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새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넥센 새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 넥센 새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이 데뷔전에서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첫 등판을 잘 치른 브리검과 만나 한국야구의 첫 인상과 앞으로의 목표를 들어 봤다.

제이크 브리검은 넥센의 버건디색 유니폼을 입고 치른 데뷔전에서 게임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18일 고척 한화전에서 브리검은 5이닝 동안 140km/h 후반대 강속구를 뿌리며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9회말 끝내기 만루포를 때려낸 이택근이 이날 경기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브리검의 데뷔전 승리는 이미 9회초에 허공으로 사라진 뒤였다.

참 기묘하고 보기 드문 경기였다. 넥센이 한 경기에 만루홈런 두 방을 날린 것부터 보기 드문 일이다. 지난해 시즌 내내 넥센이 기록한 만루포는 3개였다. 그간 마무리 실패가 없던 이보근과 정우람이 주거니 받거니 블론 세이브를 했고, 윌린 로사리오가 루키 시절 이후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마지막엔 KBO리그 사상 유례없는 ‘대타-역전-끝내기-만루홈런’이 터져 대미를 장식했다.

브리검 개인으로서도 이상한 경험이었다. 브리검은 이날 경기 초반 좀처럼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해 애를 먹었다. 5이닝 동안 볼넷을 4개나 허용했다. 2015년 마이너리그에서 한 경기 볼넷 3개 이상을 내준 적이 없던 브리검이다. 장정석 감독은 “너무 잘 던지려는 의욕이 컸던 것 같다”고 평했다. 브리검도 “조금 긴장했던 것 같다”며 빙긋 웃었다.

이상한 경험은 또 있다. “아무리 기다려도 관중석의 노래가 끝나질 않더래요.” 넥센 포수 박동원이 브리검의 말을 대신 전했다. “미국 야구장에선 투수가 던지기 전에는 노래가 끝났는데, 끝날 때까지 기다려도 끝나질 않아서 그냥 던졌다고 하네요. 노래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니까, 언제 던져야 하는 건지 모르겠더라고 하더라구요.”

어쩌면 데뷔전에서 브리검의 인터벌이 미국 시절에 비해 다소 길었던 건, 마치 영원히 반복될 것처럼 울려 퍼지는 응원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온갖 색다른 경험으로 가득했던 데뷔전. 브리검은 어찌됐든 팀이 이겼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었다. 1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브리검은 첫 등판에 대해 “아주 좋았다. 팀이 극적인 승리를 거둬서 너무나 재미있는 경기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잘 훈련하고 준비해서, 다음 등판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데뷔전 자신의 투구를 평가해 달라는 말에 브리검은 “만족스런 점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첫 등판에서는 커맨드가 좋지 않았던 게 아쉽다. 특히 변화구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 원래 나는 슬라이더와 커브가 장점인 투수인데, 어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브리검의 말이다.

만족스런 점은 무엇일까. “그래도 4회부터는 슬라이더가 어느 정도 마음먹은 대로 들어갔다. 그리고 싱킹 패스트볼이 잘 먹혔다는 점은 만족한다. 앞으로 한국 무대가 좀 더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면, 보다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넥센의 팀 분위기, 끝내주게 좋다”

안녕하세요, 브리검입니다(사진=넥센).
안녕하세요, 브리검입니다(사진=넥센).

브리검은 넥센이 션 오설리반을 내보내고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다. 1988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로 29세, 우투우타에 190cm-95kg의 건장한 체격 조건을 자랑한다. 2006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 지명으로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해, 최고 시속 97마일 강속구를 뿌리는 선발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브리검이다.

그러나 갑작스런 팔꿈치 부상과 이어진 토미존 수술(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은 브리검의 운명을 크게 바꿔 놓았다. 브리검이 투구폼을 바꾼 것도 이때부터다.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상체를 뒤로 젖혀서 공을 던졌고, 팔 각도도 지금보다 더 높은 편이었다. 토미존 수술을 받은 뒤 지금처럼 낮은 스리쿼터로 투구폼을 바꿨다.” 브리검의 말이다.

이후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친 브리검은 2015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데뷔 10년 만에 빅리그 마운드에 서는 꿈을 이뤘다. 시즌 성적은 12경기 16.2이닝 1패에 8.64의 평균자책. 지난해엔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계약을 맺고 생애 처음으로 아시아 야구에도 도전했다.

라쿠텐에서 브리검은 전 LG 트윈스 투수 래다메스 리즈와 팀메이트로 함께 했다. “일본에 있는 동안에는 일본 야구에 집중해야만 했다. 그래서 한국 야구에 대해 많은 얘길 나누진 못했다.” 브리검의 말이다. “그래도 가끔 한국 시절 얘길 할 때마다 좋은 기억이었고 재미있었다는 이야길 해줬다. 리즈는 참 좋은 동료였다.”

일본 야구 생활을 접은 브리검은 올해 초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했다. 하지만 나이 서른에 가까운 브리검에게는 그리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넥센 고형욱 단장은 “미국 마이너리그도 최근에는 나이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올해 마이너리그 정식 경기 등판 기회가 없었다”고 전했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던질 기회를 받지 못한 브리검은 대신 시즌 개막 이후 진행하는 확장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마운드에 섰다. “확장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점차 투구 이닝을 늘려가며 던지는 중이었다. 마침 넥센에서 내게 한국행 제의를 해 준 덕분에 여기에 오게 됐다.”

외국인 투수계의 조상님과 대화하는 브리검(사진=넥센).
외국인 투수계의 조상님과 대화하는 브리검(사진=넥센).

지난해 라쿠텐에 이어 올해는 넥센까지, 2년 연속 버건디색 유니폼을 입게 된 브리검이다. 이에 대해 질문하자 브리검은 크게 웃으며 “정말 그렇다. 이 유니폼이 내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했다.

유니폼 뿐만 아니라 넥센 팀 동료들도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편하게 느껴진다는 브리검이다. “넥센 동료들이 정말 마음에 든다. 팀 분위기가 끝내준다. 아주 오랫동안 알던 사이처럼 나를 반겨주고, 팀에 잘 융화할 수 있게 받아줘서 팀원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외국인 투수로는 베테랑이자 ‘조상님’ 같은 존재인 앤디 밴헤켄을 통해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앤디가 많은 조언을 해 준다. 특히 한국 타자들에 대해 좋은 조언을 많이 들려줬다. 한국 무대가 처음인 만큼, 자기 공을 던지면서 포수와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길 들었다. 또 코치들을 통해서도 한국 타자들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

끝으로 브리검에게 한국 무대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물었다. 브리검은 개인적인 목표 대신 팀의 승리를 이야기했다. “팀 승리에 도움이 되고 싶다. 언제나 내가 마운드에 오르면, 팀이 이길 기회를 주는 투수가 되고 싶다. 선발로서 내 역할을 다 해서, 팀 승리를 이끄는 게 내 목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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