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터 노에시(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헥터 노에시(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광주]

‘5승’ 헥터, 강속구에 변화구까지 장착. 2년 차 한국 적응 마쳤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가 ‘벌써 5승’째다.

헥터는 5승으로 다승 공동 선두에 올라 있다. 5전 5승 승률 100%. 산술적으론 30승 이상이 가능한 페이스다. 물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지만, 현재 기세라면 지난해 이상 성적은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헥터의 5승은 내용도 훌륭했다. 평균자책 1.22로 부문 4위. 헥터는 37이닝을 던져, 이 부문도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5경기서 모두 7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한 차례 완투(4.7 한화전 9이닝 2실점)도 했다. 기여도 면에선 만점을 줘도 모자랄 정도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헥터다.

2017시즌 초반 최고의 투수로 거듭난 헥터가 생각하는 선전 이유는 뭘까.

헥터, 강속구에 변화구까지 추가.

변화구까지 장착한 헥터(사진=KIA)
변화구까지 장착한 헥터(사진=KIA)

4월 26일 삼성전 7이닝 무실점 승리 이후 만난 헥터의 표정은 밝았고 또 느긋했다. 2년 차 시즌. KBO리그 적응이 한결 편안해 보였다. 동작과 말투에 여유가 가득 묻어났다.

헥터가 더 놀라운 건 올 시즌 특유의 강속구에 의존하지 않고도 더 좋은 투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속구 평균 구속은 오히려 지난해 145.1 km/h보다 올해 144.3 km/h로 줄었다.

대신 노련함이 생겼다. 올 시즌 헥터는 이닝, 타자, 상황별로 구속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오프스피드 투구를 통해 효율적으로 타자를 막아내고 있다.

헥터는 “특별한 전략이 있는 건 아니었다. 포수 리드를 따라가고 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헥터는 26일 투구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음에도 노련하게 삼성 타자를 요리했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더 자유자재로 많이 구사한다.

헥터는 지난 시즌 7.4%만 구사했던 커브를 12.8%로 늘렸다. 14.3% 정도였던 체인지업 구사율도20.3%까지 올렸다. 이로써 속구-체인지업-슬라이더-커브의 균형 잡힌 ‘포피치’가 완성됐다. 특히 당일 전체 컨디션과 구종 컨디션에 따라 팔색조처럼 스타일을 바꿔 타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특히, 커브 숙련도가 확 늘었다. 이대진 KIA 투수코치는 헥터에 대해 물으면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투수”라며 엄지부터 치켜 세운다. 이 코치는 “헥터는 영리한 선수다. 특히 KBO리그 타자들을 상대 할 줄 안다”며 “완급 조절도 좋다. 특히 커브가 늘었다. 그 외엔 더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투수"라고 극찬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최고의 출발이다. 헥터는 “먼저 ‘4월 굿바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씩 미소를 짓더니 “이렇게 잘하기 위해서 그동안 노력해왔고 좋은 결과가 난 것 같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정말 확연히 달라진 것에 대해 헥터 본인은 느끼지 못할까.

“하던 대로 했을 뿐이다. 올 시즌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내 루틴을 지키면서 늘 좋은 투구를 하려고 애쓰고 있다.” 올 시즌 놀라운 활약에 대해 헥터는 크게 대수로울 것 없다는 듯 그저 ‘루틴(routine)’만 지켰다고 강조했다.

한국 문화 적응 헥터, ‘한국어 배우기’도 한창

'도미니칸 특급' 헥터(사진=KIA)
'도미니칸 특급' 헥터(사진=KIA)

헥터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뛴 이력이 있다. 이런 헥터가 KBO리그에서 이미 1년을 보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동시에 선전의 비결일 수 있다.

헥터는 “KBO리그 타자들에 대해 데이터가 많이 쌓이고 전체적으로 익숙해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절대 방심하지 않고 신중하게 타자들을 상대하려고 많이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2016년 5월 3일 광주 롯데전 이후 홈에서 거침없는 8연승 행진이다. 홈에만 오면 더 힘이 나는 헥터다.

헥터는 “홈이기에 내 집처럼 편안하고, 팬들은 많은 응원도 힘이 난다”며 ‘광주 불패’의 비결로 ‘편안함’과 ‘팬들의 성원’을 꼽았다.

헥터는 지난해에 비해 훨씬 더 적극적으로 한국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가리는 음식도 없다. 모든 환경에도 이젠 익숙하게 적응하고 있다. 거기다 선배로서 올 시즌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선수 팻딘과 로저 버나디나의 도우미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헥터의 이야기가 나오자 KIA 관계자는 “헥터가 펫딘은 거의 ‘베스트 프렌드’가 됐다. 본인이 먼저 나서서 KBO리그나 팀 생활에 대해서 외국인 동료들을 잘 도와주니 구단 입장에선 고마울 따름”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헥터의 한국어 실력도 부쩍 늘었다.

KIA 관계자는 “헥터가 요즘 한국어 배우기에 한창이다. '한국어 우등생' 팻딘 덕분에 자극을 받은 것 같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한국어 실력이 확 늘었다”고 귀띔했다.

사실이다. 더그아웃에서 헥터가 동료들에게 “오늘 힘들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조금은 어색한 듯 했던 모습도 이젠 없다.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도 스스럼 없는 헥터다.

이런 헥터에게 ‘한국어 실력을 뽐낼 기회를 주겠다’며 기회를 주자 나온 대답이 걸작이었다.

“오늘은 준비를 미처 하지 못 했다. 하지만 다음에는 인터뷰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어로 할지도 모른다. 기대하고 있어도 좋다.” 헥터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짓더니 허풍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영리하고 강력한 투수 헥터가 이젠 한국 적응까지 마쳤다. 그 강력함은 헥터만 모를 뿐이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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