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모자에 김명신의 등 번호 46번을 새긴 유희관(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자신의 모자에 김명신의 등 번호 46번을 새긴 유희관(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너무나도 안타까운 불운이었다. 이제 두산은 등 번호 46번 김명신을 애타게 기다린다. 과연 가을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숨이 턱 막혔다.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 안타까운 불운이었다. 이제 기적을 바란다. 그렇게 두산 베어스는 ‘46번’ 투수 김명신을 기다린다.
불운은 4월 25일 고척돔에서 발생했다. 이날 김명신은 두산 선발 투수로 1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시작부터 일이 꼬였다. 김명신은 선두 타자 이정후를 시작으로 4연속 안타를 맞은 뒤 희생 뜬공까지 허용했다.
김명신은 이어진 2사 1, 2루에서 김민성을 상대했다. 김명신의 2구째 공을 공략한 김민성의 타구는 꽤 강했다. 그리고 타구 방향은 불운했다. 타구는 그대로 김명신의 얼굴을 강타했다. 그 순간 양 팀 벤치와 관중석, 그리고 기자실까지 충격에 빠졌다. 타자 주자 김민성도 1루로 뛰는 걸 순간 잊고 마운드를 향했을 정도였다.
입술 윗부분을 맞은 김명신의 출혈이 심했다. 한눈에 봐도 심각한 부상이었다. 곧바로 팀 트레이너가 뛰쳐나와 응급조치했고, 구급차도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다행히 자기 발로 일어나 움직인 김명신은 응급차에 탑승 뒤 구로 고대병원으로 이송됐다. CT 촬영 결과 김명신은 얼굴 좌측 광대 부분 세 군데 골절 진단을 받았다.
팀 동료의 불운한 부상으로 두산 선수들의 마음도 뒤숭숭했을 터. 결국, 두산은 9-13으로 패하면서 올 시즌 넥센전 4연패에 빠졌다.
다음 날 두산 선수단의 분위기는 평소보다 조용했다. 김명신의 빈자리는 박치국이 채웠다. 1군에 갑작스럽게 합류한 박치국은 “(김)명신이 형이 다친 걸 보고 정말 놀랐다. 형의 빈자리를 최대한 채울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전했다.
누구보다 놀랐던 이는 두산 김태형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26일 고척 넥센전을 앞두고 김명신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짧은 한숨을 먼저 쉰 김 감독은 “상대 선수가 다쳐도 놀라는데 우리 팀 선수가 다치니 더 놀랐다”며 아픈 순간을 회상했다.
김명신은 삼성 서울병원에서 골절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다만, 부기가 빠진 뒤에야 정확한 수술 날짜가 정해진다. 무엇보다 김 감독은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김명신의 상태에 진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골절 부위가 얼굴이다. 식사도 제대로 못 한다고 하더라. 언제 수술할지는 아직 모른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골절상 회복과 더불어 투구를 할 몸 상태를 만드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계획이다. 사실상 시즌 아웃일 가능성이 큰 김명신이지만, 김 감독은 기적을 얘기했다. 가능하다면 가을 야구에서 김명신의 복귀를 꿈꾸는 김 감독이다. 김 감독은 “골절이 다 나은 뒤 뛸 수만 있다면 운동을 바로 시작할 수 있을 거다. 가을 야구 때 충분히 복귀할 수 있을 거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착잡한 유희관 “아끼던 김명신, 더 마음 아프다.”

유희관(왼쪽)이 김명신(오른쪽)을 향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사진=두산)
유희관(왼쪽)이 김명신(오른쪽)을 향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사진=두산)

김명신을 향한 안타까운 시선은 유희관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유희관은 평소 ‘우완 유희관’이라 불린 김명신을 많이 챙겨줬다. 김명신도 “우완 유희관이라는 소리를 듣는 건 나에게 정말 큰 영광이다. (유)희관이 형한테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을 많이 배우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비슷한 면이 많다”며 유희관을 잘 따랐다.
김명신이 다친 날 유희관은 경기 뒤 숙소에서 TV로 김명신의 부상 장면을 다시 봤다. 유희관의 안타까운 마음은 더욱 커졌다. 김명신에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자 한 유희관이었다. 26일 고척 넥센전에서 선발 등판 예정이었던 유희관은 자신의 모자에 숫자 ‘46’을 새기고 마운드에 올라갔다. ‘46번’은 김명신의 등 번호였다.
넥센 타자들을 상대로 잘 던지고픈 유희관의 욕심도 컸다. 팀이 올 시즌 넥센전 4연패에 빠진 데다 고척돔 등판 기록(3G 1승 2패 평균자책 9.60)도 좋지 않았다. 유희관은 김명신을 떠올리면서 더욱 이를 악물고 던졌다. 그 결과 7.1이닝 4피안타 2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한 유희관이었다.
문제는 유희관이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두산은 3-2로 앞선 9회 말 이현승이 동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유희관의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결국, 두산은 연장 10회 초 양의지의 결승타로 4-3 승리를 거뒀다.
수훈 선수가 양의지로 선정되면서 김명신을 향한 유희관의 응원 메시지는 TV 전파를 타지 못했다. 대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유희관은 김명신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유희관은 “(김)명신이 별명이 우완 유희관 아닌가. 애착이 가는 선수라 그만큼 마음이 더 아팠다. 승리 투수가 된 뒤 인터뷰에서 응원하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다. 명신이를 위한 승리라고 말해주고 싶었다”며 힘줘 말했다.
유희관은 이렇게 김명신을 기다린다. 아니 두산 구단과 선수, 그리고 팬 모두 김명신의 건강한 복귀를 기원한다. 유희관은 “팀 동료 모두가 명신이의 쾌유를 기다린다. 오늘 승리로 선수들의 마음이 명신이에게 전해졌을 거로 믿는다. 빨리 돌아와서 함께 뛰었으면 좋겠다”며 김명신이 돌아올 ‘그 날’을 기약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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