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외야수 이형종(사진=엠스플뉴스)
LG 트윈스 외야수 이형종(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이형종, 리그 3위 타율 0.391 맹활약. 8타석 연속 출루 질주 비결은 레그킥. 자신감 얻고 비상 꿈꾼다.

2017 시즌 현 시점의 ‘최고 히트상품’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이형종(LG 트윈스)의 이름을 떠올릴 것이다.

한 때는 ‘초고교급 투수’에서 ‘문제아’로 전락했던 이형종. 은퇴로 그라운드를 떠나기까지 했다. 그런 이형종이 타자로 전향해 KBO 리그를 폭격하고 있다. 더 놀라운 건 이형종의 1군 경험이 2016시즌 단 61경기 124타수에 불과하단 점이다.

이형종의 최근 질주는 ‘광(狂)토마’란 별명처럼 거칠 것 없는 기세다. 최근 8타석 연속 출루, 6타수 연속 안타의 파죽지세다. 어느덧 이형종의 타율은 리그 3위인 0.391까지 올랐다.

2014년 겨울 타자로 전향해 이제 겨우 3시즌째를 보내고 있는 이형종이다. 그런데도 벌써 이형종의 타율 성적표 윗줄엔 이대호(롯데, 0.438)와 김태균(한화, 0.394)과 같은 전설적인 타자들의 이름밖에 남아 있지 않다.

레그킥으로 질주 추진력 얻다

훈련때도 늘 진지한 이형종(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훈련때도 늘 진지한 이형종(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2016시즌 이형종은 61경기 타율 0.282/1홈런/14타점/14득점/출루율 0.366/장타율 0.371의 성적을 냈다. 타자 전향 이후 1군 첫 해 백업으로 낸 성적이라 크게 나쁜 기록은 아니다. 그렇다고 썩 인상적인 기록이라고 말하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올 시즌엔 이형종의 타율은 4할에 육박하고 있으며, 출루율(0.434)과 장타율(0.585)도 큰 폭으로 올랐다. 많은 타자가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에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인상적인 질주를 하고 있다.

LG에서도 가장 뛰어난 활약이다. 이형종은 타율과 안타(27개), 도루(5개), 출루율, 장타율 등 성적에서 팀내 1위를 휩쓸고 있다. 어느덧 루이스 히메네스, 박용택과 함께 LG 타선을 끄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이형종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레그킥(다리를 들어 올렸다 내리며 치는 타격법)을 크게 하고 있다. 그게 내겐 자신감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형종은 지난해 다리를 드는 동작이 거의 없이 쳤다. 그런데 올 시즌엔 왼쪽 다리를 허리 높이까지 드는 과감한 레그킥 동작으로 바뀌었다.

“구체적으론 어떤 효과가 있는진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레그킥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기게 됐다. 그게 타구에 힘이 실리는 것으로 이어져 좋은 성적이 나고 있다.” 이형종의 분석이다.

결국 ‘레그킥’을 하는 타격 매커니즘 변화가 기술적인 성장뿐만 아닌 마음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이형종의 설명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했던 익숙한 타격 자세로 돌아간 것이 심리적 안정만 준 건 아니다. 레그킥의 장점은 더 있다.

“코치님이나 주위 동료들이 ‘내 스윙 궤적의 장점으로 땅볼 타구가 많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약간 어퍼스윙(퍼올리는 스윙)과 같은 형태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라인드라이브 타구나 뜬공이 많이 나온다. 난 크게 달라진 걸 의식하진 못하는데, 주위에선 ‘레그킥 동작을 하면서 스윙 궤적이 바뀌어 타구가 더 뻗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는 기록이 증명한다. 이형종은 올 시즌 외야타구(34개)의 비중이 내야타구(23개)보다 많다.거기다 타구 타율이 0.474(리그 6위)로 매우 높다. 일단 맞으면 안타가 되는 빠르고 강한 타구가 많았다. 그만큼 이형종의 타구에 힘이 실려 있다는 뜻이다. 레그킥으로 얻은 두 번째 효과다.

이형종 “흰 말보다는 미친 말이 낫네요.”

'광토마' 이형종(사진=LG)
'광토마' 이형종(사진=LG)

이런 이형종의 활약 덕분일까. 최근 잠실구장에선 ‘이형종’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뜨겁다. 높아진 인기만큼 이형종에겐 벌써 ‘광토마’라는 별명도 생겼다. 그라운드에서 몸을 내던지고 투지 넘치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런데, 그 별명은 어딘지 LG 레전드 타자인 이병규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의 별명 ‘적토마’를 떠올리게 한다. 겨우 2번째 시즌을 치르는 타자와 나란히 두기엔 ‘이병규’는 LG에선 너무 거대한 이름이다. 하지만 이형종을 두고 일각에서 ‘이병규의 재림’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이형종이 보는 이들을 흥분시키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형종은 “이병규 선배의 적토마를 잇는 것 같은 별명이라 영광스럽고 기분이 좋다”며 “그런데 내가 이병규 선배보단 하얀 편이라서 차라리 ‘백토마’가 어떨까 했는데 뭔가 약해 보이고 느낌이 이상하더라”고 별명을 처음 접한 인상을 전했다.

별명을 두고 머뭇거리던 이형종은 “그렇다면 차라리 미친 듯 뛰어다니는 ‘광토마’가 나은 것 같다”고 자신의 별명을 정리했다.

이처럼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지만 이형종은 크게 기뻐하거나 방심하지 않고 있다. 묵묵히 ‘루틴’을 유지하며 체력이 떨어지지 않는 것에만 온 신경을 쏟고 있다.

“이젠 ‘나만의 것’도 생긴 것 같다. 점점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한편으론 체력이 떨어지는 게 가장 우려스럽다. 그래서 나름대로 준비도 하고 있다. 좋은 음식을 많이 먹고 예전보다 더 수면시간도 꼼꼼하게 신경 쓴다. 양상문 감독님이 연습 때 ‘너무 강하게 한다’고 말씀하셔서 요즘엔 나름대로 배분도 하고 있다.”

1군 경험만큼 몸 관리 방법도 점점 배워가고 있는 이형종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형종의 활약은 쭉 이어질까. 이형종 스스로도 아직은 확신하지 못하는 문제다. 하지만 이형종은 인터뷰에서 그 힌트를 줬다.

“100%의 힘으로 치기보단 80%만 쓰더라도 정확하게 공만 맞혀 외야로 공을 보내면 좋은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강하고 빠른 타구가 내야를 빠져나가면 안타가 될 수 있다. 그런 마음으로만 치고 있다. 물론, 좋은 카운트에선 ‘오버스윙’도 한다. 의식한다고 되는 건 아니지만 최대한 정확하게 치려고 애쓰고 있다.” 마치 달관의 경지를 엿본 베테랑 타자와 같은 이형종의 말이다.

이형종의 천재성은 완전히 눈을 떴을까. 놀라움을 주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확실한 미래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잠실 그라운드를 질주했던 이병규를 이을 후계자로, 이젠 이형종의 이름을 가장 먼저 떠올려도 충분할 듯싶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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