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작은 거인' 김민수(사진=롯데)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작은 거인' 김민수(사진=롯데)

[엠스플뉴스=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미래로 불리는 기대주 김민수. 빠른 적응력으로 올 시즌 1군 무대를 밟은 김민수지만, 아직 첫 안타를 때리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김민수는 위기에 빠진 모교 야구부를 돕고자 행동에 나섰다.

3루. ‘핫코너(hot corner)’라고 불린다. 3루 쪽을 향하는 강습타구가 많은 까닭이다. 1루와의 거리도 멀어 3루수에겐 강한 어깨가 요구된다. 유격수만큼이나 까다로운 포지션. 그게 바로 3루수다.

올 시즌 KBO리그 개막 직전으로 돌아가 보자. 롯데 자이언츠는 개막을 앞두고, 주전 3루수 고민이 많았다. 기존 3루수 황재균이 메이저리그(MLB) 진출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황재균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롯데에서 가장 많은 타점(286)을 기록한 중심 타자다. 그런 황재균이 팀 전력에서 이탈했다는 건 이대호 복귀로 타선 강화를 꾀했던 롯데엔 큰 아쉬움이었다.

3루수 보강이 절실한 가운데 롯데는 4월 18일 kt 위즈와 2 대 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내야수 오태곤과 투수 배제성이 kt로 가고, 투수 장시환과 김건국이 롯데로 오는 트레이드였다.

이 트레이드가 관심을 모은 건 오태곤이 올 시즌 롯데 주전 3루수로 큰 기대를 모았던 선수라는 데 있었다. 오태곤은 2015년 롯데 주전 유격수로 나서 타율 0.275/ 8홈런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바 있었다. 수비는 아직 가다듬어야 할 게 많지만, 타격 잠재력만큼은 기대할 만한 야수였다.

몇몇 롯데팬이 '가뜩이나 3루수가 부족한데 왜 오태곤을 트레이드?'하고 의문을 품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롯데는 오태곤 트레이드를 감행한 것일까. 바로 김민수가 있는 까닭이었다.

당찬 막내 김민수의 KBO리그 데뷔전

김민수 "맨쉽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김민수(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김민수(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인천 제물포고를 졸업하고, 올 시즌 롯데에 입단한 김민수는 ‘2017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에 지명될 만큼 '고교 유망주'였다. 파워와 강한 어깨, 밝은 성격이 장점으로 꼽혔다.

'19살 신인'이지만, 김민수는 이미 전지훈련 때부터 '롯데 차기 3루수감'으로 평가받았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마무리 캠프 때 김민수를 눈여겨봤다.

당시 조 감독은 김민수를 가리켜 “공격 능력이 좋고, 수비 기본기가 훌륭한 신인이다. 아직 신인이라 어설프고, 다듬어야 할 점이 많지만,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덧붙여 "나이는 어린데 하는 행동은 프로 3, 4년 차"라며 김민수의 진중함을 높게 평가했다.

그런 김민수가 꿈에 그리던 1군 무대를 밟은 건 4월 19일 NC 다이노스전이었다. 데뷔 타석은 2회 말에 찾아왔다.

이날 롯데 선발 유격수 8번 타자로 출전한 김민수는 데뷔 타석임에도 NC 선발투수 제프 맨쉽의 1, 2구를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날카로운 슬라이더에 배트가 연방 헛돌아갔지만, 신인답지 않은 적극적인 타격이었다. 3구 슬라이더를 침착하게 골라낸 김민수는 4구째 슬라이더를 커트했다. 김민수의 대처에 당황한 맨쉽은 주무기인 투심 패스트볼을 바깥쪽 꽉 차게 던졌고, 김민수는 그만 루킹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김민수(사진=롯데)
김민수(사진=롯데)

평생 잊지 못할 데뷔전이 끝난 뒤 김민수에게 첫 타석의 감회를 물었다. “제 앞에 맨쉽이 서 있는지도 몰랐습니다(웃음). 정신이 없어 부담감조차 느낄 수 없었어요. 오랜만에 야간 경기를 하다 보니 공이 뿌옇게 보였어요. 머릿속은 온통 '무조건 맞추자'는 생각뿐이었고.” 김민수의 대답은 그랬다.

다음 경기는 23일 넥센 히어로즈전이었다. 이 경기에서도 김민수는 넥센 마무리 김세현을 상대로 전혀 위축되지 않는 스윙을 했다. 1스트라이크 3볼로 몰린 상황에서 삼진을 당하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배트를 돌렸다.

김대익 롯데 타격코치는 신인 김민수의 '당참'에 엄지를 치켜세운다. 김 코치는 “(김)민수의 정신력은 정말 놀라울 정도다. 신인답지 않게 당차고, 적극적이다. 1스트라이크 3볼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배트를 휘두른다. 경험 많은 선수도 그 상황에선 볼을 기다리게 마련"이라고 칭찬한 뒤 “아직은 기술보단 힘으로 쳐서 넘기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말로 김민수의 보완점을 지적했다.

당장 김민수의 비교 대상은 넥센 신인 타자 이정후다. 김 코치는 두 선수에 대해 “타격 스타일이 확실히 다르다. 이정후는 타격 기술이 좋다. 반면 민수는 훨씬 더 공격적인 타자다. 당장은 정후가 돋보일 수 있겠지만, 잠재력에선 민수에게 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첫 안타보다 빨랐던 김민수의 '사랑 나누기'

김민수와 서화초등학교 야구부(사진=김민수)
김민수와 서화초등학교 야구부(사진=김민수)

김민수는 아직 KBO리그 첫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아쉬울 법도 하지만, 오히려 김민수는 “팀이 이기지 못하면 안타가 무슨 소용이겠냐”며 어른스럽게 말했다.

얼마 전, 김민수의 선행이 큰 화제가 됐다. 김민수가 자신의 모교인 서화 초등학교에 야구용품을 전달한 것. 첫 안타보다 빨랐던 신인의 선행에 야구계는 적지 않게 놀랐다.

김민수는 “모교인 서화초 야구부가 조금 힘들다고 들었다. 처음 야구를 시작한 곳이자 지금의 나를 만든 모교 야구부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다. 그렇게 고민만 하던 차에 날 후원해주는 야구용품업체(이스턴스포츠)에서 흔쾌히 '서화초에 용품을 기부해주겠다'는 뜻을 전달해주셨다"며 "덕분에 후배들에게 야구용품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정세훈 이스턴스포츠 마케팅 과장은 “민수가 참 대견한 생각을 하고 있어 함께 후원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며 “민수가 ’저는 용품을 덜 받아도 되니 후배들을 잘 챙겨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앞으로도 관련 후원 사업 범위를 더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민수는 이제 19살이다. 사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다. 그런 나이에 '나눔을 실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뜩이나 김민수의 올 시즌 연봉은 2,700만 원. KBO리그 최저 연봉이다.

‘후배들이 좋아하겠단 말’에 김민수는 “걔들이 아직 초등학생이라, 기억도 못 할 겁니다”하고 껄껄 웃었다. 김민수의 진중함을 느낄 수 있는 말은 다음이었다.

“후원이 꼭 넉넉하고, 여유 있을 때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힘 되는 날까지 후원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작은 거인' 김민수는 프로 데뷔 첫 안타를 노리고 있다. “타석에서 최대한 공격적으로 스윙하고 있어요. 조만간 안타를 기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안타만 쳐선 안 됩니다. 팀이 이기는 데 더 초점을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롯데 아니 KBO리그에 오랜만에 '단순 야구기계'가 아닌 '프로야구 유망주'가 수혈된 느낌이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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