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좌로부터) 김택형과 김성민(사진=넥센/SK)
(사진 좌로부터) 김택형과 김성민(사진=넥센/SK)

[엠스플뉴스]

SK 염경엽 단장 "김택형 영입은 미래를 보고 선택한 결정. 2시즌 정도 불펜요원으로 활용한 뒤 선발 전환 고려."

SK 와이번스 염경엽 단장은 무언가를 결정할 때마다 오래 고민하는 이다. 그러나 우유잔에 떨어진 크래커처럼 고민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시간을 끄는 법은 없다. 게다가 심사숙고 끝에 한번 결정 내리면 곧바로 실행에 옮긴다.

5월 18일 넥센 히어로즈와 단행한 트레이드도 그랬다. 15일 KBO(한국야구위원회) 단장회의에서 넥센 고형욱 단장과 만난 염 단장은 김택형-김성민 트레이드를 논의했다. 첫 시작은 관심이었다. 고 단장은 김성민을, 염 단장은 김택형에 관심을 나타냈고, 이 관심이 트레이드 논의로 이어지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염 단장은 과연 김성민을 내주고, 김택형을 데려오는 게 팀의 미래를 위해 좋을지 심사숙고했다. SK 스카우트팀, 트레이 힐만 감독과 머리를 맞댄 염 단장은 심사숙고 끝에 트레이드를 진행하기로 마음먹었고, 17일 저녁 드디어 넥센과의 1대 1 트레이드를 최종 결정했다. 두 팀의 트레이드는 18일 발표됐다. 염 단장과의 트레이드 관련 인터뷰는 지금부터다.

"넥센 감독 시절 김택형 투구에서 양현종을 봤다."

SK 염경엽 단장(사진=SK)
SK 염경엽 단장(사진=SK)

또 한 번의 깜짝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언제 넥센과 이야기를 나눈 건가.

월요일 KBO 단장회의 때 넥센 고형욱 단장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고 단장이) 김성민을 무척 좋게 생각하더라. 난 김택형에 대한 생각이 많았고. 그 자리에서 두 선수 이야기가 나와 트레이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김택형이 좋은 좌완 자원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김성민 역시 미래가 밝은 좌완이다. 특히나 김성민은 '2017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은 선수였다. 트레이드 카드로 쓸 때 고민이 많았을 듯 싶다.

사실이다. 우리도 김성민을 트레이드 카드로 쓰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우리 스카우트팀과 트레이드 관련 미팅을 했다. 트레이 힐먼 감독에게도 김택형 투구 영상을 보이며 의향을 물었고.

힐만 감독에겐 어떻게 김택형을 설명했나.

올 시즌보다는 내년 그리고 내후년을 고려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만한 투수”라고 설명했다. 힐만 감독이 김택형 투구영상을 본 뒤 “OK”했다. 스카우트팀도 내게 긍정적인 쪽으로 이야기해줬고. 그래서 어제(17일) 최종 결정을 내렸다.

김택형은 현재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 중에 있다. 올 시즌 마운드에 서기 어려운데. 내년 시즌부터 어떻게 활용할 생각인가.

내년 시즌 복귀 예정이다. 김택형이 정상적으로 마운드에 돌아온다면 2시즌 정도는 팀 사정을 고려해 불펜 요원으로 활용하는 게 더 가치 있는 결정이 아닐까 싶다. 우리 팀의 현재와 미래를 종합 분석한다면 3시즌째가 됐을 땐 선발 전환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선발이라.

팔꿈치 상태가 선발로 뛰어도 무리가 없을 만큼 강해진다면 우린 김택형을 양현종(KIA)같은 좌완 선발로 키울 생각이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난 김택형을 처음 봤을 때 김택형의 투구에서 양현종을 봤다. 어느 선수든 즉흥적이 아닌 계획을 갖고 키울 거다. 100%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계획을 갖고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이고, 앞으로도 계획에 맞춰 선수를 키울 것이다.

앞서 '우리 팀 사정을 고려한다'는 전제 아래 2시즌 정도는 불펜요원으로 활용하는 게 더 가치 있는 결정일지 모른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팀 사정을 말하는 건가.

2시즌 정도 불펜 요원으로 활용하는 게 더 가치 있지 않을까 하고 말한 건 우리 팀 투수진에 좌완 불펜 승리 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속 150km 이상을 던지는 좌완 불펜 승리 조가 있다는 건 팀으로선 큰 자산이다. 넥센 때부터 난 김택형을 국가대표 투수로 성장할 자원으로 봤다.

넥센은 어째서 이번 트레이드에 응했다고 보나.

글쎄. 넥센은 넥센 나름대로 복안이 있었을 것이다. 모두 알다시피 넥센은 긴 안목으로 선수 수급을 잘하는 팀이다.

염 단장 "난 우리 팀에 있던 선수가 다른 팀에 가서 잘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보통 그 두려움 때문에 구단들이 트레이드에 소극적인 게 아닌가."

SK는 달라지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SK는 달라지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SK 단장 부임 이후, 꽤 활발하게 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트레이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두 가지 관점이다.

어떤 관점인가.

우선 우리가 지향하는 팀의 방향과 일치한 트레이드냐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당장의 결과가 아닌 미래를 내다보고 진행한 트레이드냐는 것이다. 난 힐만 감독이 성공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는 책무가 있다. 힐만 감독이 올 시즌보단 내년, 내년보단 내후년에 더 좋은 성적을 내도록 팀을 세팅해줘야 한다. 물론 프로인 이상 올 시즌에도 변명 없이 성적을 내야 한다. 하지만, 김광현이 복귀하는 내년 시즌이야말로 우리에겐 최대 반등의 기회일지 모른다. 그 기회를 바로 잡으려면 프런트는 지금뿐만 아니라 올 시즌 이후로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우리의 계획은 2019년까지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최고의 전력을 갖춘다는 것이다. 아, 또 하나의 관점이 있다. 정말 중요한 건데.

어떤?

난 우리 팀에 있던 선수가 다른 팀에 가서 잘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보통 그 두려움 때문에 트레이드에 소극적인 게 사실이다. 난 되레 다른 팀 가서 잘했으면 좋겠다. 선수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새로운 환경이 제공되고, 그런 환경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그것이야말로 전체 프로야구를 위해 좋은 것 아닌가.

맞는 말이다.

우린 김택형에, 넥센은 김성민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다. 좀 더 선수에 관심 있는 팀에서 뛴다면 보다 계획적으로 그 선수를 키우지 않을까 싶다. 선수에게도 분명 더 큰 도움이 될 테고.

SK의 과감한 트레이드가 전체 트레이드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야구전문가가 많다.

글쎄. 다른 팀 이야기를 내가 하는 건 실례일 거 같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우리가 보낸 선수나, 우리에게 온 선수나 모두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트레이드가 활성화될 수 있고,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진심으로 김성민의 성공과 행운을 빈다. 김택형에게도 행운과 성공이 찾아오도록 우리 팀이 최대한 도울 예정이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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