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로부터) 외국인 타자 NC 재비어 스크럭스, 삼성 다린 러프(사진=NC/ 삼성)
(좌로부터) 외국인 타자 NC 재비어 스크럭스, 삼성 다린 러프(사진=NC/ 삼성)

KBO리그 외국인 타자들의 집단 부진. 타율 3할 이상 외국인 타자가 없다!

‘잘 뽑은 외국인 선수가 팀 성적을 좌우한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 시즌에도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뜨겁다. ‘너클볼’ 장착 후 완전히 달라진 라이언 피어밴드(kt 위즈)는 리그에서 가장 높은 WAR(대체선수 승리기여도) 3.12를 기록 중이다.
‘2년 차’ 에이스 헥터 노에시(KIA 타이거즈)는 더욱 업그레이드된 투구로 KIA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2.53). 메이저리거 제프 맨쉽(NC 다이노스)은 개막 후 내리 7연승을 달렸고(1.88), 시즌 초반 잠시 흔들렸던 니퍼트도 KBO리그 7년 차답게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1.82).
반면, 외국인 타자들은 주춤하다. WAR 상위 20위 안에 포함된 외국인 타자는 한 명도 없다. 외국인 투수가 4명이나 포함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그나마 25위에 오른 루이스 히메네스(LG 트윈스, 1.41)와 재비어 스크럭스(NC, 1.39)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외국인 투수에 비해 떨어지는 이름값, 넓어진 'S존',
그리고 체인지업 던지는 사이드암의 증가

(좌로부터) NC 제프 맨쉽, KIA 헥터 노에시, kt 라이언 피어밴드(사진=엠스플뉴스)
(좌로부터) NC 제프 맨쉽, KIA 헥터 노에시, kt 라이언 피어밴드(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외국인 타자들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전체 리그 일정 200경기를 소화한 5월 19일 기준 KBO리그 외국인 타자 타율 1위는 0.279를 기록 중인 히메네스다. 시즌 초반 타격감이 좋았던 두산 닉 에반스(0.277)가 2위, 스크럭스와 한화 이글스 월린 로사리오(0.273)가 나란히 3위를 기록 중이다.

가장 부진한 타자는 넥센 히어로즈의 대니 돈이다. 돈은 올 시즌 10경기에 출전해 타율 0.107, 홈런은 1개도 치지 못했다.
3할 외국인 타자가 전무한 올 시즌과 달리 지난해 전체 리그 일정 200경기를 소화했을 땐 4명의 외국인 타자가 3할 이상을 치고 있었다.
NC 에릭 테임즈(0.373)와 KIA 브렛 필(0.329), 한화 로사리오(0.322), LG 히메네스(0.315)가 주인공들이었다. 외국인 타자 전체 평균 타율에서도 적지 않은 차가 나고 있다. 지난해 0.286이었던 외국인 타자 평균 타율은 올 시즌 0.250으로 급락했다. 19일 기준 리그 평균 타율(0.27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홈런수도 격감했다. 지난해 리그 200경기를 소화했을 때 외국인 타자들은 71홈런을 합작했다. 그러나 올 시즌 200경기를 소화했을 때 이들이 합작한 홈런수는 43개에 불과하다. 올 시즌 홈런 상위 10명 안에 포함된 외국인 타자도 스크럭스(10개)와 로사리오(7개) 둘뿐이다.

전체 리그 일정 200경기를 소화했을 때의 KBO 10개 구단 외국인 타자들 성적(표=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전체 리그 일정 200경기를 소화했을 때의 KBO 10개 구단 외국인 타자들 성적(표=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올 시즌 KBO리그 외국인 선수 평균 연봉은 86만 달러(한화 약 9억7천만 원)다. 투수와 타자를 나눠 살펴보면 투수가 96만 달러, 타자는 75만 달러다. 외국인 투수 평균 연봉이 타자보다 높다. 실제로 구단들은 3할-30홈런 이상의 외국인 타자보단 10승 이상을 거둘 외국인 투수에 더 관심이 많다. 전자보단 후자가 팀 성적을 끌어올리는 덴 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구단들은 특급 외국인 투수 영입을 위해 사활을 건다. 너도 나도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 투수를 데려온다. 당연히 영입 경쟁도 치열해져 10승 이상이 확실한 외국인 투수 후보들에겐 웃돈이 얹혀지곤 한다. 하지만, 치솟은 외국인 투수의 몸값과 관심에 비해 외국인 타자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예년에 비해 줄어든 분위기다. 외국인 타자를 비싼 돈을 주고 데려오느니 다소 저렴한 타자를 데려오더라도 그 차액으로 더 비싼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는 게 낫다는 게 몇몇 구단 관계자의 생각이다.
달라진 스트라이크 존이야말로 외국인 타자 집단 부진의 가장 큰 이유일지 모른다. KBO 심판위원회는 올해 전지훈련을 앞두고 ‘스트라이크 존의 위·아래 폭을 넓게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기형적인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하기 위함이었다.
심판들은 자신들의 계획대로 스트라이크 존의 상하 폭을 넓혔다. 그리고 최근엔 좌·우 코스까지 넓힌 상태다. 로사리오는 “홈런이나 장타를 노리는 외국인 타자들에게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외국인 타자들에겐 생소한 ‘사이드암 투수’의 증가도 고전의 한 이유일지 모른다. 올 시즌 KBO리그는 그야말로 '사이드암 풍년'이다. 임기영(KIA), 한현희(넥센), 고영표(kt) 등이 호투를 펼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모두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투수다. 가뜩이나 사이드암을 상대하는 것도 버거운데 체인지업을 던지는 사이드암과 상대하는 건 더 힘들다는 게 외국인 타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부진한 외국인 타자들, 반등의 기회 찾아올까

(좌로부터) LG 루이스 히메네스, 두산 닉 에반스, kt 자니 모넬(사진=엠스플뉴스/kt)
(좌로부터) LG 루이스 히메네스, 두산 닉 에반스, kt 자니 모넬(사진=엠스플뉴스/kt)

아직 반전의 기회는 남아있다. 최근 리그 적응을 마친 타자들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다린 러프(삼성)는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270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1할대에 그쳐 퓨처스리그에 내려갔다 온 러프는 5월 들어 타율 0.364/3홈런/7타점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특히 최근 12경기 가운데 무안타 경기가 두 번밖에 없었고, 6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러프가 좋아지고 있다. 본인 스스로 리그 적응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칭찬했다.
시즌 초반 주춤했던 로저 버나디나(KIA)도 타격감을 끌어 올리고 있다. 버나디나는 최근 일주일 동안 타율 0.333/ 12안타(2홈런)/ 8타점을 몰아쳤다. 김기태 KIA 감독은 "시즌 초반이다. 아직 반등의 여지는 충분하다"며 변함없는 믿음을 보냈다. 김성근 한화 감독조차 "버나디나가 살아나고 있다"고 평할 정도다.
외국인 타자는 KBO리그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과거 펠릭스 호세(롯데 자이언츠)와 타이론 우즈(두산), 제이 데이비스(한화) 같은 타자들의 활약은 리그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시원시원한 홈런포에 화끈한 타격은 보는 이의 속을 시원케한다. 하위권 팀에겐 외국인 타자의 활약이 부진 탈출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무더운 여름이 오고 있다. 외국인 타자들이 만들어 낼 'KBO리그표 신바람'이 기다려진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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