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고 있는 류제국(사진=LG)
승승장구하고 있는 류제국(사진=LG)

[엠스플뉴스]

류제국, 6승 1패 호조에도 담담. 승리 의식하지 않으려 마인드 컨트롤. '안방마님' 정상호와의 호흡으로 승승장구.

“승리는 그저 운일 뿐이다.”

LG 트윈스 우완투수 류제국은 이렇게 말했다.

정말 그럴까. 올 시즌 류제국의 투구를 보면 지나치게 겸손한 말이란 걸 알 수 있다. 류제국은 올 시즌 6승 1패 평균자책 3.05의 특급성적을 올리고 있다.

류제국은 등판한 7경기서 모두 5이닝 이상씩을 소화했고 3실점 이하로 상대를 틀어막았다. 거기다 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45개의 탈삼진을 솎아냈다. 무엇보다 류제국은 ‘승리요정’이다.

LG는 류제국이 등판한 경기서 연승을 이어가거나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류제국은 LG의 시즌 21승 가운데 6승(35%)을 책임지며 ‘내국인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류제국은 4월에만 5승을 쓸어담은 이후 5월 2일 NC전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7일 두산전서 다시 1승을 추가하면서 7승의 다승선두그룹(제프 맨쉽, 양현종)을 바짝 뒤쫓고 있다.

다승왕 경쟁에 대한 류제국의 생각은?

류제국(사진=LG)
류제국(사진=LG)

“다승왕 경쟁이나 7승이나 왜 욕심이 안 나겠어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불쑥 드는 거죠. 그래도 최대한 의식을 안 하려고 해요. ‘승리는 그저 운이다’라고 말이에요.”

‘다승왕 경쟁’에 대한 질문을 하자 류제국이 답한 내용이다.

이미 4월에만 5승으로 개인 월간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다. 투수라면 10승을 넘어 개인 최다승과 다승왕 경쟁에 욕심이 나지 않을 수 없는 페이스다.

류제국은 “이렇게 페이스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 6승 1패로 시즌을 시작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 동시에 류제국은 “그러다 보니 자꾸 마음속에서 욕심이 드는 거다. 이 흐름을 이어가고 싶으니까 승리만 자꾸 생각하게 된다”고 솔직한 속내를 내비쳤다.

그럴수록 더 초연해지려고 애쓰고 있다. 2일 NC전에선 7이닝 7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치고도 득점 지원이 미비해 패전투수가 됐다. 승리투수가 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란 건 류제국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서다. 류제국은 “좋은 투구를 하면 승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니까.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투수의 마음속에 자신도 모르게 들어차는 그런 마음 때문에 막 짜증이 나는 거다. ‘내가 계속 이겼었는데’라고 생각하면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 더 크게 받아들여진다. 경기에서 안 좋았던 부분은 빨리 떨쳐내기도 해야하는데, 그럴 땐 그 욕심들이 독이 된다.” 류제국은 거듭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지금의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을까. 류제국은 “불안감도 있고, 두렵기도 하다. 아무리 잘 던지는 투수도 고비는 오기 마련”이라면서도 “하지만 안 좋을 때 최대한 충격이 적게 무너지고 최소실점을 하는 게 투수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안방마님’ 정상호와 류제국의 ‘찰떡 호흡’

류제국과 뛰어난 호흡을 자랑하고 있는 정상호(사진=LG)
류제국과 뛰어난 호흡을 자랑하고 있는 정상호(사진=LG)

7일 두산전 류제국은 5.1이닝 6피안타 4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올 시즌 가장 좋지 않은 경기를 했다. 일단 속구의 전체적인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이때문에 올 시즌 가장 많은 4개의 볼넷을 허용하면서 삼진을 3개밖에 잡지 못했다.

“일단 7일 두산전에선 속구가 별로 좋지 않았다. 거기다 (정) 상호 형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됐다. 난 속구를 계속 세게 던지려고 했는데 형 생각은 반대였던 거다. ‘제구에 더 신경을 써’란 것이 상호 형 생각이었다. 그럼 난 ‘변화구는 안 던져?’라고 받아치는 식이었다. 그날 나도 내 생각이 있었으니까, 상호 형도 거기에 화가 난 거다.” 류제국이 밝힌 안방마님 정상호와의 갈등이다.

하지만 결국, 소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투수가 되면서 배운 게 있었다.

“변화구를 더 던지고 싶어 하는 내게 상호 형은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은 이후에, 결정구까지 변화구를 던지는 건 좋지 않은 볼배합 같다’고 설득했다. 결국엔 고개를 못 흔들 게 되더라. 강상수 코치님도 ‘아무리 상호랑 한다고 해도 원하는 게 있으면 요구를 해라’고 하셨다. 하지만 여태까지 함께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고, 둘이서 이룬 것들이 참 많았으니까 내 고집을 부리기 쉽지 않았다.” 류제국의 말이다.

그러면서 류제국은 “상호 형은 나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많은 경험이 있고, 타자들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니까 믿고 따랐다”며 “그러면서 나도 또 한 번 많이 배우고 느꼈던 것 같다”고 했다.

사실 결정적인 순간 투수는 자신의 판단을 믿기 마련이다. 아무리 신뢰하는 포수라도 공을 던지는 이가 자신이기에 마운드 위에서 고집은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하지만 류제국은 가능하면 포수의 판단을 따르려고 애쓴다.

그 이유에 대해 류제국은 “마운드 위에서 던지고 있는, 또 흥분한 투수보다 포수가 훨씬 이성적이고 침착하게 좋은 판단을 내리지 않겠나”라며 “그래서 어지간하면 포수의 판단을 존중하려고 한다”고 했다.

합리적이고 유연한 성격은 류제국이 어려움을 잘 이겨낼 수 있게 하는 큰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정상호는 올 시즌 류제국의 선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진 수혜를 (류) 제국이 같은 유형의 투수들이 보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국이의 볼 끝이 더 좋아졌고 제구도 더 완벽하게 이뤄지면서 좋은 결과가 나고 있다. 내 공은 없다. 제국이가 워낙 잘 던져 준 덕분이다.” 정상호는 자신의 공을 극구 부인하며 류제국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정상호가 류제국에게 그날 화가 났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정상호는 “마운드 위에서 짜증을 내거나 감정 표현을 자꾸 하게 되면 좋지 않다”며 “주심판정에 불만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타자들에게도 약세를 보일 필요가 없으니까 ‘가능하면 그런 모습은 자제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때 옆을 지나가던 류제국이 “저 상호형한테 불려가서 혼났어요. 인상 썼다고”라며 고자질을 했다. 하지만 정상호도 류제국도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미소를 짓는 그런 종류의 폭로였다.

이래저래 ‘뜨거운 케미’를 자랑하는 두 사람의 호흡이 올 시즌 선전의 이유인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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