 던져서 타자를 압도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요. 중요한 상황에는 삼진을 목표로 던지기도 하구요. 선발은 좀 다르죠. 초반에 한두 점을 줘도 우리 팀 타격이 워낙 좋아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거든요. 볼볼볼 하다가 한 방 맞아서 대량실점하는 것보다는, 한두 점 주더라도 좀 더 공격적으로 승부해야죠. 그게 야수들을 돕는 방법이기도 하구요.” 최금강의 말이다.

선발 정착을 위한 비장의 무기는 없을까. 최금강은 “마무리캠프 때부터 체인지업을 연습했다”고 밝혔다. “좌타자 상태 피안타율이 우타자보다 너무 차이가 나더라구요. 포크볼만 갖고는 안 될 것 같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계속 체인지업을 연습하고 있는데, 쉽지만은 않더라구요. 그래서 계속 익혀서 실전에 쓸 수 있게 준비할 계획입니다.”

“우리 강진 시절을 절대 잊지 말자”

최금강은 지난 두 시즌 NC의 필승조 투수로 활약했다(사진=엠스플뉴스).
최금강은 지난 두 시즌 NC의 필승조 투수로 활약했다(사진=엠스플뉴스).

최금강은 NC 창단 첫해인 2012년을 앞두고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인하대학교 시절 장신의 강속구 투수로 가능성은 인정받았지만, 제구 불안 때문에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입단 이후에도 오랫동안 제구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2013시즌엔 9이닝당 볼넷이 5.35개로 30이닝 이상 투수 가운데 11번째로 높은 볼넷 비율을 기록했던 최금강이다. 하지만 2015시즌엔 9이닝당 볼넷을 3.71개로 줄이는 데 성공했고, 지난해도 9이닝당 3개로 갈수록 제구가 안정되고 있다.

최금강뿐만이 아니다. NC엔 김진성, 원종현 등 과거 ‘제구력이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다 NC에 온 뒤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알게 된 투수가 여럿 있다. 비결이 무엇일까. 최금강은 “코치님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2012년 창단 첫 캠프 때부터 최일언 코치님, 김상엽 코치님, 지연규 코치님과 지금까지 쭉 함께하고 있어요. 코치님들이 부족함 없이 많이 도와주신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최금강이 생각하는 또 하나의 비결은 훈련을 통해 얻은 자신감이다. “진성이 형도, 종현이 형도 다들 NC에 온 뒤에 이전보다 훈련을 훨씬 열심히 했다고 말해요. 그러다 보니 ‘내가 이렇게 많이 훈련했는데 이것밖에 못 하나’ 하는 오기도 생기고, 훈련한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니까 ‘훈련하니까 되는구나’라는 자신감도 생기고. 이런 데서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최금강의 말이다.

“이전엔 마운드에 올라가면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컸어요. 그런데 많은 연습을 하다 보니 ‘연습을 많이 했으니 잘 될 거야’라는 마음으로 바뀌었고, 그게 자신감이 된 것 같아요. 물론 기술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줬죠. 하지만 그 전에 열심히 훈련했고, 정말 별 희한한 연습까지 다 하면서, 많은 훈련 속에 제 것을 찾은 거죠. 저에게 딱 맞는 걸 코치님들이 찾아 주셨고, 감독님이 믿어 주시고, 불안감이 자신감으로 바뀐 것. 그게 비결이 아닐까요?”

절실함도 최금강을 육성선수에서 팀의 핵심 투수로 올라서게 한 원동력이다. “구단에 어렵게 입단했잖아요. 그런 만큼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강했어요. 뭐가 되었든, 1년을 버티든 2년을 버티든 아니면 금방 방출되든 간에, 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해 보자. 저기 1군 마운드에는 한 번 서봐야 하는 것 아니냐. 후회 남지 않게,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으로 운동한 덕분인 것 같습니다.” 최금강의 말이다.

최금강은 지금도 이따금 입단 첫해 전라남도 강진에서 훈련하던 때를 떠올린다. “김성욱이랑 저는 창단 첫 해(2012)년 미국 스프링캠프에도 못 갔거든요. 그런데 둘 다 지금 1군에서 뛰고 있잖아요. 가끔 서로 농담처럼 이야기해요. ‘성욱아, 강진 시절 잊지 말아라. 너 눈보라 속에 외야에 서서 눈 맞으며 경기한 기억 잊지 말어’라고 하죠. 그럼 성욱이도 저한테 ‘형, 경남대랑 연습 경기할 때 28구 연속 볼 던지고 밀어내기 준 거 잊지 말아요’라고 하죠.” 최금강이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직은 상관없다. 아직은 마운드에 서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절실했던 강진 시절을 떠올리는 최금강(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절실했던 강진 시절을 떠올리는 최금강(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올 시즌 NC에서 ‘4선발’ 최금강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 시즌 내국인 선발진의 부침이 심했던 NC 다이노스다. 올해는 외국인 듀오뿐만 아니라 국내 선발진도 시즌 내내 튼튼하게 마운드를 지켜줘야 더 높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최금강이 시즌 첫 선발등판에서 2.1이닝 5실점(4자책)에 그친 뒤 부진한 투구를 이어가면서, NC는 선발 마운드 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최금강은 20일 다시 얻은 선발 기회를 잘 살리며 승리투수가 됐다. 롯데 상대로 5이닝 4피안타 3볼넷 3탈삼진 무실점, 팀이 5-4로 승리하는 발판을 잘 마련했다. 이날 경기 후 최금강은 “불안한 마음이 컸고 심리적으로 부담이 있었다”면서도 “김태군의 좋은 리드와 야수들의 좋은 수비 덕분에 승리를 거뒀다”고 밝혔다. 또 “늦은 만큼 앞으로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 믿고 기다려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말했다.

최금강도 선발진에서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단 걸 잘 안다. “우리 팀 1, 2, 3선발이 좋기 때문에 저와 5선발이 잘 던지는 게 중요해요.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둬야 저희에게도 좋잖아요. 팀 내에 누구 하나 맡은 역할이 중요하지 않은 선수가 없어요. 저 역시 맡은바 최선을 다해야죠.”

선발투수로 시즌을 시작하긴 하지만, 아직 팀 내 경쟁에서 완전히 승리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최금강은 “잘해야 끝까지 선발로 나올 수 있다. 중간에 못 하거나 컨디션이 초반에 안 좋으면 다시 중간으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경계를 놓지 않았다.

“아직 전 선발이든 중간이든 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가 좋아요. 나가서 배울 것도 많다고 생각하구요. 계속 경쟁을 해야죠. 구창모나 장현식도 잘 던지는 친구들이고, 우리 팀 2군 투수 중에도 좋은 투수가 많아요. 우리 팀이 워낙 투수가 좋아서, 안심할 수가 없어요.” 최금강의 말이다. “제가 3, 4년 연속 10승 하는 투수가 되면 그때는 좀 안심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지금은 안심할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올 시즌 목표도 일단은 ‘소박하게’ 퀄리티 스타트 10회로 세웠다. “6이닝 3실점 이하를 10번 이상 하는 게 목표에요. 다들 소박하다고 하는데, 아직 전 그것조차 못 해봤잖아요. 일단 10개를 목표로 하고, 이뤄낸 뒤에는 15개를 이룰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숫자보다 더 중요한 목표도 있다. “다시 중간으로 내려가지 않게, 선발로서 잘 던질 겁니다. 전 여전히 한 게임 한 게임, 공 하나가 소중해요. 의미 없이 던지는 공이 없도록, 항상 이 공이 선발로서 던지는 마지막 공이라는 마음으로 던질 거에요. 이 마음만큼은 시즌 끝날 때까지 변함없이 지킬 겁니다.” 최금강이 말했다.

끝으로 ‘금강불괴’란 별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금강불괴, 노예 등등 별명이 많았는데 금강불괴는 굉장히 좋은 뜻이잖아요.” 최금강이 웃으며 말했다. “누군지 몰라도 처음 그 별명 지어주신 분께 감사해요. 그 별명처럼 무너지지 말고 잘 버텨야죠. 계속 실패하고 얻어맞고 하면 금강불괴가 안 되잖아요? 별명처럼 될 수 있게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진정한 금강불괴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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