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양석환(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LG 트윈스 양석환(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

양석환, 주전 입성 이후 기간 리그 6위 타율 0.348로 펄펄. 프로 입단 4년만에 공·수에서 매력적인 선수로 거듭난 배경은?

LG 트윈스 4년 차 우투우타 내야수 양석환은 ‘양날의 검’과 같은 이였다. 가진 장·단점이 워낙 뚜렷하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앞선 2년간 양석환에 대한 평가도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혹자는 양석환을 ‘타격 재능이 출중한 천재’로 꼽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나치게 공격적이기만 한 타자’로 평가하기도 했다. 또 누군가는 양석환의 수비를 두고 ‘3루수 출신으로 안정적인 수비를 한다’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다른 일부는 ‘집중력이 부족하다’라고 꼬집었다.

마치 두 사람을 얘기하는 듯 평가가 엇갈렸던 양석환이지만 올해만큼은 다르다. ‘몇 단계 부쩍 성장했다’는 대다수의 반응이다.

올 시즌 양석환은 36경기에 출전, 타율 0.310/2홈런/17타점/14득점을 기록했다. 어느덧 LG 중심타자로 자리 잡았다. 거기다 양석환은 1루수로 출전해 실책 없이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고 있다.


공격적인 스타일 지키며 변화 꾀한다.

공격적인 장점은 살리고 인내심도 기르고 있다(사진=LG)
공격적인 장점은 살리고 인내심도 기르고 있다(사진=LG)

시즌 시작하고 곧바로 주전으로 나오진 못했다.

캠프 마치고 국내에 들어와서 종기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 이후 뒤늦게 1군에 합류했는데 시범경기 성적이 좋지 않았다(4타수 무안타). 주전으로 나올 수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은 건 없었다. 스트레스는 다른 쪽이었다.

어떤 거였나.

개막한 이후 매 경기 한 타석 정도 나왔는데 좀처럼 안타 신고를 못 해서 정말 답답했었다.

(시즌 개막 이후 8경기 동안 안타를 신고하지 못 했던 양석환은 4월 12일 NC전에서 첫 안타를 쳤다.)

마수걸이를 한 이후엔 같은 기간 리그에서 6번째로 높은 타율 0.348을 기록하고 있다. 팀 내에선 단연 1위다.

(깜짝 놀라며) 그래요? 최근엔 감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주전으로 많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타격감이 점점 올라오고 있다.

올 시즌 더 고무적인 건 약점이었던 출루율이 지난해 0.297에서 올 시즌 0.373으로 대폭 개선됐다는 게 아닐까.

일단 지금 출루율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 출루율을 한 시즌 내내 유지할 수 있다면 정말 좋아진 것이지만 지금 생각하기엔 이르다.

어떤 변화를 느끼나.

그래도 지난해 비슷한 시기와 비교해서 좋아진 점은 있다. 2015년과 2016년엔 무조건 ‘쳐서’ 출루하겠단 생각밖에 없었다. 성향 자체가 워낙 공격적인데, 타석에서 볼넷을 고를 여유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 올 시즌엔 볼을 골라서도 출루하려고 애쓰고 있다.

2015~2016년 205경기에서 24개의 볼넷 밖에 얻지 못 했던 양석환은 올 시즌 벌써 8개의 볼넷을 골랐다. 여전히 매우 낮은 수치. 하지만 주목할만한 긍정적인 변화다.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

볼넷이 적은 건 워낙 지적을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 최근에 ‘4타수 무안타와 3타수 무안타 경기는 차이가 정말 크다’라는 걸 깨닫게 됐다.

어째서인가.

겨우 한 타수지만 그 미세한 차이가 시즌을 치르면 점차 벌어진다. 그게 내겐 매우 부정적이겠단 생각이 번쩍 들었다. 기본적으론 ‘공격적인 스타일을 유지하되 터무니없는 볼만이라도 골라내자’라고 생각한다.

볼을 고르는게 생각만으로 되는 건 아니지 않나.

맞다. 생각의 변화도 있지만 앞선 2년간 타석에서 쌓은 경험을 통해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 예전엔 상황도 모르고 그저 ‘내 것 하기만’ 바빴었다. 이젠 경기 돌아가는 흐름이나 투수 상태도 조금씩은 눈에 보인다.

양석환의 고백 “야구에 대해 정말 진지해졌다.”

박종호 LG 수비코치는 당신의 안정적인 수비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하던데.

원래는 칭찬보다 지적이 많았다. 몇 년간 계속 뛰면서 경험이 쌓인 게 도움이 됐다. 선수 생활 주 포지션은 3루수였지만 대학교에서 3학년 때 주전 1루수로 뛰었기 때문에 지금 위치가 생소한 건 없다.


수비 할 때를 포함해서 경기 도중 포커페이스가 인상적이다.

(웃으며) 긴장한 표정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실전에서 긴장하는 그런 유형은 아니었다. 대신에 포커페이스를 의식적으로 유지하려고 애쓰는 건 있다. 물론, 답답할 때만큼은 내 감정이 드러난다. 일희일비하는 내 모습을 보고 주위에서 여러 평가를 할 수 있어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 한다.

매 시즌 성장하고 있다면 지금 프로로 자리를 잡는 과정이 늦은 건 아니다.

맞다. 빠르면 빨랐지 늦은 건 아니라고 본다. 대학교 졸업 이후 프로 2년차부터 1군에서 뛰었다. 또 경기에 계속 출전하고 있단게 가장 만족스럽다. 동기 가운데 아직 1군에서 뛰지 못 하는 이들이 많다. 1군에서 좋은 단계를 잘 밟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양상문 LG 감독과 서용빈 LG 타격코치 등이 입을 모아 당신의 타격 재능에 대해 칭찬한다. 다만, ‘공격적인 성향’에 대해선 여러이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쑥스러운 말이지만 타격 재능이나 감각이 나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격적인 성향 탓에 단점이 도드라졌고 문제점도 많이 생겼다. 그렇다고 내가 가진 장점을 포기할 순 없다. 그건 지키면서 단점은 조금씩 줄여가고 싶다. 더 중요한 건 정체돼선 안 된다는 거다.

스프링캠프부터 정말 준비를 열심히 했다. 그 노력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이유가 뭐였나.

지난해 고민을 많이 하다 입대를 미루기로 최종 결정을 했다. ‘군대까지 미룬 마당에 시간을 헛되게 보내선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해 가을 마무리캠프부터 진짜, 정말로 쉬지 않고 운동했다.

생각이 많이 바뀌었나.

내 인생에서 야구에 대해서 가장 많이 생각해봤던 오프시즌이었다. 사실 고백하자면 원랜 운동을 많이 하고 야구를 진지하게 대하는 유형은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고 ‘진짜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누구 못지않게 준비를 많이 했다. 이번 시즌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는 건 그 덕분이다.

기술적인 변화도 눈에 띈다. 특히 스윙궤적이다.

스윙과 동시에 왼쪽 손목을 곧바로 감는게 이상적이다. 그런데 지난해까진 스윙 진행 방향으로 팔이 밀리는 경향이 있었다. 서용빈 타격코치님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고쳤다. 개선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타격자세를 교정한 이후 장점이 있다면 뭔가.

범타가 줄었다. 손목을 감는 타이밍이 미세하게 안 맞으면 정타가 될 공이 빗맞게 된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결과는 큰 차이더라. 거기에 더해서 변화구 대처 노림수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서는 게 좋게 작용하고 있다.

아직은 정성훈을 비롯한 많은 이들과 주전경쟁을 해야 하는 위치다.

입단하고 나서 정성훈 선배의 타격을 정말 많이 배웠다. 지금도 여전히 배울 점이 많은 분이고 정신적인 멘토라고 생각한다. 정성훈 선배를 비롯한 형님들과 경쟁을 하는 것 보단 ‘한 팀으로 힘을 합쳐 나도 좋은 역할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요즘 정말 즐거워 보인다.

(해맑게 웃으며) 그럼요. 아마추어 때부터 꿈꿔 왔던 프로니까요. 조금씩 꿈을 향해 가고 있으니까 요즘 정말 행복합니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