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와 최준석(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이대호와 최준석(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잠실]

“이대호와 최준석 가운데 누가 더 빨라요?”

더그아웃에서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이 나왔다.

동갑내기인 이대호와 최준석은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에서 유독 발이 느린 이들이다. 또 체격도 크기 때문에 '누가 더 빠를지'는 많은 팬들이 가지고 있는 궁금증이기도 하다.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5월 21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이 질문이 나오자“(최) 준석이가 조금 더 빠른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롯데 관계자가 “비공식적으로 한 번 측정을 한 적이 있는데 최준석 선수가 미세하게 빨랐다”고 확인했다. 관계자는 “최준석 선수가 육상부 출신인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도 의외로 빠르다”고 귀띔했다.

가벼운 분위기에서 나온 질문이었고, 이후 상황도 유쾌하게 흘러갔다. 그런데 사실 이 문제는 롯데 타순 구성을 놓고 볼 때 매우 중요한 이슈기도 하다.

롯데는 이대호, 최준석, 강민호 등의 비교적 발이 빠르지 않은 타자들이 중심타선에서 연이어 나서고 있다. 이들의 발이 느리기에 병살타가 나온다거나 작전 수행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취재진 또한 이런 문제제기를 위해 해당 질문을 던진 것이다.

추가 질문을 받은 이후 조 감독은 표정을 고쳐 진지하게 답했다.

“병살타가 나오는 건 출루한 주자들의 주력 문제라기 보단 결국엔 타자의 타격이나 주력에 달린 문제다. 느린 타자가 나올 경우엔 코스가 좋아도 결국 병살타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타순 구성이 아니란 뜻이다. 앞선 타순에 어떤 선수와 연결되느냐 보단 타자가 빠른 주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병살타를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작전수행능력 또한 마찬가지다. 전체적인 타순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단 개개인의 능력치가 더 중요하단 게 조 감독의 판단이다.

그래서 장점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현실적으로 이대호, 최준석, 강민호 등 거구의 타자들의 주루능력과 작전능력은 떨어진다. 그렇다면 그들의 타격 능력에 더 방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조 감독은 “결국엔 믿고 맡기는 거다. 9회 동점 상황같이 정말 중요한 때라면 그들을 교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이대호, 최준석, 강민호 같은 타자들은 우리 팀에서 가장 신뢰하는 선수들이기에 주력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끝까지 믿어야 한다”고 했다.

단점이 두려워 장점을 포기하는 것보단 선수들이 가진 장점에 최대한 집중하겠다는 결정이 이들을 중심타순에 연달아서 배치하는 것이다.

롯데는 21일 경기서도 3번 이대호-4번 최준석-5번 강민호 순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조 감독은 “전준우가 복귀한 이후에 상황을 지켜보고 ‘이대호 3번’을 포함한 전체 타순 구성을 다시 한 번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최근 퓨처스리그에서 복귀한 전준우는 19일 홈런포를 쏘아올리는 등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롯데는 전준우가 올라올 때 까진, 큰 변화 없이 타순을 유지하며 공격력으로 승부를 볼 계획이다.

김원익 기자 one2@mbpc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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