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이 시즌 첫 연승 이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사진=삼성)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이 시즌 첫 연승 이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사진=삼성)

[엠스플뉴스]

삼성 라이온즈, 233일 만에 연승. 부진에 마음 고생 컸던 삼성 선수단. 이구동성으로 더 나은 경기력 자신.

삼성 라이온즈가 233일 만이자, 시즌 처음으로 연승을 거뒀다. 흔한 연승이지만 삼성에겐 정말 쉽지 않았던 일이기도 했다.

통합 4연패를 했던 팀의 2017 시즌 출발이 이토록 힘들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다. 첫 연승까지 꼬박 39경기가 걸렸다. 그만큼 삼성의 올 시즌 상황이 힘들다는 방증. 삼성의 순위도 아직 최하위에서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나, 다시 반등하기 위한 삼성의 최근 움직임은 좀 더 나은 상황을 기대해볼만 하다. 승리에 매진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김한수 감독 “아쉬움 많다. 하지만 더 좋아질 것이다.”

김한수 삼성 라이온즈 감독(사진=삼성)
김한수 삼성 라이온즈 감독(사진=삼성)

17일 첫 연승 직후 감독실에서 만나 ‘축하한다’는 덕담을 건네자 김한수 삼성 감독은 말없이 손을 맞잡았다. 그리곤 이내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참 쉽진 않았다. 하지만 축하보단 아쉬운 점이 더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

기대했던 환한 표정은 아니었다. 이유가 있었다.

“경기 내용이 완벽하게 흘러가진 않았다. 이긴 건 기쁜 일이지만 보완점을 더 많이 느낀 것 같다.” 승리의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단 보완점 부터 생각하고 있는 김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대화를 하면서도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경기 내용을 꼼꼼히 복기했다.

하지만 첫 연승까지 최선을 다 한 선수들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첫 연승까지 오래 걸렸는데,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잘 해줬다”며 우선 선수들을 격려한 이후 “이제 부담감을 떨치면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연승까지 누구보다 가장 마음고생이 컸던 이 가운데 한 명일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올 시즌 힘든 시기에 한 번도 책임을 회피하거나 물러나지 않았다. 취재진 앞에서 늘 투명하게 전날 경기를 복기했다. 때론 자신의 책임이나 문제점을 인정하며 솔직하게 사과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긍정적이고 밝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무던히 애썼다. 수장이 흔들리지 않았던 덕분에 선수단도 더 동요하지 않고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정작 김 감독 자신은 좀처럼 외출조차 하지 못했다. 마음의 부담감 탓에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힘들었다. 특히 석패를 당한 날엔 쉽게 잠들 수 없어 ‘불면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들뜨진 않았지만 희망도 확인했다.

“지난주부터 확실히 경기력이 올라오고 있다. 연승을 계기로 선수들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김 감독은 결연히 희망을 말했다.

삼성 선수단 이구동성, “우리는 더 잘 할 수 있다”

'캡틴' 김상수는 더 좋은 경기력을 자신했다(사진=삼성)
'캡틴' 김상수는 더 좋은 경기력을 자신했다(사진=삼성)

김상수는 시즌 첫 홈런을 17일 쐐기 투런으로 장식했다. 왼 발목 부상 여파로 뒤늦게 1군에 복귀했지만, 최근 10경기 타율 0.324 맹타를 휘둘러 팀 반등을 견인하고 있다.

늦은만큼 책임감도 크다. ‘캡틴’을 맡아 팀이 어려운 시기 자리를 비웠기에, 최근 더 몸을 내던지고 있는 김상수다. 이런 활약에도 몸을 낮췄다. 대신, 팀을 격려하는 동시에 분발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팀이 첫 연승과 위닝시리즈를 거둬 기쁘다. 최근 팀이 계속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오늘(17일)처럼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앞으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김상수는 삼성의 더 좋은 경기력을 자신했다.

12일 대구 넥센전에도 김상수는 3안타로 팀을 구원했다. 당시 김상수는 발목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도루를 하고 득점을 위해 몸을 내던졌다. 김상수의 유니폼은 온통 흙 범벅이었다.

당시 김상수는 “정말 안 이기고 싶어 하는 선수는 없다. 매 경기 이기려고 하는데 그동안 투타 엇박자가 있었다”며 “정말 이기고 싶었다”고 했다. 이를 악문 다짐. 최근 삼성 선수단의 마음이다.

주전포수 이지영도 마음고생과 체력적인 부담이 많았다. 백업포수 최경철이 금지약물 복용으로 적발 돼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거의 홀로 삼성 안방을 책임졌다. 신예 포수 권정웅이 좋은 활약을 했지만 아무래도 경기 중요도가 높은 상황에선 이지영이 마스크를 쓰는 일이 잦다. 손목과 여러 부위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계속 출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지영은 전력분석을 위해 남들이 쉴 시간에도 가장 일찍 나오거나, 혹은 가장 늦게까지 더그아웃에 남아 상대 타자들의 타격 컨디션을 확인한다. 이지영이 주전 포수로 올라선 이후 수년째 늘 있는 일이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투수들의 부진이 이어지자 제 일처럼 괴로워했다.

17일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8회 삼성이 3-2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이후 1사에서 이지영의 실책이 나왔다. 장필준이 그 위기를 무실점으로 잘 이겨냈고, 9회 쐐기점이 나와 승리했다. 하지만이지영 개인적으론 자책이 컸다. 경기 종료 후 만난 이지영은 밝게 웃지 못했다. 자신에 대해 화를 삭히지 못 하는 모습이었다.

이지영은 “내가 실책을 해서 팀이 졌다면 정말 더 화가 났을 것 같다. 그래도 이겨서 다행이다. (심) 창민이와 (장) 필준이가 어려운 상황을 잘 막아줬다”며 투수들에게 공을 돌린 이후 “우리 투수들이 요즘 고생을 많이 하는데 이렇게 연승을 하게 돼서 기쁘다“라고 했다.

아쉬운 마음을 쉽게 떨치지 못 하던 이지영은 삼성의 남은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힘을 냈다.

“연승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하지만 최근 투·타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고 다들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더 좋아질 것 이라고 본다.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최근 부진을 털어내고 3안타로 17일 승리에 힘을 거든 박해민도 한 마디를 보탰다.

“최근 감이 많이 좋지 않아 속상했다. 그래도 믿고 기용해주시는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보답하고자 최선을 다 했고,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쁘다. 경기 전 김종훈, 강봉규 타격 코치님의 조언 덕분에 오늘 타석에서 여유를 찾게 됐다.”

박해민은 이날 8회 말 그림 같은 ‘슈퍼캐치’로도 승리에 기여했다. 5월 부진이 길어지면서 내내 자책했던 박해민도 모처럼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박해민은 “팀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며 “나만 역할을 잘 하면 앞으로 팬들에게 더 자주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삼성은 이제 겨우 연승이란 첫 관문을 넘었다. 자책하고 축 쳐져 있기만 해선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설욕을 위해 이를 악 문 삼성의 시즌도 아직 한참 남았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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