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가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가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

[엠스플뉴스]

l 삼성, 초유의 난투극 발생에 곤혹. 삼성 “우발적이었던 사건이나 유감" 표명. 윤성환·페트릭·일부 코치 추가 징계 우려

KBO리그 초유의 집단 퇴장과 난투극이 벌어졌다. 양팀 선발투수가 동반 퇴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추가 징계에 따라 역대 최대 규모의 벤치클리어링 사건이 될 가능성도 크다.

5월 2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한화 이글스전의 2번의 벤치클리어링으로 초긴장 상태에서 진행됐다. 삼성 선발 윤성환과 한화 선발 카를로스 비야누에바가 몸싸움 결과 동반 퇴장했고, 역시 몸싸움에 적극 가담했던 삼성 투수 재크 페트릭과 한화 외야수 정현석도 퇴장 조치됐다.

상황이 진정된 이후 4회 차일목에게 사구를 던진 김승현까지 추가사고 예방차원까지 퇴장되며 이날 퇴장 인원은 총 5명이 됐다.

삼성은 이번 상황이 윤성환의 사구로 시작됐지만, 대규모 폭력사태가 일어난 건 여러모로 유감이라는 반응이다. 복수의 관계자는 말을 아꼈다. 동시에 이후에 벌어질 일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난투극 어떻게 벌어졌나? 삼성 “우발적인 사건이었다.”

난투극의 시발점이 된 윤성환(사진 왼쪽부터)과 김태균의 갈등
난투극의 시발점이 된 윤성환(사진 왼쪽부터)과 김태균의 갈등

삼성은 난투극 확대에 유감스럽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계획적인 집단 행동이 아닌 우발적인 사건이었음을 강조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져서 안타깝다. 팬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이라고 먼저 말을 꺼냈다. 팀이 상승세인 상황에서 일어난 사건. 거기다 이승엽의 KBO리그 최초의 450홈런이나 시즌 첫 3연승도 난투극에 가려 빛을 잃었다.

여러모로 축배를 들 수 있는 기념비적인 날이었는데, 절대 나오지 않았어야 할 행동 탓에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삼성 관계자는 “사건 이전까지 특별히 감정적으로 맺힌 것이나 문제는 없었다고 하더라”며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인 듯싶다. 선수와 선수간의 묵은 앙금이나 한화와 삼성 선수단 간에 얽힌 다른 일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날 벌어진 상황들이 사건 발생 배경의 전부란 뜻이다.

다른 삼성 관계자 또한 “몸에 맞는 볼에 이은 벤치클리어링은 야구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라며 “그런데 이 상황이 난투극으로 이어진 게 유감스럽다. 선수가 징계를 받으면 아쉬운 게 우리 입장인데 계획적이거나 의도한 상황이었겠나”라며 반문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3회 말 2사 3루에서 한화의 4번 타자 김태균이 타석에 섰다. 윤성환이 김태균을 상대로 쭉 몸쪽 승부를 펼쳤고 6구째 속구가 더 깊은 코스로 들어갔다. 김태균이 적극적으로 피하려 했으나 유니폼 상의를 스쳤다.

이후 1루로 향하던 김태균과 윤성환의 눈이 마주쳤다. 이후에 김태균이 마운드 쪽으로 걸어가고 윤성환도 마운드에서 벗어나면서 1차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현장에 있었던 또 다른 관계자는 “두 선수간에 언성이 크게 높아졌거나 많은 얘기가 오갔던 건 아니었다. 사구 직후 일어나는 투수와 타자의 기싸움이었다”고 설명했다.

김태균은 통상 관례적으로 몸에 맞는 볼 직후에 일종의 사과를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성환은 유니폼에 스친 것이기에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어쨌든 두 사람이 설전을 벌이자 선수단이 뛰쳐나왔고, 많은 이의 제지로 큰 몸싸움으로 번지지 않았다.

문제는 2차 벤치클리어링이었다. 후속 타석에 들어선 로사리오는 팔뚝에 사구를 맞자 방망이를 집어 던지며 격분했다. 윤성환도 로사리오쪽을 향해 다가섰다. 이번에도 양 측 선수단이 모두 그라운드로 뛰쳐나왔고, 가장 먼저 정현석이 윤성환의 몸을 밀쳤다. 이후 한화 선발 비야누에바가 윤성환을 가격하고 페트릭이 뛰쳐나와 정현석을 덮치면서 몸싸움은 격화됐다.

양 측 선수단은 몸싸움을 하며 집단 난투극을 벌였다. 상황을 말리는 이들도 많았지만, 삼성 코치 일부는 직접 몸싸움에 가담하기도 하는 등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로사리오와 비야누에바가 감정이 격해진 이유는 앞선 상황들과 두 사람간의 친분을 고려하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먼저 로사리오는 삼성과의 3연전 동안 매일 사구를 맞았다. 19일 6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 초구에 사구를 기록했다. 다음날인 20일 경기서도 로사리오는 9회 사구를 맞았다. 삼성이 2점 차로 앞선 1사 만루 상황이었기에, 정황상 고의로 사구를 던졌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어쨌든 로사리오의 입장에선 화가 날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더군다나 벤치클리어링 이후 2연속 사구였기에 고의성이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로사리오도 윤성환에게 다가가며 손가락 2개를 펴고선 격분했다. 같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로사리오와 친한 비야누에바도 덩달아 흥분했다. 폭력을 행사한 건 일단 무조건 옳지 못한 일이지만 행동의 동기는 떠올려볼 수 있다.

정현석을 쓰러뜨린 페트릭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가장 먼저 윤성환을 공격한 이를 제압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더군다나 정현석은 이후에도 다른 선수에게 추가 폭력을 행사했다. 벤치클리어링이 잦은 미국 야구 문화는 몸싸움에 더 적극적이다. 또 동료를 보호한다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 더군다나 앞서 조동찬이 한 차례 몸에 맞는 볼을 기록한 데다 1차 벤치클리어링이 있었다. 삼성 벤치도 충분히 뜨거워져 있던 시점이었다.

이유야 어쨌든 폭력의 원인을 제공한 이나 가담해 폭력을 행사한 이들 모두 처벌을 면하긴 힘들다. 양 팀의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면죄부를 줄 일도 전혀 아니다. 그라운드 폭력행위는 엄중히 다스려야 할 잘못이다.

선발투수 2명 연루·코치도 가담...불똥 커지나

한화 정현석을 말리는 양팀 선수들
한화 정현석을 말리는 양팀 선수들

삼성은 윤성환과 페트릭이 퇴장당했다. 두 이는 KBO 징계가 확정적이다.

가장 최근 있었던 벤치클리어링 퇴장 징계는 2016년 6월 21일 류제국(LG)과 김강민(SK)이 주먹을 휘둘러 받은 제재금 300만 원과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120시간 징계다. 출장정지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징계는 아니었다.

벤치클리어링 퇴장의 경우 벌금과 유소년 야구 봉사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출장정지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2015년 5월 27일 두산 민병헌이 NC와의 벤치클리어링 도중에 그라운드에 공을 던져 출장 정지 3경기와 40시간의 봉사활동 징계를 받았다.

2004년 8월 5일 삼성과 SK의 경기서는 역대 최고 난동으로 꼽히는 사건이 벌어졌다. 브리또(SK)가 배트를 들고 삼성 더그아웃에 난입한 일이다. 다행히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KBO는 브리또에 20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이외에 대부분의 벤치클리어링 퇴장은 경고와 제재금, 유소년 야구봉사의 징계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직접적인 대규모 난투극이 벌어졌고,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출장정지까지 나올 수 있다.

한 삼성 관계자는 “가뜩이나 선수단 깊이가 얕아 고전하고 있는데, 페트릭이나 윤성환이 출장 정지 징계를 받는다면 큰 타격”이라며 “투수이기에 야수보단 출장정지 징계의 충격이 덜하다. 하지만 우리 팀의 기둥들이고 정규시즌에 불똥이 튈까봐 걱정이 크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토로했다.

페트릭은 23일 대구 kt위즈와의 경기 선발 등판이 매우 유력하다. 징계 경중을 떠나 경기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선발 등판일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윤성환 역시 마찬가지다. 원인 제공자로 심리적 부담감이 있을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추가 가담자 징계 가능성이다. 삼성은 일부 코치가 난투극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KBO는 사후 추가 영상 검토를 통해 22일 열리는 상벌위원회에서 징계내용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징계가 결정되면 ‘코치가 난투극에 뛰어들었다’는 도덕적인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삼성은 5월 코칭스태프 일부 개편을 통해 다시 안정을 찾고 있다. 이번 상황이 미칠 여파가 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삼성 선수단과 관계자들은 대부분 말을 아꼈다. 또 불상사가 벌어진 것에 송구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상승세를 탄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도 역력했다.

이런 삼성 선수단의 반응과는 별개로, 벤치클리어링 등을 통해 선수단이 하나로 결집하는 사례도 많았다. 외부의 비판에 고개를 숙인 선수들이 내부적으로 자성하고, 더 결속하는 상황도 떠올려볼 수 있다.

시즌 첫 3연승으로 반등한 삼성에 초유의 난투극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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