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으로 도약한 최주환의 2017년 출발이 경쾌하다(사진=두산)
주전으로 도약한 최주환의 2017년 출발 소리가 경쾌하다(사진=두산)

[엠스플뉴스]

최주환의 2017년 출발 소리가 경쾌하다. 올 시즌 초반부터 주전으로 도약한 최주환은 들뜨거나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그저 담담한 마음으로 한 경기 한 경기에 임한다는 게 최주환의 각오다.

욕심(慾心).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일이 잘 풀릴 때 욕심이 생기는 건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마치 자동차 가속 페달을 밟듯 더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스퍼트를 올린다. 들뜨는 마음이 따라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최주환도 이런 욕심을 부릴 법한 시기다. 최주환은 올 시즌 3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0/ 33안타/ 17타점/ 출루율 0.409/ 장타율 0.454를 기록 중이다. ‘만년 백업’에서 벗어나 올 시즌엔 초반부터 주전으로 도약한 최주환이다.

사실 최근 몇 년간 최주환의 입지는 주전과 백업의 경계에 머물러 있었다. 외야수·2루수·3루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지만, 최주환이 정착할 곳은 없었다. 시즌 중반 2군에서 올라와 갑작스럽게 무서운 타격감을 보여줬지만, 그 활약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덧 1988년생인 최주환은 한국 나이로 30대에 접어들었다. 2017년에도 예년과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안 됐다. 확 달라진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그리고 최주환은 올 시즌 스프링 캠프에서 비시즌 체중 감량으로 두산 김태형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최주환을 지켜봤는데 살이 많이 쪄서 얘길 해줬다. 이번 캠프를 앞두고 정말 살을 많이 빼 왔더라. 그러면서 약점이었던 수비 동작이 좋아졌다. 원래 타격이 좋았던 선수라 수비까지 잘 풀리니 자신감이 더 생긴 것 같다.” 김 감독의 말이다.

최주환은 자동차 기어 ‘N’의 중립 모드다

스프링 캠프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준 최주환(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스프링 캠프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준 최주환(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일이 잘 풀리기 위해선 때론 운도 필요하다. 올 시즌 초반 백업으로 시작한 최주환은 기존 2루수 주전인 오재원의 부진으로 결국 기회를 잡았다. 4월 중순부터 선발 라인업에 들어선 최주환은 5월 들어서도 매서운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최주환의 5월 성적은 타율 0.383/ 18안타/ 12타점/ 6볼넷이다.

“사실 별다른 느낌은 없다. 똑같이 한 경기 한 경기 나간다는 생각뿐이다. 타격감이 완전히 만족스러운 건 아닌데 좋은 타구가 하나씩 나와서 다행이다. 장타가 기대보다 많이 안 나오는 게 다소 아쉽지만, 나름 안타가 꾸준히 나오는 건 괜찮은 것 같다. 사실 경기에 나가는 거 자체가 감사하다. 물 흐르듯이 하고자 한다.” 최주환의 말이다.

무언가 예년과는 다른 최주환의 시즌 초반 출발이다. 하지만, 최주환의 표정에선 설렘이나 들뜸이 안 느껴졌다. 다소 의외였다.

최주환은 대뜸 자동차 기어의 중립 모드 ‘N’을 예시로 들었다. 잘 나갈 때라도 욕심으로 과속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최주환은 “올 시즌은 최대한 중립 모드로 가려고 한다. 자동차 기어로 따지면 ‘N’으로 놔두고 천천히 나아가겠다. 예전부터 기복이 심했던 걸 잘 알고 있다. 설레발은 안 하고 싶다. 강물이 흐르듯 꾸준하게 했으면 좋겠다”라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두산 강석천 타격코치도 달라진 최주환을 향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방망이 실력이야 원래 인정받는 선수였다. 여기에 올 시즌 수비가 안정되면서 팀과 선수 간 신뢰가 생겼다는 게 강 코치의 시각이다.

“근성이 있는 선수 아닌가. 못 치면 아쉬워하는 장면에서 열정이 느껴진다. 타율 3할 이상을 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선수다. 수비가 다소 문제였지만, 올 시즌엔 수비 불안도 많이 없어졌다. 그러니 벤치에서 믿고 기용할 수 있다. 경기에 꾸준히 나가니 장점인 방망이도 더욱 돋보인다. 원래 이 정도는 보여줄 수 있는 선수다.” 강 코치의 말이다.

최주환이 남다르게 느낀 숫자 ‘1,000타수’

최주환은 수비 안정감이 확실히 좋아졌다(사진=엠스플뉴스)
최주환의 수비 안정감이 확실히 좋아졌다(사진=엠스플뉴스)

이렇게 최주환은 수비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주로 2루수로 나서고 있지만, 어떤 자리라도 상관없다. 타석에서의 ‘화(火)’를 수비까지 가져가지 않는 것도 올 시즌 달라진 점이다.

최주환은 “어떤 수비 포지션이라도 괜찮다. 그저 감독님께서 기회만 주신다면 언제든지 ‘감사합니다’라고 하면서 나가야 한다. 타석에서 잘 안 풀릴 때 받는 스트레스를 거기서 끝내려고 노력한다. 타격 때문에 생긴 화가 수비까지 가는 게 단점이었다. 완전히 고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진 그래도 수비에 영향을 안 미치고자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고 있다”라며 빙긋 웃었다.

최근 최주환은 ‘1000’이라는 숫자에 깜짝 놀랐다. 다름 아닌 개인 통산 1,000타수라는 기록이었다. 최주환은 5월 16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통산 1,000타수를 달성했다. 무심코 쌓인 자신의 기록이 다소 다르게 느껴졌다.

최주환은 “나는 사실 몰랐다. 그런데 지인이 1,000타수가 넘었다고 갑자기 얘길 했다. 그 순간 숫자 ‘1000’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다른 숫자들도 하나하나 생각해보니 마음이 새롭더라. 이제 한 타석 한 타수가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다”라며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앞서 말했듯 최주환에게 올 시즌 거창한 목표는 없다. 그저 묵묵히 흘러가는 대로 자신의 몸을 야구에 맡긴다. 그래서 시즌 초반 잘 나가는 최주환의 담담함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두산 팬들도 이런 최주환에게 호들갑이 아닌 조용한 응원의 눈빛을 보내주면 좋지 않을까.

“올 시즌 각오는 앞서 말한 것에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갑자기 안 좋아진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라서 정말 조심스럽다. 시즌이 끝나고 나서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 그저 묵묵히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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