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조상우와 한현희(사진=엠스플뉴스).
돌아온 조상우와 한현희(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 한현희와 조상우의 성공적인 복귀로 선발투수진 안정을 이룬 넥센 히어로즈. 넥센 장정석 감독은 '선발 안정이 우선'이란 지론 아래 한현희와 조상우의 보직을 선발로 정했다. 넥센 불펜 투수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토미존 듀오' 한현희와 조상우가 돌아왔다. 이제는 불펜이 아닌 선발투수다. 첫 테이프는 한현희가 먼저 끊었다. 두 차례 선발 등판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적은 투구수로 버티며 호투했다. 20일 SK전에선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6이닝 무실점 역투로 팀의 6연패를 끊는 값진 활약을 했다.
조상우도 한현희의 뒤를 따랐다. 조상우는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 데뷔 이후 첫 선발투수로 나섰다. 대전고등학교 시절 완투머신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프로에선 줄곧 불펜으로만 던졌던 조상우다. 그러나 지난해 2월 토미존 수술을 받은 뒤 재활 기간 동안 선발 수업을 쌓았고, 데뷔 5년 만에 1군 선발 무대에 서게 됐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조상우는 이날 롯데 강타선을 상대로 5이닝 1실점, 선발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79개의 공을 던질 동안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을 기록했고,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4.8km/h를 찍었다. 경기 후 장정석 감독은 "
상우의 첫 선발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만족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현희와 조상우는 앞으로도 계속 선발로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장 감독은 “선발 안정이 우선”이란 지론을 갖고 있다. “선발이 안정되면 경기 운영이 편안해지고, 불펜부터 팀 전체가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 강한 투수가 앞에서 버텨주면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시즌 전체를 볼 때 선발 안정이 우선이다.” 시즌 전 장 감독이 여러 차례 강조한 부분이다.
물론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넥센은 시즌 초반 선발진이 계획대로 좋은 투구를 해주지 못했다. 110만 달러를 주고 영입한 외국인 투수 션 오설리반은 퓨처스리그에서도 3이닝 3실점 하는 투수가 됐다. 4선발 최원태와 5선발 오주원도 경기에 따라 기복이 심했다. 토미존 수술을 받고 돌아온 한현희-조상우를 예정보다 다소 일찍 선발진에 투입하게 된 배경이다.
반전은 팀이 6연패 수렁에 빠진 20일 SK전에서 시작됐다. 이날 선발 등판한 한현희가 6이닝 무실점 호투로 팀의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21일 롯데전에선 투심을 장착한 최원태가 7이닝 무실점 역투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 밴헤켄과 신재영도 여전히 건재하다. 여기에 조상우까지 선발 데뷔전에서 호투하면서, 넥센은 시즌 초와는 전혀 다른 탄탄한 5인 선발진을 구축하게 됐다. 어쩌면 ‘오설리반 돌아와도 자리 없다’는 말이 나오게 될지도 모른다.

선발투수가 되어 돌아온 조상우(사진=엠스플뉴스).
선발투수가 되어 돌아온 조상우(사진=엠스플뉴스).

역설적으로, 선발 안정은 불펜의 활약이 더 중요한 이유와 통한다. 장 감독은 선발 안정을 목표로 한현희-조상우를 선발로 보냈다. 선발과 불펜은 아랫돌과 윗돌 같은 관계다. 아랫돌을 빼서 위에 올리면 그만큼 아래엔 빈틈이 생긴다. 한현희-조상우의 선발 투입은, 기존 불펜 투수들이 지난 시즌만큼 잘 던진다는 전제가 깔렸다.
여기서도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시즌 초반 넥센 불펜이 정신없이 흔들린 탓이다. ‘필승조’ 김상수가 7일 두산전 1.1이닝 2실점, 16일 KIA전 0.2이닝 2실점으로 무너졌다. 마무리 김세현도 13일 kt전 1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패배를 시작으로 넥센은 내리 6연패를 당했다.
이보근이 겪은 수난도 만만찮다. 16일 KIA전 1이닝 1실점을 시작으로, 팀이 6연패 중이던 20일 SK전에선 1이닝 3실점으로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경기 후반 타선이 폭발해 재역전을 하지 못했다면, 넥센의 연패 행진은 더 길어졌을지 모른다.
2년 연속 리그 정상급 활약을 하는 불펜 투수는 흔치 않다. 지난 시즌 맹활약한 넥센 필승조의 초반 부진에 우려 섞인 시선이 쏟아진 까닭이다. 23일까지 불펜 평균자책 6.33으로 10개 팀 가운데 9위. 불펜 평균자책 4.54로 2위에 올랐던 지난해와는 영 다른 결과다. 넥센 벤치로서도 고민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장 감독은 불펜 투수들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장 감독은 연패 기간에도 “우리 불펜 투수들을 믿는다.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박승민 투수코치는 불펜 투수진의 등판 간격에서 문제를 찾았다. “불펜 투수들이 개막 이전부터 경기 수가 많지 않았고, 개막 이후엔 팀이 연패하면서 규칙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이보근은 7일 만에, 4일 만에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팀이 안정되고 선수들이 규칙적으로 마운드에 나서게 되면, 점차 좋아질 것으로 본다.” 박 코치의 말이다.
고무적인 건 연패 탈출 이후 불펜 투수진도 점차 안정을 찾아간다는 점이다. 마무리 김세현은 20일 경기에서 2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거뒀다. 20일에 3실점 한 이보근도 21일과 23일 다시 등판해 멋지게 팀 승리를 지켜냈다. 좌완 오주원도 22일 불펜 복귀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장 감독은 "불펜 투수들도 점차 괜찮아지고 있다"는 말로 만족감을 표했다.
든든한 원군도 있다. 건강 문제로 캠프를 치르지 못한 우완 하영민이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마운드에 돌아올 예정이다. 정상 컨디션이라면 롱릴리프와 대체선발로 좋은 역할이 기대되는 투수다. 롱릴리프(하영민, 양훈)-좌완 불펜(오주원, 금민철)-필승조(김상수, 이보근, 김세현)로 이어지는, 보다 짜임새 있는 불펜 구성을 바라볼 수 있다.
시즌 초반 격동의 시기는 지나갔다. 혼란스럽던 마운드도 점차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부상 선수들의 복귀로 일단 선발진 안정에 성공한 넥센이다. 이제는 불펜 투수들이 지난 시즌만큼 좋은 투구로 선발진의 뒤를 받치는 일만 남았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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