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우규민(사진=엠스플뉴스)
삼성 라이온즈 우규민(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잠실]

l 타구에 맞은 우규민, "돌아와서 승리투수 되겠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불의의 사고 이겨낸다.

“사실 진짜 무서웠다. 그래도 뼈가 아니라 다행이다. 팀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잘 회복해서 돌아온 이후 승리투수가 되겠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삼성 라이온즈 잠수함 투수 우규민의 말이다.

우규민은 4월 1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자칫하면 큰일 날 뻔한 상황을 겪었다. 바로 1회 2사에서 상대한 닉 에반스의 타구가 우규민의 상체 쪽으로 빠르게 날아온 것. 황급히 몸을 튼 우규민은 오른쪽 어깨부위에 타구를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타구에 맞는 순간, ‘퍽’ 하는 소리가 3층까지 들릴 정도였다. 그만큼 강하게 맞았다. 이후에도 우규민은 바닥에서 구르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천만다행으로 뼈를 피하면서 근육 타박상 판정을 받았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다행히 타박상이지만 로테이션 한 번 정도는 거르고 1군 엔트리에서 빼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규민은 “열흘 정도만 빠지면 될 것 같다. 아직 붓기는 남아 있지만 뼈가 아니라 다행”이라면서도 “하지만 공을 던지는 팔이라 상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낙천적인’ 우규민 “뼈가 아니라서 다행.”

우규민(사진=엠스플뉴스)
우규민(사진=엠스플뉴스)

우규민은 사고 이전까지 3경기 평균자책 3.26으로 좋은 활약을 했다. 비록 승리는 없었지만 매 경기 6이닝 이상씩을 소화하며 제 몫을 다했다. 자칫 흐름이 끊길 수도 있는 사고지만 이미 지나간 일. 훌훌 털어냈다.

우규민은 “맞는 순간 뼈가 아니라 근육이란 걸 직감하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타구에 많이 맞아봐서 괜찮다”고 밝게 웃었다.

“운동 많이 한 몸처럼 됐다. 아직도 붓기가 많이 남아 있다. 차라리 얼른 피멍이 생기더라도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우규민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퉁퉁 부은 팔을 가리키며 취재진을 안심시켰다.

그렇다고 사고의 순간이 위급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날아오는 순간 피하려고 몸을 비틀었는데, 공이 이미 눈앞에 와 있더라. 그만큼 빨랐다.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변화구를 던졌을 때 타구에 맞은 경우가 많았다. 이번엔 속구였으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거기에 타구 속도까지 더해졌으니까 어떻게 대응할 수가 없더라. 솔직히 많이 무서웠다.” 사고 당시를 떠올린 우규민의 얼굴도 심각해졌다.

타구에 맞은 당시 우규민은 강한 고통을 호소했다. 김한수 감독, 김상진 삼성 투수코치, 트레이닝 코치, 팀닥터가 전부 마운드로 뛰쳐나왔고 구급차도 경기장에 들어왔다.

“처음엔 진짜 아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행히 부러진 건 아니란 걸 확인했는데, 첫 번째는 조심하는 차원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더 빨리 나갈 수 있었는데, 어차피 내가 못 던진다는 걸 느껴, 다음 투수가 몸 풀 시간을 벌어주려고 더 신중하게 움직였다.”

우규민이 직접 밝힌 교체 상황의 경위다. 놀라운 건 타구에 맞아 아픈 상황에서도 우규민은 다음 투수 등판을 걱정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규민은 하지만 이내 특유의 농담으로 진지한 분위기를 털어냈다.

‘구급차로 갈 생각은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우규민은 “아니 다리가 멀쩡한데 걸어가면 되는 거죠. 또 구급차를 타면 어디로 가요?”라는 반문으로 취재진을 폭소케 했다.

우규민 “팀에 미안해. 돌아와서 승리투수 되겠다”

역투하고 있는 우규민(사진=엠스플뉴스)
역투하고 있는 우규민(사진=엠스플뉴스)

내내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을 안심 시켰던 우규민은 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진지해졌다.

“팀이 어려운 상황이고 예비 선발투수도 없는데 빠지게 돼서 미안하다. 열흘 동안 준비 잘하고 빨리 돌아와서 복귀하고 바로 승리투수가 되겠다.” 아직 시즌 첫 승 신고를 못 한 우규민은 복귀전에서 마수걸이승을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유독 선수 생활을 하면서 ‘타구에 맞은 경험’이 많은 우규민이다. 이젠 면역이 생겼다.

“거의 매년 한 번꼴로 맞은 것 같다. (강) 정호한테도 맞은 적이 있고 작년엔 (정) 의윤이에게도 맞았다. 예전에 김창희 선배에겐 머리에 맞은 적도 있다. 많이 맞다 보니 이제 적응이 되는 것 같다.”

우규민은 2006년 김창희의 직선타에 머리를 맞은 경험을 비롯해 다양한 경험들을 떠올렸다.

우규민은 “이 타이밍에서 이렇게 마무리된 게 어쩌면 다행일 수 있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잘 쉬고 돌아와 힘내서 잘 던지면 된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잘 챙겨준다”며 밝게 웃어 보였다.

“아직 팔이 옆으로 올라가진 않는다. 경기 감각은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던지는 팔이라서 걱정은 있다. 그래도 쉬고 나면 몸 상태는 더 좋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불안감은 있지만 긍정적인 상황만 떠올리는 우규민이다.

끝까지 씩씩했다. ‘타구에 맞는 일이 1년에 한 번꼴이면 이젠 괜찮겠다’는 취재진의 농담 섞인 덕담에 우규민은 눈이 한껏 커져 “그런 말 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더니 우규민은 이내 수긍한 표정으로 “그럼 이젠 더 이상 안 맞는 걸로 알겠다”며 밝게 웃고 클럽하우스로 떠났다.

가뜩이나 최하위로 떨어져 고민이 깊은 삼성은 우규민이 빠지면서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김 감독은 “1군에 올린 이수민이 불펜으로 등판하고 우규민의 자리엔 최지광이 선발 등판한다”며 대처 계획을 밝혔다. 아무리 최지광이 좋은 활약은 하더라도 우규민의 안정감을 앞서기란 쉽지 않다. 우규민이 건강한 모습으로 빨리 복귀하는 게 삼성이 바랄 최고의 시나리오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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