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1.1이닝 6실점 한 뒤 마운드를 내려온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닉 애디튼(사진=롯데)
5월 14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1.1이닝 6실점하고서 마운드를 내려온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닉 애디튼(사진=롯데)

[엠스플뉴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타자는 9번 타순에 들어선다. 외국인 투수 2명은 5월 등판 경기에서 평균자책 11.15를 기록했다. 최악의 부진을 거듭 중인 롯데 외국인 트리오, 이대로 괜찮을까?

‘우려가 현실이 됐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외국인 투수인 브룩스 레일리와 닉 애디튼은 5월 들어 극심한 난조를 보이며 3패 평균자책 11.15를 합작했다. 성적만 놓고 보면 KBO리그 최악의 외국인 선발 듀오다.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라고 예외는 아니다. 번즈는 타율 0.244의 부진 속에 최근엔 8, 9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당연한 이유겠지만, 롯데 외국인 선수들의 WAR(대체선수 승리기여도)는 WAR 0.71로 KBO리그 전체 8위에 그치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미미한 넥센 히어로즈(-0.56)와 리그 꼴찌팀 삼성 라이온즈(0.62)를 제외하면 사실상 롯데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도는 최하위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외국인 선수들의 WAR 1위는 외국인 선수 잘 뽑기로 소문난 NC 다이노스(WAR 4.31)다.


2017시즌 KBO리그 팀별 외국인 선수 WAR순위(표=스탯티즈)
2017시즌 KBO리그 팀별 외국인 선수 WAR순위(표=스탯티즈)

롯데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은 팀 성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시즌 초반 롯데는 이대호 합류로 더 강해진 타선을 구축했다. 젊은 투수진의 성장세와 함께 4월 한 달을 정확히 5할 승률(0.500)로 끝마쳤다. 하지만, 5월 들어 외국인 선수들의 동반 부진이 거듭되며 5월 15일 기준 리그 9위로까지 순위가 떨어졌다(16승 20패 승률 0.444).

시즌이 흐를수록 내림세를 타는 롯데 외국인 선수들


'제2의 앤디 밴 헤켄'을 꿈꿨던 닉 애디튼(사진=롯데)
'제2의 앤디 밴 헤켄'을 꿈꿨던 닉 애디튼(사진=롯데)

롯데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몸값 규모도 크지 않았다. 레일리(85만 달러), 애디튼(50만 달러), 번즈(65만 달러) 등 세 선수의 몸값을 합쳐도 총 200만 달러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210만 달러) 한 선수보다 낮은 금액이다. 올 시즌 한화 이글스가 영입한 알렉시 오간도(180만 달러)보단 조금 높은 수준.

최근 KBO리그에선 외국인 선수 몸값이 곧 그 선수의 성적을 의미하곤 한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NC 다이노스 외국인 투수 제프 맨쉽은 12일 팔꿈치 부상으로 주춤할 때까지 7연승을 기록했다. 이 기간 평균자책은 1.49에 불과했다. 180만 달러 몸값이 아깝지 않은 활약이었다.

오간도도 마찬가지다. 개막 후 2경기에서 다소 흔들렸으나 이후 안정을 찾다가 5월 들어 평균자책 1.29로 한화 마운드의 에이스가 됐다.

반면 '저비용' 롯데 외국인 투수들은 정반대다. 4월 평균자책 2.76, 탈삼진 32개를 기록한 레일리는 이 기간 KBO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투수였다. 하지만, 5월 들어 들쑥날쑥한 제구로 난타를 당하며 시즌 평균자책이 4.33으로 뛰어올랐다.

애디튼 역시 KBO리그 데뷔전에서 5.1이닝 1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다음 등판이었던 삼성(5.1이닝 3실점(2자책)), 넥센전(6이닝 2실점)에서도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4월 27일 한화전부터 내림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날 애디튼은 4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다. 이전까지 피안타율이 2할대를 넘지 않았던 애디튼은 이날엔 10안타를 두들겨 맞았다. 5월 들자 상황은 더 나빠졌다. 애디튼은 5월에 등판한 2경기에서 평균자책 14.21을 기록했다. KBO리그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5월 평균자책이다.

두 투수의 부진은 곧장 팀 패배로 이어졌다. 롯데는 레일리가 등판한 최근 6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애디튼이 등판한 최근 4경기에서도 전패했다. 운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게 레일리가 등판한 최근 6경기에서 상대팀들은 거의 대부분 에이스를 내보냈다. SK 와이번스 메릴 켈리, 두산 장원준, NC 에릭 해커, 넥센 조상우 등이 그들이다.

애디튼도 비슷했다. 두산 유희관, kt 위즈 라이언 피어밴드 등이 애디튼을 상대로 선발 등판했다. 하지만, 이들과 상대하라고 롯데가 계약한 투수가 바로 레일리, 애디튼이다. 상대팀의 3, 4, 5선발을 상대하라고 데려온 선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 투수는 '팀의 기둥투수'와는 거리가 먼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외국인 타자 번즈는 수비에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 2루수로 31경기, 3루수로 10경기, 유격수로 3경기에 출전한 번즈는 실책을 단 1개만 기록했다. 그러나 타격은 수준 이하다. 변화구에 약점을 노출한 번즈는 타율을 비롯한 각종 타격 지표에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술 더 떠 KBO리그에서 4번째로 많은 삼진(33개)을 기록하고 있지만, 홈런은 3개뿐이다. 물론 롯데는 애초부터 번즈에게 많은 홈런을 기대하지 않았다. 정작 문제는 홈런 타자가 아니면서도 당겨치기 비율(49%)이 지나치게 높다는 데 있다. 번즈의 당겨치기는 팀 내 홈런 1위 이대호보다도 높다(44.1%).

번즈는 롯데 입단 후 훌리오 프랑코 롯데 타격코치와 함께 타격 폼을 수정했다. 장타력 강화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변화의 시도가 오히려 팀엔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번즈의 득점권 타율은 0.135로 매우 낮다. 오히려 주자가 없을 때 더 강하다(0.310).


강팀 선언한 롯데의 저비용·고효율 외국인 영입 정책.

비시즌 롯데 외국인 선수 영입을 전담한 라이언 사도스키 스카우트 코치(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비시즌 롯데 외국인 선수 영입을 전담한 라이언 사도스키 스카우트 코치(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조원우 롯데 감독은 개막 전부터 외국인 선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감독은 기회만 있으면 "번즈와 전준우가 테이블 세터 역할을 맡고, 레일리와 애디튼이 1, 2선발 자릴 채워줘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야구계 일부에선 ‘곪았던 상처가 이제야 터진 것’이란 말을 하기도 한다. 애초 선택 과정부터 문제의 연속이었다는 뜻이다. 가을 야구를 꿈꾸는 팀에게 '저비용·고효율 외국인 선수'는 처음부터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을지 모른다.

롯데는 영입 1순위에 뒀던 외국인 투수들을 놓친 뒤, 다급하게 레일리와 재계약했다. 번즈도 롯데가 영입을 추진했던 선수가 메이저리그행을 택한 통에 차선책으로 영입한 이였다.

'KBO리그 외국인 선수 평균 몸값보다 낮은 금액의 선수를 데려와 큰 활약을 기대했던 것부터가 무리한 바람이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여기다 외국인 선수 영입을 진두지휘한 라이언 사도스키 롯데 스카우트 코치에게도 많은 물음표가 붙는 게 사실이다. 복수의 다른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롯데가 영입하는 외국인 선수는 다른 구단에선 후보 리스트에도 올려놓지 않은 선수들"이라고 털어놨다.

한화는 지난 시즌 외국인 투수 영입 실패를 교훈 삼아 비시즌 최우선 과제로 '최고의 외국인 투수 영입'을 꼽았다. 그 결과 한화는 메이저리그 출신의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와 오간도 영입에 성공했다. 두 투수는 개인 성적뿐만 아니라 팀 내 젊은 투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전체 일정의 25%를 소화한 상태다. 롯데 역시 반등의 기회가 충분하다. 변화와 용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게 야구계의 중평이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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